이 아이는 우리 아이잖아요.

by 삐딱한 나선생

올해 처음 ADHD 학생을 맡았을 때 전 부모님의 역할이 부족하다 생각했어요.

학기초 상담을 하면서 이 아이의 문제가 어릴 때 외부에서 있었다는 걸 알았죠.

그때의 그 문제를 그 사람들에게 탓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아이의 문제를 지금 우리가 서로에게 탓해서 아이가 나아지지 않아요.


상담하면서 했던 이야기를 글로 정리해봅니다.



나는 이 아이를 당신과 함께 키우고 있습니다.


당신은 아마 아이가 좀 컸으니 교사인 내가 그냥 키우면 된다고 생각하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에게 요구를 한다고 아이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난 당신과 함께 아이를 키우고 싶습니다.



선생님이 해주세요.


아이의 알림장을 써달라고 하는 어머님이 있네요. 우리 아이는 자꾸 깜빡하고 챙겨야 할 것도 잊어버린답니다. 작년에도 써줬는데 올해는 안 써주니 불편하답니다..


한 어머님은 나에게 아이의 약을 챙겨 먹여주길 바라네요. 매일 점심 먹고 나서 꼭 챙겨 먹어야 한답니다.

하루는 아이가 약을 깜빡했네요.. 전화해보니 아침에 새벽 출근으로 두세 번을 얘기하고 나왔는데 기어이 안 챙겨 갔다네요. 집으로 보내주면 아이가 혼자 가서 먹고 올 수 있으니 보내달래요.



난 못하겠어요.


어머님.. 난 아이의 알림장을 써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물론 아이들한테 안내하는 중요한 것은 메모를 하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알림장'을 적는 것은 온전히 아이의 몫입니다.


약을 먹도록 챙겨줄 수도 있어요. 저도 점심 먹으러 내려가면서, 먹고 나서, 교실에 와서 하루에 몇 번을 얘기해요.

하지만 저도 어머님의 새벽 출근처럼, 아이 하나를 챙기기엔 정신도 없이 바쁠 때가 있어요.



우리 싸우지 말아요.


우리의 목표는 서로의 책임을 묻는 데 있지 않습니다. 저를 꼼꼼하고 완벽한 교사로 바꾸어서 아이를 챙겨주길 바라지 마세요. 저도 어머님께 아이의 부족함을 탓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오로지 아이를 위해, 아이를 성장시키기 위해 만났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알림장을 쓸 수 있고, 스스로 약을 챙겨 먹을 수 있도록 키우는데 목표가 있는 것입니다.


그저.. 우리 함께 키워요. 우리의 부족함을 서로에게 미루려 하지 말고, 그 부족함을 이 아이가 어떻게 채워갈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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