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내 귀에는 너무나 듣기 싫은 한 소리가 들린다.
"야! 문 닫고 와!"
선생님이 학생한테 한 말인가? 아니었다. 우리 반 친구끼리 서로 '명령'하고 있었다.
교사인 나도 학생에게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니라면 명령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 아이들은 지금 심각한 상황이구나.
여긴 살얼음 위인가?
명령을 받은 아이는 문을 닫고 들어온다.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문을 닫아야 하는 의무를 갖는 사람은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사람이다.
아이들은 마지막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명령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누구에게든 언제든 명령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난 무엇을 가르쳤던가..
3월, 급식을 먹는 처음엔 난 아이들 맨 뒤에 섰었다.
하지만 난 학생의 한 마디 말에 나의 '양보'는 무너졌다.
"쌤이 왜 앞에 서요~"
내가 한 번 앞에 선 것은 아이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특권을 빼앗아간 행동이 되었다.
난 그 아이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애가 버릇이 없다거나 사제지간 관계가 엉망이라서가 아니다.
그 아이는 그냥 친함에 농담처럼 나온 말이었다.
내가 뒤에 서면서 아이들에게 '양보'를 가르쳤다면 성공이다.
하지만 '잠재적 교육과정'으로 아이들에게 '당연히 학생이 먼저 밥을 받아야지'를 가르치게 된다면.. 난 너무 안타깝다.
우리 모두는 마지막 사람이란다
난 맨 앞에 당당히 서서 아이들에게 말했다.
"누가 되었든 먼저 받고 나중에 받는 사람이 생긴다. 내가 나중에 받는 사람이 되려고 했으나 그런 고마움을 모른다면 배려를 받을 자격이 없다."
그 이후 난 앞에 서고 있고 아이들은 선생님을 먼저 세워드리려 한다.
난 양보를 다시 가르친다. 나와 우리 반 전체를 양보하여 다른 선생님께 양보한다.
마지막 사람은 정말 고마운 사람이란다
다시 교실로 들어온다.
또 누군가는 마지막으로 들어오며 명령을 받게 되겠지..
난 아이들을 다시 모아 본다.
"얘들아.. 맨 마지막에 들어오는 사람은 친구들의 명령을 받는 '부하'가 아니란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해주는 정말 고마운 사람이지. 우린 명령이 아닌 '부탁'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각자 진심으로 고마움을 갖고 있어야 돼. 내가 급식을 먼저 받는다는 건, 항상 뒤에 누군가가 있어주기 때문이라는 것을.."
새로운 시작
2016년 3월, 내 눈에는 너무나 보기 싫은 한 장면이 보인다.
친구의 지우개를 빌려 쓰곤 그냥 갖다 주고 끝이다. 그 갖다 주는 모습이 참 곱지 못하다.
난 또 아이들을 모아 본다.
"얘들아.. 빌려준 고마움을 모른다면 지우개를 받을 자격이 없다. 내가 다른 친구에게 물건을 빌려줬는데 고맙다는 말도 없이 그냥 휙! 던져주고 가버린다면.. 다시 빌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사소하고 작은 일 모두를 매번 고맙다고 말하긴 힘들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작은 고마움을 무시하면 친구의 소중함을 크게 잃게 된단다."
감사합니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저녁, 첫째 아이는 사탕을 달라고 졸라댄다.
난 고작 작은 사탕 하나를 주면서 "감사합니다. 해야지~" 이런다.
난 이 아이가 감사할 줄 알고 살길 바란다.
그 감사하는 마음이 너를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