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의 시작
오늘 아침.. 아주 작은 사건으로 싸움은 시작되었다.
첫째가 보던 콩순이 노래가 끝나버린 것.. 첫째는 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다시 틀어달라고 난리를 쳤다. 그 모습을 보던 엄마는 아빠한테 소리 지른다.
"당신은 뭐하고 안 틀어주고 있어! 또 테니스나 바둑이나 보고 있지?!"
당황한 웃음을 보이는 아빠 대신 내가 대답했다.
"노래가 방금 끝난 거예요. 틀어 달래서 지금 틀어주려고 하는데 왜 갑자기 짜증을 내요?"
엄마는 놀면서 잔소리만 하는 아빠를 미워한다. 오늘 문제가 아니라 평상시 매번 자기 텔레비전이나 보고 바둑이나 한다는 것. 그리고 아빠가 밥 달라 뭐 달라하느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포기한다는 것이다.
본인은 다 포기해가며 살고 있는데 자기는 할 거 다 하고 떵떵거리며 산다 이거다.
보상 따위는 바라지 않아
"엄마, 엄마가 애들도 봐주느라 고생한 것도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옆에 있는 사람까지 힘들라고 말하면 둘 다 행복할 수가 없어요. 처갓집에 미안해서 영화를 못 보러 가면 양쪽 모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그랬었잖아요."
"내가 뭐 바라는 거 하나도 없어. 그냥 내가 참고 포기하고 사는 거지."
분명 엄마는 보상을 바라지는 않는다. 자신이 한 일에 무엇을 보답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 희생만큼 마음 한 구석이 비어 결국 그 보복이 되어 돌아온다.
서로 감정이 격해져 잠시의 진정할 시간을 갖고 난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보복은 아빠부터
엄마가 희생하고 보복을 시작한 건 아빠 때문이다. 우리의 부모세대가 거의 그렇듯이 아빠도 정말 힘든 시절을 보냈다. 그 당시 부사관으로 구타, 가혹행위를 참아가며 가족만을 위해 살아왔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압박감을 그대로 아내와 자식에게도 주었다.
"아빠.. 내 건 다 손해봐도 남에게 주던 엄마가 이렇게 된 건 아빠 탓이에요."
"그래. 그래서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냥 먼저 미안하다고 하는데도 끝까지 몰아붙이잖아"
"아빠가 주었던 30년만큼 아빠도 참아내고 위로해 줘야 돼요. 그리고 엄마도 저번에 내가 얘기했었잖아요. 서로 함께 그 힘든 시절 참아오면서 버텨 온 거라고. 그러니까 두 분 서로 그 버텨낸 거 존중하고 감싸주셔야 한다고! 지금 첫째가 아파서 우리가 모두 힘드니까 더 이렇게 된 거잖아요. 서로를 탓하려고 하지 말고 안아주자고요."
우리는, 내 와이프까지 넷이서 부둥켜 안고 다독였다. 내 아내는 "어머님 아버님 싸우지 마세요." 이 한 마디밖에 못 하고선 그리 서럽게 우는지..
희생을 버리자
희생이란 정말 값진 것이다. 하지만 지속될 수는 없다.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내가 한 노력과 가치가 아무런 보상 없이 끝나는 것이다.
삶의 지속적 행복을 위해서는 희생을 버리고 보복을 버려야 한다.
자신이 희생으로 삶을 살고 있다면 정말 다시 한 번 돌이켜 보길 바란다.
자신이 희생하는 것인지, 희생당하는 것인지를..
희생이란 최후의 것
희생은 결국 자신이 보상하는 수밖에 없다. 뿌듯함이나 보람 같은 마음이겠지.
하지만 이것도 진정한 희생은 아니다.
보상이나 보복을 가진 희생은 희생이라 말할 수 없다.
진정한 희생은 여러 순간들의 마지막에만 가능할 것이다.
희생은 결국 자신이 마이너스가 됨을 받아들이고 그대로 끝나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