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사랑과 희생

by 삐딱한 나선생

희생이란 보복심리와 보상심리를 버리는 것이다.


보복의 시작


오늘 아침.. 아주 작은 사건으로 싸움은 시작되었다.


첫째가 보던 콩순이 노래가 끝나버린 것.. 첫째는 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다시 틀어달라고 난리를 쳤다. 그 모습을 보던 엄마는 아빠한테 소리 지른다.

"당신은 뭐하고 안 틀어주고 있어! 또 테니스나 바둑이나 보고 있지?!"

당황한 웃음을 보이는 아빠 대신 내가 대답했다.

"노래가 방금 끝난 거예요. 틀어 달래서 지금 틀어주려고 하는데 왜 갑자기 짜증을 내요?"


엄마는 놀면서 잔소리만 하는 아빠를 미워한다. 오늘 문제가 아니라 평상시 매번 자기 텔레비전이나 보고 바둑이나 한다는 것. 그리고 아빠가 밥 달라 뭐 달라하느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포기한다는 것이다.

본인은 다 포기해가며 살고 있는데 자기는 할 거 다 하고 떵떵거리며 산다 이거다.


보상 따위는 바라지 않아


"엄마, 엄마가 애들도 봐주느라 고생한 것도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옆에 있는 사람까지 힘들라고 말하면 둘 다 행복할 수가 없어요. 처갓집에 미안해서 영화를 못 보러 가면 양쪽 모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그랬었잖아요."

"내가 뭐 바라는 거 하나도 없어. 그냥 내가 참고 포기하고 사는 거지."


분명 엄마는 보상을 바라지는 않는다. 자신이 한 일에 무엇을 보답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 희생만큼 마음 한 구석이 비어 결국 그 보복이 되어 돌아온다.


서로 감정이 격해져 잠시의 진정할 시간을 갖고 난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보복은 아빠부터


엄마가 희생하고 보복을 시작한 건 아빠 때문이다. 우리의 부모세대가 거의 그렇듯이 아빠도 정말 힘든 시절을 보냈다. 그 당시 부사관으로 구타, 가혹행위를 참아가며 가족만을 위해 살아왔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압박감을 그대로 아내와 자식에게도 주었다.


"아빠.. 내 건 다 손해봐도 남에게 주던 엄마가 이렇게 된 건 아빠 탓이에요."

"그래. 그래서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냥 먼저 미안하다고 하는데도 끝까지 몰아붙이잖아"

"아빠가 주었던 30년만큼 아빠도 참아내고 위로해 줘야 돼요. 그리고 엄마도 저번에 내가 얘기했었잖아요. 서로 함께 그 힘든 시절 참아오면서 버텨 온 거라고. 그러니까 두 분 서로 그 버텨낸 거 존중하고 감싸주셔야 한다고! 지금 첫째가 아파서 우리가 모두 힘드니까 더 이렇게 된 거잖아요. 서로를 탓하려고 하지 말고 안아주자고요."


우리는, 내 와이프까지 넷이서 부둥켜 안고 다독였다. 내 아내는 "어머님 아버님 싸우지 마세요." 이 한 마디밖에 못 하고선 그리 서럽게 우는지..


희생을 버리자


희생이란 정말 값진 것이다. 하지만 지속될 수는 없다.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내가 한 노력과 가치가 아무런 보상 없이 끝나는 것이다.

삶의 지속적 행복을 위해서는 희생을 버리고 보복을 버려야 한다.

자신이 희생으로 삶을 살고 있다면 정말 다시 한 번 돌이켜 보길 바란다.

자신이 희생하는 것인지, 희생당하는 것인지를..


희생이란 최후의 것


희생은 결국 자신이 보상하는 수밖에 없다. 뿌듯함이나 보람 같은 마음이겠지.

하지만 이것도 진정한 희생은 아니다.

보상이나 보복을 가진 희생은 희생이라 말할 수 없다.


진정한 희생은 여러 순간들의 마지막에만 가능할 것이다.

희생은 결국 자신이 마이너스가 됨을 받아들이고 그대로 끝나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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