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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딱한 나선생 Jan 30. 2016

나의 32년의 치유, 부모

나로부터 나라까지

나의 32년의 치유... 부모의 변화/ 과거에 대한 용서, 이해/ 더 큰 내가 부모를 감싸는 것 부터..


독립


 나는 내 가정을 증오했다. 아버지의 가정이었을 뿐, 내 가정은 아니었으며 아버지의 강압 앞에 어머니는 약했고 아들 둘인 나와 형은 서로 대립했다. (내가 철학자가 된 것이 이때부터이다. 정신적 독립-연결:사랑과 독립) 아마 대부분의 가정이 과거 이랬을 것이리라. 모두 힘든 시절이었으니..


 관계의 회복은 신체적 독립을 한 20살, 대학생이 된 후부터이다. 자주 볼 일이 없었고, 내 신체와 정신의 자유를 많은 부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정서적 기반이 된 여자친구..(현재의 와이프)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나는 점차 회복되어 갔다.


부족했던 첫 시도


 내가 23살이 되었을 때 가정을 회복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그 당시 나는 어머니, 아버지의 잘잘못이 보였으며 서로에게 자신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다면 분명 과거를 씻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고 어머니는 고마워 했지만 그 과거의 기억이 너무 아파 다시 꺼내기를 거부했다. 현재로도 만족하고 살 수 있으니..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수는 없었다. 반복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립.. 나는 꼭 해결하고 싶었다.(아마 그 당시 나는 어머니, 아버지의 회복보다는 내 마음..나의 과거를 해결하고 싶었으리라.)


 그러나 나는 아직 부모님에게 그정도 권위를 가진 자가 아니었으며 내 마음 또한 그들을 감쌀 수 없었다. 더 중요한 문제는.. 그들에게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갖고 있는 문제인식은 '내 삶이 힘들고 그 원인은 상대에게 있다.'는것 뿐이었다. 난 결국 실패했고 그 아픔을 다시 꺼낸 나만 악인이 되어 그 둘에게 공격받았다.


더 큰 나로 다시


 내 나이 31살 때.. 난 내 가정을 이루고 다시 내 부모의 가정을 회복하고자 했다. 다행히 23살의 상황보다는 모든 것이 좋아져있었다. 아버지는 평생 일해온 해군에서 제대하고 여유를 찾았으며,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마냥 당하고 참지만은 않으려고 했다. 나 또한 23살의 나보다 나아져 있었고 부모와의 관계, 나의 권위도 많이 좋아졌다. 무엇보다도 내 마음에 급급해 23살의 실패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구지 '회복시킨다.'라는 의지로 상황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상황은 아주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울 근교로 이사를 가는 문제로 다툼이 생겼다. 이사를 서울로 가는 이유는 전적으로 아버지의 의지이다. 어머니는 그간 살아온 관계, 활동 등을 모두 접어야 하며 예뻐하는 손주와도 멀어져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아버지가 이사하기 위해 아주 사소한 문제로 인해 500만원 가량의 돈이 갑자기 필요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사소한 문제는 그 근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았기에 아주 큰 문제가 되었다. 어머니는 아버지께 "그렇게 돈이 필요하면 집에 널부러져 있지만 말고 밖에 나가서 잡일이라도 해서 벌어오면 될거 아니냐." 아버지는 어머니께 "내가 평생 군대에서 버텨내서 받고 있는 이 연금이 얼마나 큰 돈인지도 모르면서 그런식으로 막말을 한다." 결국 인신공격 싸움이 되었다.


회복의 시작


 나는 '밑빠진 독에 물 붙기'를 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고 싶지 않다. 이 싸움의 근본 원인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라는 '밑'을 매우기 전에는 500만원을 주기도, 둘의 기분을 풀어주는 행위 따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칼날의 폭풍 같은 부모님의 삶이 남긴 그 상처들을 지나 그들의 마음에 들어왔다. "아버지, 나의 돈이라는 것은 나에게 얼마나 큰 액수가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의 의지로 행복하게 쓸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는가가 중요한 겁니다. 나는 아버지 밑에 있었던 삶 동안 내 돈이 있었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내가 컴퓨터를 사고 싶어도.. 꼭 필요해?, 왜 사야되? 감시와 통제를 당하는데..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어머니는 평생 옆에서 버텨냈는데 오죽하겠습니까.. 내 손해를 봐도 한없이 남에게 배풀던 어머니입니다. 아버지께서 먼저 사과하세요. 여보, 나의 빈곤한 마음이 당신의 여유와 나눔을 빼앗았소. 당신이 이렇게 변하게 된 것은 모두 나의 탓이오. 어머니도 따라하세요. 여보, 당신이 자존심 다 버리고 군대에서 그 수많은 고난을 견뎌내고 가정을 지켜주어서 고맙소."


 이 일로 모든 것이 갑자기 변화하고 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그 '밑'을 매우기는 수월해졌다. 서로의 내면에 있었던.. 아무리 힘들어도 견뎌냈던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는 순간, 그로인해 파생되었던 다른 아픔들은 치유될 수 있다. 아직도 우리 부모님, 나 또한 싸우고 있다. 하지만 난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이제서야 물을 채우기 시작했을 뿐이기에..


다음 이야기.. 나의 12년의 치유, 윤선이... 선이의 변화, 인정, 사랑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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