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을 지속하다

12. 싸움

by 삐딱한 나선생

지속하지 않을 관계라면 어떻게 싸우든 상관없다.

하지만 계속 이어갈 관계라면 한 번의 내던지는 싸움으로 끝나선 안 된다.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싸움을 이어가는 것이다.



싸움에 대한 오해


싸운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머릿속에 그리는 싸움의 그림이 썩 아름답지 않을 것이다.

잘못된 싸움은 미움의 감정으로 시작해 폭력의 결과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싸우는 것은 대립하는 것이다.

너와 나의 다름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 차이를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같게 하기 위한 노력들이다.


싸운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싸움이 폭력이 될때 나빠지는 것이다.

싸움의 방법이 서로 맞지 않는다면 그 어떤것도 폭력적일 수 있다.



싸움의 방법


형과 엄마는 싸움이 커지면 대화를 단절한다.

형과 엄마가 싸우면 서로 말을 하는둥 마는둥 몇 일도 간다.

어렸을적 나도 형과 싸우고 나서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형은 아예 말할 생각이 없었던 기억이 있다.


나와 아빠는 싸움이 끝날때까지 물고 늘어진다.

찜찜하게 감정을 남겨놓지는 않으나 끝장을 보려고 하니 싸우는 상대는 진이 빠진다.

내가 아빠와 싸우면 불과 불이 만나는 격이다.


너무 오랜 외면은 서로의 감정을 모두 차갑게 만들어버린다. 너무 강한 불같은 싸움은 서로의 감정을 모두 까맣게 태워버릴지 모른다.


싸움에 있어 공격적인 것이 무조건 나쁜 것도, 그냥 방어적으로 들어주는 것이 능사도 아니다.

싸움을 회피하는 것도 싸움에 대한 하나의 방식일뿐이다.


누구의 방법이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때론 식어야 하고 때론 불타야 한다.

그래야만 당신의 사람과 계속 싸워낼 수 있을 것이다.



싸움을 맞추다


싸움을 맞춰 가는 것은 그 사람의 싸우는 방식을 알아가는 것이다.

그저 데이트만, 연애만 한 관계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죽도록 싸워보지 않고선 알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죽여가며 싸움을 피하고 관계를 유지했다면 당신의 상대는 당신의 싸움의 방식을 알지 못한다.

반대로 자신의 강한 싸움의 방식으로 상대와의 우위를 점했다면 이 또한 상대의 싸움을 모르게 만든다.


하지만 단순한 싸움의 반복으로는 서로를 잃고 지쳐간다.

홍콩영화의 숙련된 연기자처럼 어쩌면 둘 사이에도 '합'을 맞출 필요가 있는지 모른다.


우리의 움이란 나의 싸움과 너의 싸움이 만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수많은 싸움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지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싸워나갈지에 대해 대화한다면 서로를 좀 더 부드럽게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싸움에 대한 싸움' 메타인지라고 해야할까.


같이 웃고 행복한 상황에서 나쁜사람은 없다.

문제는 삶에서 올 위기의 순간들을 어떻게 싸워나가고 다시 맞춰나갈 것인가이다.

싸움이 서로에게 맞춰졌을 때 나도 화를 낼 수 있고 너도 화를 낼 수 있다.

그리고 이 화는 서로의 싸움을 통해 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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