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글에서 관계, 업무의 지향이 아닌, 실제적 능력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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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기에 더해 당신에게 또 다음을 요구한다.
역시 능력 다음은 겸손이다.
관계를 깨는 관계
대학교 1학년 때, 지금의 아내와 신호등에 서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 나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6살 많은 동기 형이었다.
난 심히 당황했다.
옆엔 얼마 안 된 여자 친구, 주변엔 많은 사람들.
난 정색을 하고 이러지 마시라고 했다.
형은 분명 친함의 표시였다.
하지만 나에겐 너무 불편한 행동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그 형은 사과했고, 관계가 유지되었다.
직장에서도 이런 경우가 많다.
분명 그 사람과 친한 관계가 있었는데.
오히려 그게 더 기분 나쁘게 되는 그런 일들.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명령하는 일.
학생들 앞에서 이름을 막 부르는 일.
관계가 있어 오히려 함부로 하는 태도들.
관계의 우위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
혹은 관계에 자만한 사람들.
친함을 편함에서 만만함까지 내린 사람들.
관계가 재조정되지 않으면 깨는 게 차라리 나을 그런 관계들.
관계를 이용하는 관계
쉽게 말해, 부탁이 너무 많은 관계.
날 하청업체처럼 생각하는 관계.
뭔가 손해 보는 찜찜한 관계이다.
어쩌면 이건 더 악독하였는지 모른다.
차라리 밉고 싫다면 거부감이 생길 텐데.
이건 확 거절하기도 애매한데, 야금야금 잠식한다.
가르쳐준다는 명분으로 넘기는 일.
잘한다며 구슬려 넘기는 일.
직무 외의 관계에 의한 일들.
일은 당연히 관계와 연결된다.
하지만 관계에 이용당했을 때는 내 것이 남지 않는다.
나의 일은 모두 그의 업적이 된다.
난 지금 관계와 업무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관계를 깨는 관계'에서는 일을 하기 싫게 만든다.
'관계를 이용하는 관계'에서는 일을 허무하게 만든다.
관계가 있다고 하여 자만하거나 우쭐하지 말아야 한다.
업무능력이 있다고 관계에 함부로 하면 안 된다.
공과 사는 똑바로 구분하라는 말이다.
관계를 존중하는 관계
부장님을 형으로 부른다고 해서, 공적인 자리에서까지 편하게 하진 않는다.
아무리 동생이어도, 학생들 앞에서는 꼭 선생님의 호칭을 쓴다.
관계를 소중히 한다면 더더욱 지켜줘야 한다.
난 지금 교장선생님과 관계가 좋다.
하지만 만약 내가 이 관계를 믿고 방종하게 군다면 곧 위태로워질 것이다.
내가 만약 관계를 믿고 무리한, 무례한 요구를 한다면..
교장선생님의 업무적 권위를 넘어서려 한다면..
관계는 존중될 때 유지된다.
관계를 존중하는 것은 그의 일도 존중하는 것이다.
교사가 교장의 일을, 교장이 교사의 일을 말이다.
교장선생님이 학교장으로서 운영하고자 하는 바를 알겠다.
교사가 어떤 교육관을 갖고 임하는지를 알겠다.
서로의 일을 알고 존중하겠다.
관계와 업무는 필요충분 관계에 있다.
업무를 존중하지 않으면 관계도 좋아질 수 없다.
존중의 관계에서만 제대로 된 업무 소통이 가능하다.
내 말의 자신감은 관계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
상대방을 믿기에 말할 수 있다.
또 내 자신감은 내 업무에 대한 책임에서 나온다.
하지도 않으면서 말할 수 없다.
난 서로 존중하는 관계들을 많이 채워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