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정보 해방

by 삐딱한 나선생

머리를 깎으러 갔다.

오늘따라 가던 곳들이 문을 닫았다.

겨우 찾은 한 곳은 사람도 없고 좀 그랬다.

사장님의 태도도 뭔가 쐐~했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부당함


의자에 앉고도 뭔가 불안함이 있었다.

너무 엉망으로 자르면 어떡하지.

불친절하게 말하면 확 맞붙어 버릴까.

속으론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다.


뭐 이런 바보 같은 생각들을 했을까.

실제론 아무 일도 없었다.

주인아주머니는 밝지 않을 뿐 나쁘진 않았다.


내 불안함은 기존의 경험 때문이리라.

밝은 조명에, 머리를 자르는 많은 사람들.

문을 열면 "어서 오세요~"하는 반가운 인사.

이런 조건으로 보면 좋은 가게는 아니었다.


만약에 정말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면..

가장 먼저 떠 오른 것은 OO맘 카페였다.

엄마도 아닌 내가 그곳에다 하소연하고 싶었다.

경찰에 신고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남은 나의 억울함.


실로 그곳에선 정말 많은 말들이 오간다.

어떤 가게가 어떻다더라, 어떤 선생이 어떻다더라.

무엇에 대한 좋고 나쁨의 정보가 주관에 따라 생산된다.



정보 생산


얼마 전 택시운전사를 봤다.

광주시민의 정보를 전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그 외국인 기자가 잡혔다면 진실은 영원히 사라졌을지 모른다.

정보 생산의 주체가 적었고, 통제가 되었던 시대였으니.


아마 지금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빼앗지 못한다면 말이다.

카톡, 페북, 밴드 등 어떤 수단이든 가능하다.


미국에서 흑인 과잉진압 논란이 있었다.

조수석의 여자 친구가 페북 라이브로 전 세계에 알리며 이슈가 되었던 것이다.

우리 모두는 기자이며, 걸어 다니는 방송국이다.


하나, 말할 힘을 가졌다고 끝이 아니다.

힘 자체에는 선악이 없다.

모든 사람이 언론인으로서의 자각이 없다면 말은 흉기일 뿐이다.



시민 의식


수학여행 버스 용변 사건이 있었다.

처음 뉴스에선 해당 교사를 파렴치한으로 말했다.

학생을 버스 안에서 볼일을 보게 만들고, 그 학생을 휴게소에 방치한 것으로 말이다.

당연히 그 기사 댓글엔 해당 교사에 대한 욕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부터 장염으로 학부모에게 불참을 권했다는 것.

버스를 갓길에 세우는 것도 2차 사고의 위험으로 버스 운전사가 거부함.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조치를 한 것이었다는 이야기다.


이 기사엔 무책임한 부모를 욕하는 댓글이 많았다.

사람들은 언론이 주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언론사는 빠르게, 자극적으로 알려주려 한다.

하지만 공정성을 잃으면 그 자체로 악이다.


초등학생들이 싸우면 이렇게 말한다.

"저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쟤가 먼저 때렸어요."

나의 잘못은 숨기고, 상대방의 잘못을 드러낸다.


싸움은 양쪽 모두의 말을 들어봐야 한다.

한쪽 입장만을 들으면 반대쪽은 완전 악당이 된다.

자신의 감정만을 담은 반쪽짜리 정보는 초등학생의 싸움과 다르지 않다.



정보 정의


그래도 난 미래를 긍정적으로 본다.

버스에는 다른 학생들이 함께 있었다.

한 명의 감정적 진술이 아닌, 객관적 정황을 알 수 있다.

그 반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의 복직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한다고 들었다.


OO맘 카페엔 특정 가게를 비판하는 글도 올라온다.

하나, 미워서 꾸며낸 글은 쉽게 드러난다.

그 가게를 그 사람만 이용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재벌 손자와 연예인 아들이 학교폭력 사건에서 빠졌다는 뉴스를 봤다.

땅콩 회항, 공관병 갑질 등등 이런 사건이 줄줄이 터진다.

난 이 일들이 요즘의 문제라고 생각지 않는다.

고여서 썩었던 정보가 해방되어 터져 나오는 것이다.


과거엔 갑질을 당해도 힘이 없었다.

어디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정보를 내부에 눌러 가두는 것도 쉬웠다.

그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등병이 여론이 되면 별을 이긴다.

모두에겐 눈이 있고, 손엔 스마트폰이 있다.


누구나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

단, 그 정보는 옳은 것이어야 한다.

정보가 해방된 시대.

옳지 않다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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