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둘째, 둘이서만 데이트를 나섰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동기와 목적
1. 아내가 더 자야 한다.
2. 둘째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
3. 아이도 좋고 나도 좋은 무언가가 필요하다.
요즘은 첫째도, 둘째도 아내한테만 붙어서 꼭 엄마하고만 잡니다.
덕분에 편하긴 하지만 아내가 많이 힘들죠.
아내는 잠을 설치기 때문에 아침잠을 좀 더 자야 합니다.
그런데 둘째가 밤에 일찍 잠들고 아침에 먼저 깨요
아내는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젤리를 주라고 했지만..
그건 잠깐 시간을 벌 뿐이죠.
첫째는 양가 부모님께 맡기기도 하고 해서 아이 보는 비중이 아내와 비슷했어요.
둘째는 아내가 휴직을 하고 거의 전적으로 보니까 점점 더 저랑은 잘 안 놀게 되는 거 같더라고요.
엄마, 언니도 없이 단 둘이서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마침 기회다 싶었지요.
옷만 대충 입히고 나갔습니다.
옷도 언니 옷이었다네요. ^^;
별 계획 없이 맘 가는 데로 갔어요.
걸을까 했더니 근처는 다 가봐서 재미가 없었어요.
우선 차를 타고 왼쪽으로 갈까, 오른쪽으로 갈까, 대학교나 가볼까 했지요.
가다가 시청에 무슨 조형물이 보이더라고요.
강원도 삼척시청이다 보니 평창 동계올림픽 캐릭터였네요.
주말이라 사람도 없고 별로 볼 건 없었습니다.
뭘 할까 하며 걷다가 산책로가 보이더군요.
"올라 가볼까?"
했더니 간다고 하네요.
학습목표
잘 됐다 요놈. ㅋㅋ
막상 나오니 저도 목표의식이 생겼습니다.
절대 안 안아주고, 스스로 걷게 하리라!
요즘 요놈이 꾀를 자꾸 부려요.
쫌만 걸으면 안아달라고 보채거든요.
근데 요게 좀 아닌 거 같은 거죠.
문제의식
1.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는 잘 걷는다.
2. 아이스크림 먹으면서는 잘 걷는다.
3. 결정적으로 엄마한테만 매달린다.
언덕을 10m쯤 걸었나..
벌써부터 안아달래요.
사실 등산할 계획도 없긴 했어요.
저랑 아이 모두 샌들이었거든요.
요즘은 또 삑삑이 신발에 꽂혔어요.
하지만 벌써 포기할 순 없죠.
전 원칙 세 가지를 지킵니다.
교육방향
1. 아이의 의견을 존중한다.
2. 자기 일은 자기가 책임진다.
3. 하고자 하는 건 도와준다.
전 아이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올라갈 거야? 아님 그냥 내려갈래?"
그냥 다 "응"이라고 해서 다시 "올라갈까?" 했더니 손을 잡더군요.
물론 쉽지 않았습니다.
정상까지 250m, 만만히 여겼네요.
길이 생각보다 가파르고 좋지 않았어요.
열 번 넘게 실랑이를 했던 거 같아요.
3분의 1도 못 갔는데 엄마를 찾고, 물 달라고 할 때는 정말..
내가 무모한 짓을 시작했구나 생각도 했습니다. ㅋ
다행히 나무 의자가 있어서 좀 쉬고 다시 출발했지요.
억지로 끌고 가거나, 들고 가지는 않았습니다.
자주 멈추고 징징거렸지만 스스로 걷게 했습니다.
스스로 발을 내밀때까지 기다렸어요.
결국 안아주지 않고 등산 성공했습니다.
거의 다 와서는 물 달라고 엉엉 울었지만요 ㅋㅋ..
내려온 길에 작은 장미가 있었습니다.
아내도 준비가 다 되었다고 했습니다.
시원한 물도 준비했다고 했습니다.
정리
하지만 전 마지막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빠랑은 고생만 하고 엄마가 물을 주면 점수는 엄마가 받아가지요.
덥고 힘들었던 등산을 시원하게 마무리 지어야 돼요. ㅋ
다행히 시청 당직하시는 분께서 물을 주셨습니다.
선풍기 바람도 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둘째가 저랑 또 같이 나가줄지는 모르겠네요. ㅋㅋ;;
그래도 우리 둘의 '친해지길 바래'는 계속 이어가야겠습니다.
부부간에도 둘만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아이와도 온전한 둘만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
"여성가족부 '같이 하는 가치육아 공모전' 응모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