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김밥 인수분해

by 삐딱한 나선생


분해


김밥을 먹습니다.

김밥은 아이에게 좋은 음식인 것 같아요.

맵지도 않고, 다양한 영양소가 있지요.


하지만 우리 아가들은 그냥 먹지 않죠.

하나하나 분해해서 먹습니다.

'햄,계란,단무지,시금치,김,밥'이지요.


"이건 뭐예요?" "햄이지~"

알면서 일부러 물어봅니다.

재료를 각각 맛보고 싶은가 봐요.



익히기


하나씩 알아가는 건 좋은 일이에요.

우리는 김밥이 익숙해서 맛이 어우러지지요.

하지만 아이에겐 섞이면 뭐가 뭔지 모를 수 있어요.


저는 고기를 먹을 때 마늘, 파절이 등을 넣어 싸 먹거든요.

제 아내는 절대 싸 먹지 않아요.

고기 맛을 온전히 즐기는 고수거든요.

어쩌면 제 아이들은 그런 경지에 있는지도 모르죠.


햄의 고소한 맛을 알고.

단무지의 새콤달달한 맛을 알고.

그 맛을 모두 알 수 있을 때 김밥을 알지 않을까요.

https://brunch.co.kr/@darkarkorn8cnl/56



책임


그렇다고 무한정 헤쳐놓는 건 인정하지 않습니다.

뱉어놓은 고추도 먹이는 저입니다.

분해를 하더라도 쓰레기로 만들어선 안 됩니다.


"완전히 다 먹어야 줄 거야~"

원하는 거만 쏙 빼먹고 다른 거 달라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이젠 남은 김과 밥도 잘 먹습니다.


알맹이 빠진 김밥은 저도 먹기 싫어요.

그렇다고 먹기 싫은 걸 억지로 먹이는 부모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아이가 먹고 싶은 걸 선택하고, 그 책임은 스스로 지는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자기가 볶음밥 말고 김밥 먹겠다고 했거든요.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헌 고추 줄게, 새 고추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