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수업만 하지 않는다.
수업이 아닌 '업무'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공을 보고 뽑는 회사가 아니기에 나누기 애매하다.
색깔
허OO 선생님은 소위 '네임드 교사'다.
책도 쓰시고, 강의도 많이 다니신다.
1급 정교사 연수 때 누가 물었다.
"그 많은 수업 연구들을 어떻게 하실 수 있나요?"
선생님은 대답하셨다.
"전 6학년만 합니다."
아.. 다들 뭔가 깨우침이 있었다.
사춘기 반항에 힘들다고 하는 6학년이다.
하지만 그 학년만 계속하면 교육과정도 머릿속에 있으리라.
중, 고등학교 선생님은 교과서도 없이 내용이 줄줄 나온다.
삼척의 권OO 선생님도 대단한 분이시다.
독서토론과 관련해 전국으로 연수를 다니시고, 책도 여러 권 내셨다.
학교에선 도서관, 문집 등의 업무를 하신다.
꼭 유명한 교사만 그런 건 아니다.
음악, 체육, 정보 등 전문가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
자기만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 어찌 멋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고집
그러나 간혹 아름답지 않은 경우도 있다.
"난 꼭 몇 학년을 해야 한다. 난 이 업무를 받아야 한다."
자기가 원하는 것만 하려는 사람들.
뜻하는 바가 있다면 이해할 수 있다.
출산 등의 이유가 있다면 배려한다.
이미 공인된 교사라면 부탁하는 입장일 것이다.
하나, 자기가 편하려는 이기심은 답이 없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 온갖 이유를 들어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운다.
이성적 옳고 그름이 아닌, 감정적 논쟁으로 간다.
자신을 생각하는 본능을 무조건 비판하려는 건 아니다.
아무리 한 분야의 전문가도 새로운 곳에 놓으면 어리숙한 이등병에 불과하다.
자기 몸을 갖고 있는 한, 완전한 이타적 인간은 불가능할 것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
같이 밥을 먹으려면 메뉴를 맞춰야 한다.
먹기 싫어하는 음식이 있는 사람은 그것만 빼주면 된다.
난 이걸 꼭 먹어야 된다고 하는 사람과는 같이 밥 먹기가 어렵다.
조화
경력이 차오르면 두려워진다.
"이제 10년 이상의 선배교사가 돼가는데 이래도 되나."
"후배들에게 자신 있게 알려주는 멋진 선배가 돼야 할 텐데."
흐르는 시간에 자신의 색깔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면 슬픈 일이다.
그렇다고 꼭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난 어떤 학년을 맡아도 해낼 자신이 있어"
"새로운 업무도 까짓 거 해보지 뭐."
얕고 넓은 지식, 지대넓얕의 완전판이 초등교사 아니었던가.
강한 색만으로 그림을 그리면 주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파스텔, 색연필의 연한 색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교직도 사람 사는 곳이라 잘난 사람도, 치사한 사람도 많다.
그래도 그 바탕을 채워 그림을 완성해주는 보통의 좋은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그림을 그리려면 물감 몇 개정도는 있어야 한다.
하나의 색은 도저히 다른 조합을 만들 수 없다.
몇 개의 색만 있어도 섞으면 다른 색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자기의 색을 가지되, 다른 색과 어우러지는 그런 멋진 그림을 그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