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다 말하지 말아요

학교에 당연히 일하는 사람은 없다

by 삐딱한 나선생

당연한 건 가치가 없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도 그랬고.

미세먼지가 난리치고 그래야 소중한 줄 알지.



행정실


예전 4~6학년, 경주로 테마학습여행을 갔다.

테마학습은 수학여행의 최근 용어다.

아무튼 그걸 가려면 사전답사를 다녀와야 한다.


사전답사를 가면 숙박비, 식비, 교통비는 준다.

맛집은 못 가도, 한 끼 7천 원, 하루 2만 원까지는 말이다.

실제 쓰는 돈 보다 출장비는 적지만, 그래도 그 정도 주는 게 어딘가.


그런데 하필 답사 가는 주말에 경주 축제가 많더라.

원래 관광지로 유명했던 데다, 요즘은 또 얼마나 그런 쪽으로 발전시키나.

그냥 잠을 자려고 해도 학생들 숙박하는 호텔은 자리가 없고, 펜션은 20만 원이다.


교사는 하루 숙박에 최대 5만 원까지 지원을 해준다.

그 돈으론 모텔 가기도 어렵지만.. 우리 행정실에선 30%를 더 줬다.

사유가 있는 경우, 30%까지 더 지원이 가능하단다.

지금 제도 안에선 최대로 준거였고, 난 최고의 주무관님을 만난 거다.



행정사


강원도엔 교무행정사가 있다.

예전엔 전산, 과학실 실무보조였지만.

지금은 교무실에 상주하며 교육활동을 지원한다.


하지만.. 100년이 넘은 공교육 시스템도 문제가 많은데.

최근에 만들어 정착되어 가는 교무행정사는 오죽하겠나.

아래는 검색창에 교무행정사 치면 나오는 카페의 글이다.


교무행정사는 교무행정이나 교사들의 교육활동 지원 업무를 맡는다.
그런데 주 업무 외에 전화받기부터 차 심부름이나, 찻잔 설거지, 과일 떡 심부름, 수업 자료 복사, 청소까지 허드렛일을 한다.


이 아래에 댓글도 많다.

"전화응대, 가정 통신문 복사는 공식업무다."

반대의 과도한 업무, 불공정함의 불만 그리고 조언 등.


물론 누구의 입장에서 말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교사도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주 업무지만 허드렛일은 생긴다.

다만, 그 일들을 어떤 자세로 하느냐에 차이가 있을 뿐.



나 또한


교장이 하는 말 중에 제일 짜증 나는 것이 있다.

"교사라면 말이야!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아냐?"

나를 아주 부하직원처럼 막 대하는 태도.


공부하려는데 엄마가 시키면 짜증이 나듯.

나한테 누가 명령하면 내가 좋아하던 것도 싫다.

내 행동은 누군가의 지시가 아닌 아이들을 위한 내 능동이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도 생각해본다.

내가 교사라고 행정실과 행정사에겐 그러지 않았나.

가르치는 교사인 내가 학교의 메인 업무고, 당신들은 내 보조를 한다고.

나를 당연히 여기는 미운 교장처럼, 혹시 나는 당신을 당연히 여기진 않았는가.


내 짧은 삶 동안 난 행정실, 행정사님과 잘 지내왔다.

못을 하나 박아줘도 고마웠고, 공문 하나 보내주면 감사했다.

내가 다른 사람을 뭐라 고쳐주고, 더 나아지게 만들 자신은 없다.

그래도 난 당신들이 있어 고맙기에.. 그들도 조금은 날 더 도와주려 하더라.


당연한 건 가치가 없다.

아니, 가치를 못 느낀다.

당연하지 않은 당신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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