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본 눈 삽니다

by 삐딱한 나선생

작은 학교는 편하다고들 한다.

데리고 있는 학생 수도 적고, 민원도 덜 하다고.

하지만 적어서 힘든 점도 많다.



너만 보여


교사라면 누구나 모든 학생이 나에게 빨려오는, 그런 몰입감 있는 수업을 꿈꿀 것이다.

그래서 수업 연구를 하고, 다양한 활동을 준비한다.

그러나 학습 의욕 자체가 떨어져 있는 학생들도 있다.


큰 학교라면 '딴짓하고 있네' 정도로 보일 텐데.

작은 학교는 거리가 너무 가까워 뭘 그리고 있는지도 다 보인다.

30명 중에 그런 학생이 3명이면 10프로지만, 10명 중에 3명이면 30퍼센트다.


작아서 크게 보이는 건 공부뿐만이 아니다.

학생이 많으면 모르고 넘어갈 것도 눈에 띄는 게 많다.

할애하는 시간, 마주치는 눈빛이 많다 보니 표정, 기분이 훤히 보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하지만 나는 잘하는 학생보다 안 보는 학생이 눈에 들어오고.

웃고 떠드는 모습보다 슬프고 우울한 얼굴이 눈에 들어와서.

나태주 시인은 풀꽃을 보며 그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을 때.

나영상 교사는 교실에 시들어 있는 아이에 아픔을 느낀다.



좋아 보여


작년엔 코로나로 실시간 줌 수업을 했다.

앱을 깔고, 접속시키는 것부터 쉽지는 않았다.

고학년이라 대부분 익숙해지고 잘했지만 유독 안 되는 친구가 있었다.


아내와 연애시절에도 안 하던 모닝콜을 매일같이 해야 했다.

거의 속옷 차림으로 있어, 옷을 입으라고도, 씻고 오라고도 했다.

눈이 자꾸 다른 곳을 보고 있어 확인하면,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수업이 너무 끊겨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다.

아침 1, 2교시엔 얘기를 좀 하다가 적당한 선에선 놓았다.

성실히 접속하고 열심히 하는 다른 친구들에겐 큰 피해가 될 것 같았다.


하루는 나도 힘들어 정말 잘하는 학생의 화면을 고정해 봤다.

그 학생은 계속 화면에 집중하고, 내 말에 반응했다.

난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고, 수업이 즐거웠다.


어쩌면 비겁하다고 할지 모른다.

어렵고 힘든 학생을 더 많이 챙겨야 한다고.

하지만 난 잔소리하는 선생님에서 즐겁게 수업하는 선생님으로 바뀔 수 있었다.



보여줄게


김종배의 시선집중.

출근길 라디오에선 토론이 한창이었다.

촉법소년, 심각한 청소년 범죄에 관한 것이었다.


경찰학과 교수는 죄의식, 반성이 없는 청소년을 엄벌하고 형사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변호사는 감정적 처벌이 아닌 교육, 지속 관리 등을 통한 변화 가능성을 말했다.

범죄자를 잡아야 하는 경찰과, 범죄자도 상담하고 변호해야 하는 사람.


난 둘의 의견을 들으며 개인의 주된 경험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됨을 느꼈다.

뉴스에 나오는 극단적인 사례만 아니라면 교실에는 양쪽의 상황들이 많다.

아이의 눈이 아닌, 이미 악마가 되어버린 것 같은 사악한 아이도.

조금만 신경 써주면 나아질, 내면은 착한 아이도.


교사도 너무 나쁜 아이들만 보다 보면 처벌에 무게를 두게 된다.

나쁜 사람을 잡으려다 더 무섭고 험악해진 강력계 형사처럼.

난 경찰과 같은 규칙 적용의 단호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의 편에서 변호하려는 마음도 잃고 싶진 않다.


웃어줄게.

예쁘게 말해 줄게.

좀 더 좋은 나를 보여줄게.

그러려면 내가 나빠지지 않아야 하니까.

난 너뿐만 아니라 옆의 다른 친구들도 봐야 하니까.

또 다음 해에, 그다음 해에도 난 웃으며 아이들을 만나야 하니까.

가끔은.. 너무 힘들 땐, 널 모른 척하는 나도 이해해주기를.

작가의 이전글너희들의 자식 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