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다.
메뉴에 따라 오늘의 기쁨과 슬픔이 갈릴 정도다.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편안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넌 먹지 마
몇 년 전, 학급에 덩치가 큰 학생이 있었다.
키도 큰데 비만도도 높아 좀 심해 보이긴 했다.
영양, 보건 선생님께 상담도 수년 받아온 모양이다.
학기초 급식을 먹는데 거슬리는 말이 들렸다.
"넌 그만 받아. 조리사님! 얘는 밥 반만 주세요!"
처음 받을 때도 거절, 다시 받으러 가도 퇴짜였다.
아이는 우울하고 속상해했고, 오후 수업에 태도도 좋지 않았다.
방과후 시간이 되기도 전에 배가 고프다, 간식을 먹겠다 난리였다.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니, 영양선생님과 말을 나눌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 '넌 살 빼야 되니까 먹지 마' 이러시는 건 좀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급식지도를 적극적으로 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이건 인격을 건드는 경계에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한테는 '외모로 놀리지 마라, 모두가 사랑받아야 할 소중한 존재다'라고 가르치고 있는데요."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강경했다.
얘는 세게 말 안 하면 계속 달라한다.
살이 너무 쪄서 다리도 휘려 그러지 않냐.
"맞아요. 건강에도 문제가 있고 살도 빼야 하니 영양균형 중요하죠.
그러니까 더더욱 급식을 잘 먹고, 간식을 줄이는 게 낫지 않을까요.
가정 상황도 잘 챙기기 어려워, 제대로 된 식사가 급식뿐인 걸요."
여전히 돌아오는 답은 강경했다.
아이와 나는 적당히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해 영양선생님은 명예퇴직을 하셨고, 난 학교를 떴다.
이후 아이의 점심은 행복해졌을까, 이젠 지난 일이 되었길 바랄 뿐이다.
다 먹어야지
예전엔 정말 급식 검사를 심하게 했다.
다 먹지 못하면 먹을 때까지 혼나고 교실에 가지도 못했다.
아내도 싫어하는 반찬을 억지로 입에 넣었다가 게워낸 얘기도 한다.
요즘엔 이렇게 심하게 하는 선생님은 보기 힘들다.
강제로 먹였다간 민원에 시달리기도, 뉴스에 나오기도 하니까.
영양선생님들도 스티커와 같은 보상제도로 안 남기도록 유도한다.
음식이, 식재료가 아까워 다 먹이려 했던 옛날.
학생 인권이, 개인의 자유가 중요한 요즘.
급식지도가 덜 폭력적인 방식으로 바뀐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음식을 바라보는 태도도 바뀌었을까.
억지로 먹이는 행위가 어려운 지금이지만.
억지로 먹이고 싶은 생각은 남아있지 않은가.
초딩 입맛
회식을 하다보면 음식으로 놀림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동해 사람이 해산물도 못 먹어? 개불이 얼마나 맛있는데!"
또 버섯, 야채 보다는 고기를 좋아한다하면 초딩 입맛이라고 놀린다.
그럼, 그런 음식들을 먹으면 어른인건가.
뱀이고 곰이고 사람이고 가리지 않으면 어르신이라도 되나.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이건 뭐가 안 좋다면서 빼는 건 꼭 있더만.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권하는 좋은 마음인 경우도 있다.
나도 나이 들어가며 음식의 범위가 확장되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음식은 옳은 것이 아닌 좋은 것이어야 한다.
"급식이니까, 너에게만 맞출 수 없다고.
먹을 만큼만 받아서 남기지 말라고 지도해요.
영양도 중요하니까 싫어하는 것도 맛은 꼭 보라고 하고요.
하지만 반대로, 단체식이라서 어쩔 수 없이 먹는 경우도 생기는 거니까.
누구나 좋고 싫음은 있는 거니까, 옳다 그르다 강요는 말아주시길.
대한민국 초딩을 위해 초딩 입맛 초등 선생이 글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