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해서 미안해

by 삐딱한 나선생

코로나19로 우리 학교는 양치를 금지하고 있다.

정확히 말해 우리 학교 '학생'에게 금지이다.

나도 버티지 못하고 치사한 어른이 되었다.



원칙


방역수칙 어디에도 양치하지 말란 얘기는 없다.

그러나 비말이 튀는 행위가 위험하다면 금지하는 게 맞다.

침이 묻을까 봐 정수기도 제한하는데, 침을 퉤 뱉는 건 위험하긴 하다.


작년엔 우리 반만 양치를 시켰다.

학급 인원이 8명밖에 안 되니까.

다른 학년엔 원하는 학생이 별로 없다 했고.


하지만 이번엔 양치를 못 시켜줬다.

복도 양쪽으로, 남녀 화장실로 나뉘어 관리하겠다 했지만.

올해 처음으로 보건 선생님이 생겼고, 그분은 작년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엄청 시달렸기에.


어떤 학부모님은 양치를 꼭 시켜달라 할 수도 있다.

그러다 만에 하나 확진자가 나오면 양치를 왜 시켰나 하는 학부모 단체 항의가 온다.

보건 당국에서 조사가 오면, 학교에서는 방역수칙을 지켰는지, 학교 탓은 없는지 찾는다.


이런 상황엔 안 하는 게 낫다.

하고 욕먹느니 원칙을 지키는 거다.

그렇지만 여전히 마음은 불편하다.



현실


우리 학교는 수업 동과 본관으로 건물이 나뉘어 있다.

교무실, 행정실을 가려면 본관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복도에서 양치하며 지나가는 모습을 봤다.


아.. 양치를 금지하는 건 우리 건물뿐이구나.

양치를 하는 것에 양심 찔려하는 건 나뿐이구나.

내가 양치를 시켜달라 주장하는 건 그들과 관련이 없구나.


코로나로 제일 피해를 보는 건 아이들이라고.

마스크를 쓰는 것도, 어떤 수칙도 가장 엄격히 지킨다고.

교직원들은 편하게 양치하고, 내 아이만 억울하다 욕해도 할 말 없다.


하지만, 이것이 학교엔 나쁜 어른만 있어서 그런 것인가.

다른 직장들은, 어른들도 강제로 못하게 막은 곳이 있나.

이렇게 미안해하며 양치해야 하는 직장이 또 있을까.



현실적 원칙


큰 학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코로나가 없을 때도 화장실이 부족했다.

거리를 두고, 말 안 하도록 시키고, 말도 안 된다.


50명 미만의 작은 학교는 양치도 다 한다고 들었다.

인원의 밀집도에 따라 적용 가능한 현실이 있다.

유치원, 초등학생 내 두 딸도 양치를 못한다.


우리 애들도 치과치료가 늘었다.

신경치료로 은니 크라운을 하나씩 했다.

부모로선 양치를 바라지만, 학교를 아니까 치과를 간다.


나도 금니가 8개다.

이도 원래 약한데 양치를 못하니 뻐근히 아파온다.

오후 수업을 하면 내 입냄새가 마스크 속에 가득 찬 느낌이다.


반년 넘게 버티다가 최근 양치를 시작했다.

여전히 애들한테 걸릴까 주머니 깊숙이 넣는다.

전담시간, 방과 후 아이들의 눈을 피해 1층 화장실로 간다.


사실 이 글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내 비밀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내부고발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 글이 내 개인적인 양심 고백으로 끝나지 않고, 서로의 고통을 이해해주는 쪽으로 가길 빈다.


방역도 지키고 경제도 살린다는 건 모순적이다.

이건 마스크 쓰고 양치하라는 말처럼 들린다.

지금은 어떤 가치들이 양립하기 어려운 시기다.

학교 또한 다르지 않고, 여러 면에서 잘 버텨야 한다.


"얘들아~ 우선은 자기 물로 우물우물 꿀꺽하고.

마이쮸든 껌이든 갖고 와서 씹어. 5교시까지도 봐줄게."

비겁하게 숨어 양치하는 선생님이 줄 수 있는 현실적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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