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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딱한 나선생 May 31. 2023

삐딱한 나 선생의 무너진 이야기

[삐딱한 나 선생의 학교 바로보기]

책을 낸 게 불과 1년이 되지 않는다.

그땐 분명했던 생각들이 이젠 흐릿하다.



관계


'순수함, 그리고 교직 사회'

난 인간대 인간의 관계 맺음을 원했다.

일을 통해 만났지만 사람으로 이어지고 싶었다.

가능하면 일부러라도 누나, 형이라는 호칭을 쓰려했다.


대부분은 가깝게 잘 지냈다.

때론 부딪힘도 있었지만 내 진심에 후회는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마음을 이렇게 쓰는 게 맞나 싶다.


아내는 친한 선생님과 "쌤~쌤~"하며 잘 지낸다.

'언니'라는 사적 관계는 열지 않았다.

그래도 선생님으로는 제일 친한 상태가 아닐까.

그리고 이게 꽤나 현명하다는 생각을 한다.


연애시절 가식적이라고, 가면을 쓰고 사람을 대한다고 아내에게 뭐라고 했었다.

이제는 모두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게 꼭 좋기만 한 건 아니라는 것도,

모두가 내 진심을 원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안다.

내 마음을 다하고 지낼 때보다, 상대방의 마음에 맞추려는 지금이 훨씬 힘들다.



승진


교사로서도 방황 중이다.

막연한 승진이 아닌 나만의 길이 있을 줄 알았다.

직급이 아니라 무엇 하나는 내 전문성을 가진 권위를 이루고 싶었다.


영재 수업도, 독서 모임도 손을 놓고 싶어 진다.

처음엔 수업을 계획하고 성장하는 느낌도 있었다.

이제는 반복되는 일이 된 듯 점점 끌려가는 기분이다.


'교사로 남아 주세요'라고 했던 내가 장학사를 염두에 둔다.

점수를 따러 다니기엔 늦었고, 주위 형들이 많이 들어갔다.

동문회나 교사들 모임에는 직급이 중요해 보이기도 한다.


물론 내가 원한다고 쉽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 고생하는 자리를 굳이 들어가야 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나를 배신한 것만 같다.


저는 멋진 교사가 될 겁니다 했던 과거의 나.

멋진 교사가 되지도 못했는데 승진이라도 해야 하나 하는 지금의 나.

교사라는 길을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점점 모르겠다.



생각


'알림장'은 써 주지 않는다고, 학생 스스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던 나였다.

숙제를 더 내 달래도, 애들 사진을 찍어달래도 하지 않았다.

학부모의 요구를 듣기보다 내 생각을 전하려 했다.


지금은 끝까지 당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더 센 학부모를 만나면 맞춰주게 되지 않을까.

어쩌면 내가 편하려는 합리화는 아니었을까.


요즘 난 주변 눈치를 보고 나를 믿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고작 몇 번의 상처로 무너지는 내 멘탈이 바보 같기도 하다.

용기 내어 글을 쓴대도 당분간은 이런 무너진 말이 나올 것 같다.


날카롭게 보고 겁내지 않았던 나선생은 지나갔다.

이미 겪은 일은 날 변화시켰고 경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럼에도 글을 쓰는 건 내가 스스로 일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반대로 이렇게 무너지는 내가 다행이란 생각도 한다.

자신만 옳다고 우기는 그런 사람은 되지 않았으니까.

밖을 욕하기보다 내가 변하기 위해 괴로운 거니까.


사람의 생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큰 시련 앞에 충분히 아파하지 않고서야.

어둡고 답답한 번데기를 지나서야 나비가 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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