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나에겐 꼭 가야 할 학교가 없다.
관계
어디에 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면 누구랑 있는 게 중요하겠다.
동학년이 너무 괜찮아서 내년에 또 하자고도 하더라.
나도 올해 한 사람을 보고 옮겼었다.
좋으신 분이었고 개인적으로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학교 분위기는 어쩔 수 없었다.
아니, 내가 마음을 열지 못해서인지도 모른다.
술에 의존하지 않고는 입을 잘 열지도 않게 된 난데.
교직원 거주 지역이 나뉘어 있어 술자리는 거의 없었다.
굳이 먼저 말을 걸러가지 않았고 일로만 만났다.
직원들 간에 분쟁이 생기기도 했지만 난 별일이 없었다.
난 다시 1년 만에 학교를 옮긴다.
남으려는 한 사람은 새로 오신 선생님과의 의리를 생각했다.
이유 아닌 이유
처음 강릉에 발령받았을 때 좋은 형들도 많았다.
그들도 시기가 되어 원주로 평창으로 옮겼다.
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삼척으로 왔다.
사람을 따라가기엔 육아라는 현실이 더 컸다.
결혼을 해야 해서, 처가와 가까워서 옮기기도 한다.
학교라는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들이 더 중요할 때도 많다.
때론 어떤 의도치 않은 문제들로 떠나기도 한다.
말도 안 되는 억울한 일, 갑작스러운 사고, 깊어지는 다툼.
내가 원했던 이유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이유들이 생기기도 한다.
나는 정말 심각한 큰일을 겪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젠 굳이 부딪히고 상처받고 싶진 않다.
할 말은 해야 한다 했던 내가 그냥 도망쳐버리는 사람이 됐다.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와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좋은 아이들을 만나기보단 힘든 반을 맡게 될 것이 예상도 된다.
그래도 여기를 벗어나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
살면서 또 내 삶의 의미를 잃을지도 모르지만.
살아갈 이유를 찾고 싶은 나는, 아직 죽지 않았으니.
지금 떠나는 나는 내 자리를 찾고, 떠나지 않을 내가 되기를.
(2024년, 남는 사람도 떠나는 사람도 모두 그 자리에서 잘 살아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