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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준 Mar 24. 2019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

전 세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기억의 위대한 힘

[국내 도서 > 인문 > 인문학 일반 > 인문 교양]

조슈아 포어 지음 | 류현 옮김 | 갤리온 | 2016년 04월 21일 출간


  회사에 입사하고 일이 하나둘 씩 생기면서 기억해야 할 것들이 점점 많아졌다. 학부 때, 전산과와 기계과를 복수 전공하긴 했지만 로봇에만 관심이 있어서 전산과 수업도 그런 쪽으로만 들었었다. 석사과정도 기계과에서 보냈기 때문에 IT 회사에서는 새로 공부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스프링 프레임웍부터 시작해서 서버 인프라, 데이터 프로세싱, 하둡, 머신러닝 등등 정신이 없었다. 이런 방대한 내용을 거의 다 알고 계신 사수님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그러던 중 서점에서 이 책을 마주치게 되었다. 내 부족한 기억력을 한탄하던 때에 만나서 그런지 뽐뿌가 제대로 왔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실제 있었던 일로 조슈아 포어라는 과학 기자가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 취재를 나가면서 시작된다. 조슈아 포어는 취재 중에 누구나 기억력 천재가 될 수 있음을 듣게 되어 궁금한 마음에 직접 참여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1년 동안 훈련한 결과, 2006년 메모리 챔피언십 우승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에세이라고는 할 수 없다. 기억력에 관해 더 깊이 취재해서 알아낸 내용들도 책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있기 때문이다. 고대에 많은 글과 시들을 어떻게 외울 수 있었는지에 대한 얘기는 물론이고, 자신이 방금 한 일을 잊고, 잊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부터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까지 인터뷰한 내용들도 담겨 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기억력을 훈련하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책에 나온 많은 것을 기억하는 방법은 간단하게 말하면 외울 내용을 이미지화해서 기억하는 것이다. 만약에 숫자라면 숫자와 연관된 사물이나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뇌리에 꽂힐 만큼 특이하거나 인상 깊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그 이미지들로부터 다시 숫자를 기억해내기가 쉽다. 하지만 평소에 이런 과정을 거쳐서 기억하지 않았기 때문에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자신이 평소에 알고 있는 만화, 영화배우, 살면서 겪었던 일들 등 머릿속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총동원해서 이미지를 만들어 내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방법대로 기억력을 높이고 싶다면 너무 책만 보고 공부만 해서는 안된다. 텔레비전도 보고 놀기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해야 특이하고 재밌는 이미지들을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소설을 많이 보고 상상력을 많이 높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기억의 궁전이 생길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평소에 건망증도 있고 기억력도 평범한 수준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렇게 평범한 수준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조슈아 포어는 미국 아이비리그 사립대학인 예일대를 졸업했다. 이것만 봐도 평범하다고 할 수는 없다. 괜히 이 사람이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게 아니다. 어느 정도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평범한 사람들도 노력하고 훈련하면 할 수 있다고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슈아 포어만큼의 기억력을 가지는 데에 1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니 1년만 저자처럼 따라 하면 똑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큰 기대는 하지 말자.


  저자가 자신을 통해 직접 실험하면서까지 기억의 작동 과정을 파헤친 상당히 분석적인 책이다. 체계적이고 정리도 잘 되어 있는 인문서적이다. 기억력을 높이고 싶어서 읽었지만 뇌과학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었다. 기억력을 좀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과 뇌과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아래는 저자의 테드 동영상을 첨부했다. 한글 자막이 약간 이상할 수 있으니 리스닝에 집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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