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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준 Mar 31. 2019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 보기

[국내 도서 > 시/에세이 > 테마에세이 > 명상에세이]

혜민 지음 | 이영철 그림 | 쌤엔파커스 | 2012년 01월 27일 출간


  이 책은 혜민 스님이 처음 펴낸 책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이다. 책은 8개의 카테고리로 나뉜 좋은 글들의 묶음이었다. 목차에서 나오는 소제목이 있는 부분은 4, 5페이지 분량의 산문 형식 에세이이다. 나머지 300여 페이지를 채우는 부분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올릴 만한 간단한 글귀 모음이다. 짤은 글들이지만 어떤 글은 쉽게 넘어가고, 어떤 글은 잠깐 멈칫하게 된다. 자신을 멈칫하게 하는 그 글이 치유받아야 하는 부분을 나타낸다. 


8개의 카테고리

휴식, 관계, 미래, 인생, 사랑, 수행, 열정, 종교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군대나 훈련소에 들어가 있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논산 훈련소에 들어가기 전에 선물 받은 책이라서 훈련소에 갈 때 가지고 들어갔다. 어려운 내용이 없어서 내무반 안에서 쉬는 몇 시간 만에 다 읽었다. 그때는 이미 속세와 연을 끊은 상태라서 읽어도 별 감흥이 없었다. 이미 머리가 비워져 있었고, 몸다 마음도 이미 멈춰있었기 때문에 내용이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TMI

 휴식과 간식은 꼬박꼬박 시간에 맞춰서 나오고 관계는 수직 구조로 명확했다. 훈련소 안에서 생각하는 미래는 훈련소를 나가는 D-day 뿐이어서 걱정할 것도 없고 복잡할 것도 없다. 그리고 내가 살았던 인생이 이 훈련소보다는 낫다는 걸 깨닫는다. 애인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어서 차이지 않는 한 사랑 때문에 상처 받을 일이 없다. 하지만 애인이 없다 해도 우리에겐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다. 부모님과 가족의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다. 수행할 때에도 많이 생각할 것은 없다.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열정은 윗사람 앞에서만 가볍게 보여주면 된다. 종교는 주말에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데 불교 사원 안에서 여자 댄스팀이 섹시 댄스를 선보인다.(믱?) 물론 나는 애인이 있었기 때문에 별 감흥이 없었고 신나지도 않았으며 눈을 감고 꾸벅꾸벅 졸았다.


  훈련소를 퇴소하고 나서 사회로 돌아왔을 때 이 책으로부터 어느 정도 치유를 받을 수 있다. 서평을 쓰기 전에 다시 한번 부분 부분만 읽어보니 훈련소에 있을 때보다 와 닿는 말들이 많았다. 사회에서 맺는 관계들이 훨씬 많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나 자신을 이미 사랑하고 자존감이 높기 때문에 치유받아야 할 곳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에 나오는 글귀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줄 것이다. 


  보통 책 한 권에 하나의 메시지만 있는데 이 책에는 너무 많은 메시지가 있어서 한 마디로 요약하기가 힘들다. 굳이 요약하자면 '치유, 회복' 정도가 되겠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 사람과의 관계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근육 운동을 하게 해주는 역할이라면,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사람과의 관계로 지친 근육들을 쉬게 해 주어 다시 쓸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인간관계론의 한 페이지는 아침에, 혜민 스님의 책은 저녁에 자기 전에 읽기를 추천한다. 너무 힘들어서 주말에 책을 읽게 된다면 날씨 좋은 날 사찰에서 느낄 수 있는 평온함과 바람에 흔들리는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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