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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준 Apr 13. 2019

대논쟁! 철학 배틀

[국내 도서 > 인문 > 철학 > 교양 철학]

하타케야마 소 지음 | 김경원 옮김 | 이와모토 다쓰로 그림 | 다산초당 | 2017년 02월 01일 출간


  책 표지만 보면 철학에 관한 재미있는 만화책처럼 보인다. 표지를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을 했던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들었기 때문에 더 만화 같았다. 하지만 책을 펼쳐보면 만화가 아니라 책의 각 장별로 주어진 주제에 대해서 철학자들끼리 나눈 대화 내용이 담겨있다. 각자 다른 시대와 장소에 살았던 철학자들이었기 때문에 실제 대화 내용을 옮긴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저자가 각 철학자들이 주장한 사상을 토대로 어떤 문제가 주어졌을 때 이렇게 토론하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하면서 썼다고 한다. '철학'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철학자들이 쓴 고전들 또한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난해한 내용들을 철학자 캐릭터들을 통해서 쉽게 전달한다. 철학자들이 내세운 사상이나 개념들을 각주로 표시해서 책의 뒷부분에서 읽을 수 있게 한 것은 아니었다. 그 단어가 나오는 장의 아래쪽 여백에 바로 설명해주었기 때문에 책을 읽기가 훨씬 수월했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기원전 5세기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필두로 20세기의 존 롤스까지 총 37명이다. 여기서 소크라테스가 100분 토론의 손석희 앵커와 같은 역할을 한다. 15개의 토론 주제가 나오는데 이 토론을 소크라테스를 통해서 매끄럽게 진행한다. 정치인들이 하는 토론은 서로 말을 자르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너무 많이 해서 보는 시간이 아깝지만 책에 나오는 토론은 흥미진진했다. 각각의 철학자들이 가진 사상과 주관이 뚜렷했기 때문에 양쪽의 주장이 모두 이해가 되었다. 평소에 한쪽으로만 치우쳐서 생각했던 것들을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자신의 주장을 공격적이고 강하게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책에 나오는 토론 주제들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주제로 써보면 상대방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책의 각 장은 첫 부분에서 각각의 토론 주제와 함께 다른 의견을 가진 철학자들끼리 묶고 각 철학자의 사상과 주장을 요약해서 보여준다. 하나의 토론 주제에 대해서 37명이 모두 등장해서 WWE 로열럼블처럼 난장판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토론 주제에서 내세울 수 있는 주장과 관련되는 4~6명 정도의 사람이 등장한다. '인간의 본성은 선할까, 악할까?'와 같은 주제에서는 성악설을 내세우는 순자와 홉스가 성선설을 주장하는 맹자와 루소와 싸우는 식이다. 토론이 끝나면 소크라테스가 열린 결말로 마무리한다. 독자들이 더 생각해볼 수 있게 여지를 주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토론에서 싸웠던 철학자들의 주장을 다시 한번 요약한다.


  책을 한 번 읽었지만 잘 기억이 안 난다면 처음부터 다시 읽어도 좋다. 그렇지만 각 장의 아랫부분에 나온 부연설명과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요약된 글만 읽어도 어떤 내용이었는지 되새겨 볼 수 있다. 이 책은 철학을 좀 더 쉽게 접하고 흥미를 가지게 하기에 좋은 책이다. 철학이 엄청 똑똑하고 생각할 시간이 많은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문제에 대해서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는 사회적 행위라는 걸 알게 해 준다. 성가모니나 공자와 같은 사상가들도 책을 통해서 사상을 전파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전달했다. 그 내용들을 제자들이 정리해서 '논어'와 같은 책이 나온 것이다. 어떤 문제에 부딪혔다면 혼자서 끙끙 싸매며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만 의존하지 말고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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