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속에 희망을 보다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LG트윈스가 NC다이노스에게 8:3 패배를 당했다. 이로서 LG트윈스는 2016시즌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팬 입장에서는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지만 그래도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해 열심히 뛰었던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전 경기를 본 것도 아니었고 모든 경기의 결과를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이나믹했던, 드라마 같았던 LG트윈스의 2016 시즌을 돌아보려고 한다.
LG트윈스의 2016년 시작은 잠실 한화전부터였다. 오랜만에 잠실에서 개막전을 맞이한 LG트윈스는 시작부터 다이나믹했다. 엄청난 투자로 우승을 천명한 한화 이글스와 리빌딩을 천명한 LG트윈스. 첫 상대가 스토브리그에서 엄청난 투자를 한 한화이글스였기에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결과는 12회 말 끝내기 승. LG트윈스의 시즌 시작은 이처럼 다이나믹했다.
젊은 선수들이 대거 엔트리에 들어오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면서 LG트윈스의 시즌 전망은 밝지 않았다. 전 시즌 9위를 한 탓에 더더욱 LG트윈스가 포스트시즌까지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잘 하면 마무리까지 5강 싸움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힘을 잃은 팬들의 바람일 뿐이었다.
하지만 LG트윈스는 우승 후보로 점쳐지던 한화이글스와의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위닝시리즈로 가져가면서 이번 시즌 돌풍을 예고했다.
6월 초까지 LG트윈스가 4위권을 유지하면서 시즌 전 전망이 빗나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젊은 선수들이 패기와 열정으로 열심히 치고 달리며 잘 버텨왔기 때문이다. 뒤늦게 코프랜드를 영입했고 선발 소사와 류제국, 우규민이 예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과정에서도 대패와 대승을 반복하며 6월 초까지 거침없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6월 중순 이후, 그리고 7월 한 달 LG트윈스는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가 훨씬 많았고 순위는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투타가 엇박자를 내면서 이기지 못하는 경기를 했기 때문이다.
승패 마진 -14까지 떨어진 상황. 사령탑 양상문 감독 퇴진 현수막과 LG트윈스의 상징이자 레전드인 9번 이병규의 콜업 문제 등으로 안팍으로 뒤숭숭한 시간을 보냈다. 2014년 승패마진 -16 상황에서 꾸역꾸역 승을 챙기더니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경험이 있지만 이번 시즌에는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기 때문에 힘들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최악의 7월을 보낸 후 맞이한 8월.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사상 최악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가만히 있어도 체력이 떨어질 그 시점. LG트윈스는 없던 힘을 냈다. 과연 7월 한 달 최악의 시간을 보낸 팀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8월의 시작을 완벽하게 해 냈다.
8월을 9연승으로 시작한 LG트윈스는 말 그대로 돌풍이었다. 지지 않을 것 같은 팀 분위기와 허프의 영입. 전반기 부진했던 류제국의 부활. 확실한 원투펀치를 앞세운 LG트윈스는 젊은 선수들이 다시금 부활하며 반격에 나섰고 어느새 8위까지 떨어졌던 순위는 4위와 5위를 위협할 수준까지 올라섰다.
포스트시즌 진출권인 5위와의 승차가 아랫순위보다 적게 나는 상황. LG트윈스 선수들과 팬들의 희망이 되살아난 시기였다.
8월 9연승의 분위기를 LG 트윈스는 시즌 끝까지 이어갔다. 슬럼프를 이겨낸 젊은 선수들은 거침 없이 달리기 시작했고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천 안타와 5년 연속 150 안타를 쳐낸 박용택과 역시 2천 안타를 때려낸 정성훈 베테랑 듀오를 중심으로 1번 타자로 자리 잡은 김용의, 새로운 해결사로 자리 잡은 채은성, 효자 용병 히메네스 등이 중심을 잡으며 질 경기를 이기고 이길 경기를 이기는 플레이를 했다.
이동현이 부진했던 그 자리에 김지용이 나타나 힘을 보탰고, 전반기 힘든 시기를 보냈던 임정우가 완벽한 마무리로 자리 잡았다. 투타 엇박자가 정박으로 맞아 떨어지기 시작했고 무서운 기세로 4,5위 싸움을 하던 기아와 SK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리그 전체에 LG트윈스 경계령이 발효될 정도였다.
결국 LG트윈스는 승패마진 -14를 극복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남은 것은 기아와의 4위싸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4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기아와 치열한 순위 경쟁을 했고, LG트윈스는 결국 4위 자리를 차지했다.
기세가 오른 상황에서 맞이한 와일드카드 결정전. 홈에서 한 경기만 이기면 되는 싸움이었기에 손쉬운 승리가 점쳐졌으나 기아 선발 헥터의 호투에 막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내주고 말았다.
물론, 1차전을 내주었다고 해도 유리한 것은 맞지만 지면 떨어지는 상황. 그 긴장되는 상황에서 2차전 선발로 나선 류제국은 116구 투혼을 발휘하며 8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김용의의 끝내기 안타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난 팀은 넥센히어로즈. 비록 주요 선수들이 많이 빠져나갔지만 돌아온 에이스 앤디 밴헤켄을 중심으로 3위를 차지한 강팀이었다. 하지만 LG트윈스 선수들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의 기세를 고스란히 준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가져왔다. 결과는 7:0 승. LG트윈스의 무서운 기세가 준플레이오프에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을 가져다 준 경기였다.
비록 2차전에서 상대 에이스 앤디 밴헤켄에게 막혀 패배를 맞보았지만 잠실 홈에서 열린 3차전과 4차전을 모두 가져오며 기세를 올렸다. 특히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4:0으로 뒤지고 있던 경기를 5:4로 역전해 이긴 탓에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그렇게 그들은 마산으로 향했다.
플레이오프 상대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NC다이노스였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NC다이노스의 손쉬운 승리를 점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준플레이오프까지 LG트윈스의 기세가 워낙 강력했던 것도 있었고 시즌 막판 NC다이노스 구단 안팍으로 여러 가지 악재가 있었기에 분위기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한 NC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팽팽한 투수전이 계속 되던 순간, 히메네스와 정상호의 솔로 홈런 두 방으로 2:0 승기를 잡았다. 그렇게 맞이한 9회말. 마무리 임정우가 올랐고 LG트윈스의 기세가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믿었던 임정우가 흔들렸고 믿을맨 김지용까지 나섰지만 결국 3:2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결국 LG트윈스는 충격패로 떨어진 분위기를 수습하지 못하고 마산에서 펼쳐진 1,2차전을 모두 내주고 말았다. 특히나 준플레이오프까지 펄펄 날았던 김용의, 박용택, 오지환의 침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런 분위기는 3차전까지 이어졌다. 플레이오프 3차전 NC다이노스 투수들은 불명예 기록까지 써 가며 LG트윈스 선수들을 루상에 내보냈다. 무려 25명을 내보냈지만 9회 정규이닝까지 LG트윈스가 얻은 득점은 1회 밀어내기 볼넷으로 얻은 1점이 전부였고, 어렵사리 연장 11회 말 끝내기 안타로 2:1 승리를 거두며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하지만 LG트윈스의 시즌은 거기까지였다. 오늘 펼쳐진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NC다이노스에게 8:3으로 패하며 2년만의 가을야구를 마치게 되었다. 4차전 중반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NC다이노스의 힘을 이기지 못한 채 한국시리즈 진출을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다.
LG트윈스의 2016년 시즌은 말 그대로 다이나믹했다. 최악의 상황도 경험해 봤고 그러다가 반등도 했으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와일드카드전과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으니 어찌 보면 성공한 시즌이라고 할 수도 있다.
희망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다. 김용의, 문선재, 채은성, 이천웅, 양석환 등 젊은 타자들이 경험을 쌓았고, 김지용, 임정우, 정찬헌 등 젊은 투수들 역시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다음 시즌이 되면 이번 시즌의 경험이 실력으로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핵심 자원인 오지환의 군입대 등 여러 가지 우려도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다음 시즌 LG트윈스를 기대케 하는 것은 이러한 선수들의 성장 때문이다.
최근 4년간 LG트윈스는 세 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강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매번 힘겹게 포스트시즌 진출 싸움을 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전까지 이어졌던 암흑기 때문이기도 하다.
LG트윈스의 남은 과제는 앞으로 이번 시즌같은 다이나믹한 것을 없애는 것이다. 플레이에서는 다이나믹함이 넘쳐야 하겠지만, 적어도 순위 경쟁에서의 다이나믹함은 없어야 할 것이다. 꾸준히 4위권 안에 머물면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는 꾸준함과 강인함을 갖춰야 할 것이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시즌 LG트윈스는 분명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팬 입장에서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 그리고 양상문 감독 이하 코칭스테프, 그리고 끊임 없이 경기장을 찾아 목이 쉬어라 응원을 아끼지 않은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