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떠난 뒤 다시 붙인 불

by 달밤 김준

당신에게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먼저 끊어냈던 담배를 저는 다시 피워내고 있습니다. 지병이 있는 나에게 담배는 분명 독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은 오히려 나를 더 무기력하게 만들었습니다.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자각이 하루의 끝을 더 무겁게 했습니다. 결국 나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채, 다시 불을 붙였습니다. 당신이 떠난 뒤의 밤은 늘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하루의 끝에서 홀로 마주하는 공허함은 생각보다 짙었습니다. 방 안에 남은 침묵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나는 그 틈을 견딜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불빛을 피워 올리며 허무를 달래려 했습니다. 연기가 올라가는 동안만큼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으니까요. 그렇게 내 손끝에서 다시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당신과 함께 버렸던 습관은 이내 익숙한 위로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한때는 분명 끊어냈다고 믿었던 것들이, 이렇게 쉽게 나를 찾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당신이 없어진 자리에 가장 먼저 자리 잡은 것도 결국 이 습관이었습니다. 나를 망친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의 나는 그것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참 못난 방식이라는 걸 스스로도 잘 압니다.


당신이 곁에 있던 시간에는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가 내 일상을 지탱해주곤 했습니다. 담배를 내려놓게 했던 것도, 늦은 밤 술을 줄이게 했던 것도 모두 당신 덕분이었습니다. 그때는 귀찮다며 웃어넘겼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잔소리가 아니라 배려였습니다. 내 몸을 살피고 내 삶을 붙들어주던 온기였습니다. 나는 그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습니다.


당신이 떠난 뒤, 그 말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함께 나를 붙들던 기준도, 멈춰 세워주던 목소리도 없어졌습니다. 그 자리를 나는 제멋대로 채워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채울수록 오히려 더 크게 당신이 비어 있다는 걸 느낍니다. 결국 나는 당신이 남긴 자리 앞에서 계속 흔들리고 있습니다.


가끔은 문득 당신이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나와 했던 약속을 여전히 지키며 담배를 멀리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당신도 나처럼 한순간의 흔들림에 무너진 적이 있을까요.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들을 혼자 되뇌입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당신을 떠올립니다.


시간이 흐른다 해도 이 마음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담배 연기 사이로 떠오르는 기억들은 오히려 더 선명해졌습니다. 함께 걷던 길과 웃던 순간들이 연기 속에서 자꾸만 되살아납니다. 이제는 어떤 습관도, 어떤 위로도 당신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당신을 불러내며 하루를 넘깁니다.


어쩌면 나는 여전히 당신에게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없는 지금조차도 나는 당신의 말을 기억하며 하루를 버팁니다. 그것이 나를 옭아매는 그리움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내 삶을 붙잡는 희미한 힘이 되기도 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당신을 그리워할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나는 여전히 당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문득 당신의 잔소리가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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