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무슨 악몽이라도 꾼 걸까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목에 차고 있던 목걸이가 끊어져 있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순간에 끊어진 실처럼, 마음도 함께 풀어진 느낌이었습니다. 꿈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남겨진 흔적만 유난히 또렷했습니다. 아침은 그렇게 설명 없는 질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침대 위에는 끊어진 목걸이와 반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함께 있어야 할 것들이 어쩐지 각자의 자리를 찾은 듯 보였습니다. 특히 그 반지는 오래도록 손에서 떠나지 않던 것이었습니다. 당신이 내 손가락에서 자주 빼앗아 끼던 반지. 시간을 새겨,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말자는 의미로 만들었던 반지였습니다.
그 반지를 만들던 날의 마음은 아직도 기억합니다. 매 순간을 가볍게 흘려보내지 말자는 다짐이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오늘을 미루지 않겠다는 약속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도 그 반지를 몸에 지니고 살아왔습니다. 나를 붙잡아 주는 기준처럼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그 반지에는 다른 이유도 함께 남아 있습니다. 당신이 장난처럼 가져가 끼고 웃던 장면들이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나보다 더 자연스럽게 어울리던 손, 괜히 다시 돌려주지 않던 얼굴. 그 순간들이 반지에 남아, 지금도 쉽게 놓아지지 않습니다. 물건은 결국 기억을 품고 살아갑니다.
목걸이가 끊어진 것을 보며 괜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오래 붙잡고 있던 무언가가 스스로 풀려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내가 아닌 어떤 힘이 결정을 내려준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동안 붙들고 있던 마음도 이렇게 놓아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질문이 아침 내내 따라다녔습니다.
아무래도 당신을 그만 잊으라는 걸까요. 더는 시간을 그 자리에 묶어두지 말라는 신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해도, 이런 일들은 괜히 마음을 건드립니다. 우연이라 넘기기엔 너무 정확한 타이밍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도 아직은 선뜻 답을 내리지 못하겠습니다. 반지를 손에 쥐고 있으면 여전히 체온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서요. 잊는다는 건, 이런 온기까지 모두 내려놓는 일일까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로 미루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결정을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를 달래봅니다.
오늘은 끊어진 목걸이를 고쳐야 할지, 그대로 두어야 할지 고민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반지를 다시 끼울지, 서랍에 넣어둘지도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시간은 또다시 앞으로 흐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허투루 보내지 말자는 그 문장이 오늘따라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천천히, 이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