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남자친구와 결혼하다

사람인생 정말 모를 일이다

by 달린다달린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2020년 겨울, 외국인 남자친구와 결혼했다.

2014년 유학당시 만나 친한 친구로 지냈었는데 이렇게 결혼까지 하게 될 줄이야. 사람인생 정말 한 치 앞도 모른다.


2019년 9월, 대학원이 시작된 시기였다. 매일매일 과제가 있었고 영어도 부족하기에 매일같이 열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은 남자친구의 생일 전날이었고 우린 늘 가던 예쁜 카페에서 함께 밤늦게까지 열공했었다. 그리고 나는 12시 땡! 하면 그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어서 최대한 늦게까지 버티며 공부를 했다. 그리고 12시 땡! 과 동시에 Happy Birthday! 하면서 허그해주려고 했는데 그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엥? 너 왜 무릎 꿇고 있어?

그의 손에 뭐가 있는데.. 설마 이거 그거 아니지...?

설마 지금 프러포즈한다고?

그렇다. 엉뚱한 이 남자는 자기 생일날 나에게 멋대가리 없이 황당하게 그냥 이렇게 프러포즈를 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수많은 기념일들 다 기억하기 힘들어서 기억하기 편하게 자기 생일날 프러포즈 한 거라고... 정말 내가 아는 사람들 중 제일 엉뚱한 사람답다. 근데 웃긴 건 특별한 프러포즈도 아니었는데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다. 그래, 너의 전략 성공했다!


그 후 우린 어떻게 결혼을 할까 고민하다가 둘 다 결혼식 로망이 딱히 없어서 일단 뉴욕시청에서 간단히 하기로 하고 그 후에 기회 봐서 양가 가족들만 모셔와서 간단히 하기로 했다.

날짜는 2월 20일

이것도 남편이 정했다. 2020년이라서 2월 20일에 하면 02202020이 된다며... 진짜 어쩜 이런 생각들을 하는지... 그렇게 그날 우린 뉴욕시청에서 결혼식을 하고 강추위에 벌벌 떨며 결혼기념 스냅사진을 찍었다. 덕분에 매년 결혼기념일날 추워서 뭐 딱히 하지도 못함... 이것도 전략인 게냐...


그리고 우리의 결혼식이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코비드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가족과 함께 하는 결혼식은 물 건너갔다. 그래도 어째 코비드 터지기 직전 결혼을 해버렸다. 이 남자, 날 데리고 살 팔자가 맞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