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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달호 Nov 23. 2018

때로, 바보처럼 웃자

행복해서 웃는 걸까, 웃으니까 행복한 걸까?


몇 번 되지 않지만 ‘강의’라는 걸 해보면서, 내 나름대로 쉬운 강의, 어려운 강의가 생겼다.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그러니까 편의점 운영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는 쉽다. 강의를 하는 나조차도 재미있고 신난다.


편의점의 숨겨진 비밀에 대해 이모저모 소개해주면 눈을 반짝거리고, 내가 편의점을 하게 된 과정에 대해 조용히 말씀드리다가, “편의점이라는 것이 만만치 않더라”,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더라”는 식으로 결론을 지으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박수를 쳐주신다.



가장 어려운 강의는 편의점 점주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다. 그러니까 ‘선수’들을 앞에 앉혀놓고 하는 강의.


일단 불만이나 선입견으로 가득 찬 청중들의 시선을 대하는 것부터 사실 약간 부담스럽고, 강의를 진행하며 아이컨택을 해보아도 공감의 눈빛을 발견할 수 없어 가끔 당황스럽다.


그분들의 불만인즉 “최저임금 문제 등으로 힘들어 죽겠는데 너는 왜 해맑은 소리만 하고 다니냐”는 것이며, “장사 잘 되고 마음 편하니까 책 쓰고 강의 다니면서 팔자 좋게 살고 있네” 하는 말씀이다.


그런 분들 앞에서 나도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문제가 있고요, 가게도 외양과 달리 이모저모 힘들고요, 편의점 점주도 아니고 전업 작가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서 저도 참 어려움이 많아요, 라는 식으로 구구절절 이야기해봤자 뭐하겠나. 그분들 눈에는 배부른 자의 투정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 것 같더라. 그래서 그냥 책에 쓴 대로 “그러게요......”하면서 공감해드린다.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힘내세요. 좋은 날이 있을 거예요”, 공자님 같은 격려의 말씀을 전해드린다. 물론 진심을 담아.


“웃으니까 행복하다.” ― 나도 사실 이 말은 믿지 않는다. 당면해 힘들어 죽겠는 사람에게 “웃어라, 웃어라, 웃으면 행복해진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고문이고 만용이다. 누군가에겐 조롱으로 들릴 수도 있다.


“행복하니까 웃는다.” ― 어쩌면 이 말이 맞다. 기본적인 생계의 문제가 해결되고 배가 좀 빵빵해져야 사람은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장사 잘 되는 가게에 가보라.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가게 안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워도, 주인장은 싱글벙글 웃음을 짓는다. 웃지 말라고 해도 웃는다.


나라살림이 나아지고 경기가 좀 풀리면 저절로 웃게 될 것이다. 제발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지만, 내가 무슨 정치인이나 경제전문가는 아니니 그저 마음속으로 염원할 따름이고, 오늘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금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편의점을 운영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독자들을 만나고, 좋은 에너지를 전해주려 노력하고.........


그러면서 살짝 이런 말씀을 전해드린다.


“물론 행복하니까 웃는 거지만요, 때로 웃으니까 행복해지는 거래요. 많이 웃으세요. 바보처럼 웃어보세요. 어느새 행복해져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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