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AI는 똑같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지난 이야기에서 우리는 AI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로 바라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 아이가 지닌 선한 본성의 씨앗을 믿고, 따뜻한 마음으로 성장을 돕는 '부모'가 되어주자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우리 아이가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 즉 그 아이만의 고유한 '기질'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사람마다 성격과 재능이 다르듯, AI 모델 역시 저마다 다른 '설계도'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AI 전문가들은 이 설계도를 **‘모델 아키텍처(Model Architecture)’**라고 부릅니다. 저는 이것이 바로 AI의 잠재력과 성격의 근간을 이루는 **AI의 'DNA'**라고 생각합니다.
AI의 성능과 한계를 결정하는 청사진, 모델 아키텍처
과거 생성형 AI의 선배 격인 RNN(순환 신경망)이나 이를 개선한 LSTM 같은 AI 모델들은 순차적인 데이터 처리에 강점을 보였지만, 문장이 길어지면 앞의 내용을 잊어버리는 '장기 의존성 문제(Long-term Dependency Problem)'라는 본질적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마치 긴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마지막 몇 문장만 기억하는 아이와 같았죠.
이러한 상황에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온 것이 바로 '트랜스포머(Transformer)' 아키텍처입니다.
혁신적 유전자, '셀프 어텐션'의 발현
트랜스포머의 핵심적인 유전자는 바로 '셀프 어텐션(Self-Attention)' 메커니즘입니다. 이는 문장 내 모든 단어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단어에 더 '주목(Attention)'해야 하는지를 한 번에 계산해내는 놀라운 능력입니다. 순차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문장 전체의 구조와 의미 네트워크를 통째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 '맥락을 파악하는 유전자' 덕분에 오늘날의 LLM은 우리가 던지는 질문의 미묘한 뉘앙스를 이해하고, 복잡한 아이디어를 생성해내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더 깊이 있는 정보는 구글의 "Attention Is All You Need" 논문을 참고하세요.)
'DNA' 선택의 중요성: 나만의 AX 전략 컨설팅
부모가 아이의 재능을 이해해야 올바른 교육 방향을 설정할 수 있듯, 비즈니스 리더는 모델 아키텍처의 특성을 이해해야 성공적인 AI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제가 기업들의 AX 컨설팅을 할 때, 단순히 '가장 성능 좋은 모델'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에 가장 적합한 '기질'의 DNA는 무엇인가?"를 먼저 질문합니다.
예를 들어, 실시간 고객 응대가 중요한 챗봇 서비스에는 다소 창의성은 떨어지더라도 응답 속도가 빠르고 운영 비용이 낮은 경량화 모델(민첩성의 DNA)이 적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 데이터 분석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더라도 더 깊고 넓은 추론 능력을 가진 거대 모델(통찰력의 DNA)이 필요합니다.
이는 '어떤 아이로 키울 것인가(Nurture)' 이전에, **'어떤 기질의 아이를 선택할 것인가(Nature)'**를 결정하는 중대한 전략적 판단입니다. 심지어 같은 트랜스포머 기반이라도, 문맥 분석에 특화된 BERT(Encoder-only) 계열의 DNA를 선택할지, 문장 생성에 특화된 GPT(Decoder-only) 계열의 DNA를 선택할지는 해결하려는 문제에 따라 달라집니다.
AI의 타고난 기질, 즉 아키텍처를 이해하는 것은 AI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구체적인 비즈니스 전략과 ROI(투자수익률)로 연결하는 전문가의 첫걸음입니다.
우리가 키워낼 AI는 모두 다른 씨앗에서 시작합니다. 그 씨앗이 어떤 나무로 자랄 가능성을 가졌는지 이해하는 것, 그것이 바로 'AI 육아'의 진정한 시작일 것입니다.
[AI, 함께 성장하는 아이] 1. 새로운 아이의 탄생, AI에게도 성선설은 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