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남사친의 고백

남사친에게도 인생철학을 설파하다.

by daroo

이십대 중반즈음 알게된

동갑 남자애가 있다.


걔는 훤칠한 편이다.

작지 않은 키, 적당히 귀엽고

잘생긴 얼굴, 배려심 많은 성격.


걔는 나를 좋아했다.

거의 처음부터 만나자고 했었다.


그때의 나는 요상하게

걔가 이성처럼 느껴지진 않았던 것 같다.


걔는 술 취해서 골아떨어진 나를

택시태워 보내며 내 동생에게 연락해

번호판을 찍어주는 애였다.


나 토할때 옆에서 챙겨주던 애.


생각해보면 참 고마운게 많은 앤데

그땐 걔가 이성으로 안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나대로 연애하다가

대차게 깨지고 울면,

걔는 널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라고 했다.


그게 내 맘대로 되냐?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 만나고 싶은가보지.

그리고 넌 내가 좋아하는 외모 아니야ㅠ

하며 우린 투닥거렸다.


연락은 자주 하지 않았지만,

걔는 고민이 많을때 전화했다.


거의 애정문제였는데,

작년, 내가 일년살기를 한다면서

제주에 머무른 적이 있었다.


그때도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너무 힘들다면서 전화했었다.


그때 내가 뭐라고 했더라.

얘기 들어보니 너무 가망이 없어서

걍 잊으라고 했던 것 같다.



그 친구를 다시 만났다.


이전까진 전화만 어쩌다 하는

고민으로 시작해서 안부 묻고

통화를 종료하는 사이만 지속됐었는데


어쩌다 보니

오랜만에 얼굴 보자로 바뀌었다.

5년을 알았는데,

마지막으로 본게 3년 전이라며.


오래간만의 만남.

그동안 그루밍을 잘 했는지

그 애를 만난 첫 소감은

꽤 치네, 였다.


만나기 전에

오빠 요즘 잘나간다~ 하더니

빈 말은 아니었나보다.


그리고 얘는 그날,

날 보더니 또 만나보자고 했다.


이 놈은 왜 맨날

나한테 죽고 못 사는지 모르겠네...


그래서 너 나랑 만나려면

철학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나는 외모도 중요한데, 지성이 더 중요하다고.


내 인생을 함께 걸어갈 사람인데

난 당연 꼼꼼하게 볼거라고.


지는 고작 연애인데, 뭐 저렇게 복잡하냐 싶겠지만


나는 연애가 결혼이 될 걸,

내가 '사랑할 때의 나'는 어떤지.

나는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아무나랑 하고 싶지 않다.


거의 5~6년간,

나만 보면 만나자고 꼬셔댔는데

넘어가질 않았으니

나도 너에게 기회를 한 번 주기로 했다.


얘기를 하는데

대화가 진전이 없고 너무 겉돌기만 한다.


난 나대로 답답해서

이것저것 설명하다가 지쳤다.


걔는 나한테

자길 너무 가르치는 느낌이래서


나는 문법을 알려면

파닉스를 떼야한다고 했다.

너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고.


나랑 그 문법을 사용해서

앞으로 우리 인생 전반을 구축할 건데


가나다는 알아야

문장 구성도 할 줄 알고,

자기 생각을 내게 얘기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우리가 합심해

같은 목표를 향해 내딛지 않겠는가?


남사친은 내게 어떤게 행복이냐고 물어봤다.

그리고 내가 주로 다루는 철학은 뭐냐고도 물어봤다.


아래는 내가 그에게 보낸 메세지 전문이다.

(의역 및 번역/오탈자 각색도 안함)


내 기준 행복은 만족이야.

항상 내가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는가?를 봐.


물론 사는게

모두 내 만족으로 살 순 없지.

그래서 만족하는 삶(목표)를 정해두고

계속 달려가는게 인생이라는거야.


인생에는 각각의 챕터가 있고,

각 챕터는 크게 인간관계/사랑/커리어로 나뉘어.


그럼 거기서도 소주제를 정하는 거지.

나는 어떤 인간관계/사랑/커리어를

하고싶은가?(=이게 내 만족)를 생각해봐.


그럴려면 나는 어떤 상황을 좋아하고,

불편해하는지를 각 상황마다 체크해야겠지.


물론 바로 느껴지는 것들도 있지만,

내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하는 것들도 있어.


그럴경우에는 남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고민해봐.


(남들에게는 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 좀 해봐야할 거 같아.

생각보다 나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인듯

하고 얘기하면 돼)


그래서,

결국 큰 주제나 작은 주제나

내가 느꼈을때, 직접 겪었을때 어떤가? 를

생각해봐야한다는거야.


이걸 압축해서 간단하게

너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

내 행복=내 만족이야. 내 기준에.


거시적으로는

내가 그 순간에 가장 만족감을 느끼는가?

어떤 것이 내게 만족을 주는가?를 물어.


철학은 주로

다룬다기보단ㅋㅋㅋㅋ그냥 인생이지.


챕터가

경제 문화 역사 사회 관계 이런걸

모두 아우르니까.


그냥 인간의 생과 사에서 하는 모든 질문 =철학


박사학위를 따면 거기 영문 뜻이

필로소피(철학)이야.

인간사의 모든 것은 철학으로

귀결된다는 뜻이야.



내가 남자가 되어 본 적이 없어서

물어보는 것인데...


당신이 남자라면,

...이런 여사친이랑 사귀고 싶은가?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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