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보여줄 수 있다면 말하지 않아도 된다
소설에는 보여주기와 말하기가 모두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말하기보다는 보여주기가 더 많아야 한다. 보여주기를 통해 독자들이 보다 더 상황과 감정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 보여줄 때와 말할 때를 결정하는 일은 본능적으로 해야 한다. 단, 이미 보여준 것을 다시 말하지 말자.
7 오감을 최대한 활용하자
소설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주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독자를 소설로 끌어들이는 능력이다. 독자는 소설을 구성하는 많은 게 실제 감각으로 느껴질 때 소설 안으로 들어온다.
○ 시각을 통한 묘사의 위험성은, 다른 감각을 배제한 채 너무 자주 사용할 때 일어난다.
○ 후각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가장 뛰어난 감각이다. 기억을 환기할 때, 무언가를 상징할 때, 묘사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어떤 것을 묘사할 때, 배경을 확실히 설정할 때 사용할 수 있다.
○ 촉각은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실제로 어떤 느낌인지를 기억나게 할 때 사용한다. 만약 독자가 경험하지 않은 일이라면 그 느낌을 연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괴로움과 고통을 담아야 할 때는 그 고통을 직접 묘사하기보다 고통에 대한 인물의 반응을 더 강조하는 게 좋다. 때로는 인물이 느끼는 바가 아니라 독자가 느끼길 바라는 것을 묘사하자.
○ 미각은 독자의 주의를 한 가지 사물에 집중시켜 인물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때로는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어떤 인물이 좋아하는 맛은 그 인물에 대한 인상을 더 뚜렷하게 만든다.
○ 청각은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긴장감을 일으키는 묘사에 효과적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소리가 소설 속에서 살아나게 하자. 때로는 고요함이 무언가의 소리를 전달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인물을 묘사할 때 그가 어떤 음악을 주로 듣는지, 좋아하는 노래가 무엇인지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8 인물은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해야 한다
소설 속의 인물은 독자의 마음속 무대에서 연기를 펼치는 배우다. 그러므로 인물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작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 직접적인 신체 묘사는 인물을 묘사하는 데 가장 흔히 쓰는 방법이다. 인물의 신체적 특징, 태도, 성격에 관한 미묘한 단서를 혼합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다. 인물이 어떻게 생겼으며 어떻게 행동하는지 재빨리 말하는 게 효과적일 때가 있다. 때로는 간결함이 복잡하게 공들인 것보다 더 낫다.
○ 실존 인물을 소설에 담으면 정신적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크므로 조심해야 한다. 역사적 인물을 소설에 넣으려면 그 인물과 역사에 대해 심층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자신을 모델로 인물을 그리고 싶다면 소설에 필요한 묘사만 한다.
○ 인물이 스스로를 묘사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때때로 인물이 작은 소망을 떠올리거나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좋은 점을 말하는 것도 좋은 묘사가 된다.
○ 인물의 대화는 가장 강렬한 묘사다. 인물의 기분을 보여주면 인물을 효과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
○ 실제 사람들은 감정과 행동에서 흔히 약점을 드러낸다. 소설 속 인물도 약점이 있는 게 옳다. 인물의 신체적 결함은 단지 외형을 묘사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결함은 인물의 동기가 될 수도, 그 반대도 될 수 있어야 한다.
○ 인물의 전형성을 과장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때때로 독자가 미리 인식하고 있는 생각, 즉 선입견에 의존할 수도 있다.
9 날씨와 지형은 빠뜨리지 말아야 할 요소이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아는 것만큼 독자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는 일도 없다. 소설에 나오는 특정 시기마다 그때의 날씨를 알리자. 날씨는 배경에서 아주 중요하지만 자주 간과된다. 지형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지형 묘사와 지형이 인물의 성격에 미치는 영향은 소설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정한 장소의 날씨와 지형을 묘사할 때는 충분히 사전조사를 해야 한다. 소설의 배경을 독자가 잘 받아들이느냐 아니냐는 물리적으로 가능한 곳인지 아닌지에 달려 있지 않다. 소설의 맥락 속에서 장소가 얼마나 그럴듯하게 잘 설정되었느냐에 달려 있다.
10 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
소설에 넣을 것만큼이나 넣지 말 것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소설 전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건 모두 군더더기이므로 걷어내야 한다. 소설의 배경이 아니라 인물과 그들의 동기, 행동이 소설을 이끌어야 한다.
○ 한 장면에서 두 인물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면(대화로 이루어지더라도) 대화 지시문이 2개 이상 필요하지 않다.
○ 대화 지시문에 부사를 집어넣기보다는 그 내용을 인물의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한다.
○ 클리셰가 유일하게 허용되는 부분은 인물의 대화나 평범한 구어체 서술 정도다. 이러한 부분에서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클리셰에서는 창의성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 단순히 말로 전하는 수식어는 되도록 쓰지 말자. 인물이나 장소, 상황에서 느낌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자.
○ 같은 낱말과 구절을 반복해 사용하면 안 된다. 의미는 다르더라도 발음이 같거나 비슷한 낱말도 안 된다.
○ 독자가 소설에서 원하는 건 이야기이지 교훈이 아니다. 설교를 듣고 싶은 독자는 없다. 교훈을 주려 해서는 안 되며 어떤 상황에 대한 윤리적 암시를 지나치게 강조해서도 안 된다.
○ 필요 없는 묘사를 완전히 버리지는 말자. 어떤 소설에 맞지 않는 게 다른 소설에서는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묘사를 위한 묘사는 군더더기일 뿐이다. 묘사는 인물, 장소 또는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독자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늘 염두에 두고 글을 쓰며 쓸모없는 정보는 넣지 않도록 하자.
○ 때로는 아무 묘사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묘사다. 독자의 상상력에 일부 또는 전부를 맡길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찾아보자.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