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작가라서

질문04.어떻게 글을 쓰십니까?

303명의 거장, 34개의 질문, 그리고 919개의 아이디어

by 도서출판 다른
《작가라서》: 303명의 거장, 34개의 질문, 그리고 919개의 아이디어



제임스 볼드윈

모두 잠자리에 든 뒤에 일을 시작합니다. 젊을 때부터 그랬습니다.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기다린 거죠. 나중에는 낮에 다양한 직장에서 일을 했습니다. 글은 늘 밤에 써야 했지요. 하지만 지금 이 방식이 굳어진 이유는 밤에 혼자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루먼 커포티

저는 완전히 수평적인 작가입니다. 담배와 커피를 가까이 둔 채 침대에 눕거나 소파에서 몸을 뻗고 있지 않으면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뻐금거리고 홀짝거려야 해요. 오후가 지나가면서 커피에서 민트차, 셰리주, 마티니로 바꿉니다. 아니, 타자기는 쓰지 않아요. 처음부터 그랬죠. 초고는 손(연필)으로 씁니다. 그런 다음 교정본도 역시 손으로 써요. 기본적으로 저는 스스로 문장가로 여기는데, 문장가는 쉼표의 위치, 쌍반점의 비중에 치열하게 집착하기도 합니다. 이런 종류의 집착과 거기 들이는 시간 때문에 참을 수 없을 만큼 짜증이 납니다. 세 번째 초고는 황지, 그러니까 아주 특별하고 독특한 종류의 누런 종이에 타자기로 입력합니다. 아니, 이걸 하려고 침대에서 나오지는 않습니다. 무릎에 타자기를 올려 균형을 잡아요. 물론, 타자는 무리 없이 잘됩니다. 1분에 100타는 칠 수 있으니까요. 음, 황지에 초고 입력을 끝내면 잠시, 그러니까 일주일이나 한 달, 때로는 그보다 오래 원고를 치워둡니다. 다시 꺼내면 가능한 한 냉정하게 원고를 읽은 다음, 친구 한두 명에게 소리 내어 읽어주고, 고칠 부분을 고르고, 출간 여부를 정합니다. 지금까지 단편소설 몇 편과 장편 하나, 또 다른 장편 절반을 버렸어요. 하지만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가면, 백지에 최종본을 타자기로 입력하는데, 그럼 끝입니다.



존 파울즈

저는 일기를 대단히 신봉합니다. 스트레칭바를 잡고 하는 운동이 발레리나에게 좋다는 말과 같습니다. 소설가가 자신의 진짜 소질을 발견하는 건, 훗날 읽어보면 매우 당황스러울지언정 개인적인 일기를 통해서일 때가 많습니다. 실제 일어난 일을 들려주고, 자기 마음에 들도록 왜곡하고, 등장인물을 묘사하고, 다른 인간들을 관찰하고, 가설을 세우고, 뭔가를 꾸며내고, 그 밖에도 별별 일을 다 하지요. 저는 그런 방식으로 결국 소설가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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