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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어그램 9가지 유형으로 보는 대화쓰기

by 도서출판 다른
짐작컨대 대다수 작가가 인물을 만들 때 에니어그램을 특별히 염두에 두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직관적으로 쓰는 것 같다. 노련한 작가는 에니어그램의 핵심과 일치하는 인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풀어가는 생생한 인물을 만드는 데 에니어그램이 도움이 된다. 이 글에서는 9가지 성격 유형을 간단히 요약하고, 각 유형의 인물에 맞는 대화 쓰는 법을 소개하겠다.



1번 유형: 개혁하는 성향

1번 유형의 인물은 개혁가다. 이 인물의 동기는 올바르게 살고 싶고, 자기 자신과 주변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들고 싶은 욕구다. 1번 유형의 인물은 대화를 할 때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두려움 없이 소리 높여 말한다. 부끄러워하지도 수줍어하지도 않으며, 맞서기를 좋아하고, 자신이 동의할 수 없는 행동을 다른 사람들이 할 때면 이를 바로잡아주는 게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인물이 소설에 등장한다면 그가 하는 말은 내면 깊숙한 곳에서 나와야 한다. 올바른 게 무엇인지 안다는 생각과 자신과 주변 사람 모두가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확신이 그의 내면 에 있어야 한다.



2번 유형: 도와주는 성향

2번 유형의 인물은 조력자다. 이 인물의 동기는 사랑받고 싶고, 소중한 존재가 되고 싶고, 다른 사람들에게 호의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다. 소설에서 2번 유형의 인물은 행동으로든 대화로든 이런 모습을 보인다. 늘 뭔가를 베푼다.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 베풀 때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애정과 관심을 얻기 위해 베풀기도 한다. 또한 2번 유형의 인물은 흔히 진짜 원하는 것을 말하지 못해 에둘러 말한다. 순교자 역할을 자청하며 원치 않는 일을 하고 언짢아하기도 한다.

소설의 대화에서 2번 유형의 인물은 다른 인물을 끌어당기기 위해서 무슨 수단을 써서든 유혹하기도 한다. 성적 매력이나 재물, 상담 등 뭐든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런 인물은 소설 속에서 애정과 관심을 받으려는 욕구에 따라, 이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라면 뭐든 하려는 마음에 따라 움직인다. 그리하여 절박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영혼마저 희생시킬 수 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 인물은 말할 때마다 주는 것과 받는 것에 관심을 집중한다. 이 인물이 주는 입장일지 받는 입장일지는 흔히 대화 장면에서 그가 현재 자신의 모습에 얼마나 만족하느냐에 좌우된다.



3번 유형: 성취하는 성향

3번 유형의 인물은 성취자다. 이 인물의 동기는 성과를 내고 싶은 욕구, 실패하지 않고 성공하고 싶은 욕구다. 3번 유형의 인물은 목표를 설정하고, 일정을 빠듯하게 짜고, 달력을 빽빽하게 채우며 살아간다. 대화를 할 때조차 해야 할 일에 대한 생각뿐이다. 성취자는 때로 현재에 충실하게 살기가 어렵다. 3번 유형의 인물은 자신의 이미지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신경 쓴다.

실생활에서 3번 유형인 사람들은 지루하게 살지 않는다. 언제나 뭔가를 하고 있으며 늘 신나는 활동이나 새로운 계획에 참여하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산다. 이런 것이 대화문에 어떻게 드러날까? 3번 유형의 인물은 성공해야 하므로 논쟁에서 이기고 싶어하고, 말문이 막힌 모습을 절대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뭔가 모르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니 대화문에서 3번 유형의 인물은 말을 빨리 할 것이다. 다른 인물에게 정신 차릴 틈을 주지 않고 어느새 어떤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마구 쏟아놓는다. 3번 유형은 좀 더 섬세한 5번 유형(사색가)이나 9번 유형(중재자)을 쉽게 압도한다. 그리고 ‘인맥 관리’ 방법을 제대로 안다. 여러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3번 유형의 인물은 이 사람 저 사람 찾아다니며 관계를 맺고 정보를 교환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능력으로 깊은 인상을 주려고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4번 유형: 낭만적인 성향

4번 유형의 인물은 예술가다. 이 인물의 동기는 감정을 느끼며 이해받고 싶은 욕구,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고 평범함을 거부하고 싶은 욕구다. 4번 유형의 인물은 별일도 아닌 것을 심각하게 과장하기를 좋아하며, 상황이 분명 심각한데 왜 다른 사람들은 사소하다고 하는지 정말로 이해하지 못한다.

성공하고 싶어하는 3번 유형이나 결론짓기를 좋아하는 8번 유형(지도자), 아니면 뒤로 물러서서 생각해보기를 좋아하는 5번 유형(사색가)에게는 4번 유형 인물에게서 보이는 소란스러운 감정과 불필요한 극적인 사건은 당혹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대화 장면에서 4번 유형의 인물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가득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말하는 반면, 사소한 일에도 왈칵 눈물을 쏟으며,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사나운 말을 내뱉거나, 겁낼 것이 조금도 없는 상황에서 두려움을 표현한다. 그들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늘 종잡을 수 없는 돌풍이 일고 있다. 이런 유형은 소설에서 무척 재미있는 인물이 될 수 있다. 솔직히 약간 귀찮은 존재일지도 모르지만.



5번 유형: 관찰하는 성향

5번 유형의 인물은 사색가다. 이 인물의 동기는 모든 것을 알고 이해하고 싶고, 어리석게 보이지 않고 싶고, 자부심을 느끼며 살고 싶은 욕구다. 5번 유형의 인물은 소설에서 파티의 주요 인물도 아니고 관심을 한몸에 받는 사람도 아니다.

사색가는 한쪽으로 물러나서 지켜보고 관찰하고 메모하고 책을 읽고 생각하고 혼자서 심리전을 즐긴다. 누군가 이 인물을 대화에 끌어들이면, 신중하게 말을 고르기 때문에 생각을 정리해 말로 표현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대화 장면에서 이런 인물은 수줍어하거나 무심하거나 심지어는 거만하게 보일 때가 많다. 그야말로 내성적인 사람이다.

소설에서 5번 유형의 인물을 활용할 때는, 다른 인물을 이용해 5번 유형의 인물에게서 말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 인물은 다른 인물들이 정말로 듣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면 의견을 말할 것이고, 일단 시작하면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다.



6번 유형: 충성하는 성향

이 유형의 인물은 충성가다. 그리고 의심이 많다. 이 인물의 동기는 안전해지려는 욕구다. 이 유형 중 공포증(대수롭지 않은 일을 늘 크게 생각해 불안을 느끼고 자기 통제를 하지 못하는 병적 증상이)이 있는 경우는 겉보기에 두려움이 많고 칭찬을 갈구한다. 역공포증(자발적으로 무서운 상황에 놓여 자신을 다치게 하고 위험에 빠지게 하는 병적 증상)이 있는 경우는 그 두려움에 맞선다. 이 두 가지 측면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6번 유형의 인물은 ‘늘’ 걱정을 하며 그 어떤 호의적인 말과 친절한 말을 들어도 그 말에 어린 진심을 믿지 않고 의심한다. 어떤 경우든 6번 유형의 인물이 하는 말은 두려움이나 의심에서 나오는데, 불안할 때는 특히 그렇다. 이런 인물을 소설에 등장시키면 매우 재미있다. 대화 장면에서 곧잘 흥분하며 다른 인물의 행동이나 말에 무조건 의문을 품고 상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모든 사람의 동기를 늘 의심하기 때문이다. 지진 대비에서부터 핵전쟁에 이르는 주제까지 이런 인물의 두려움은 끝이 없다.



7번 유형: 모험적인 성향

이 유형의 인물은 모험가다. 이 인물의 동기는 행복해지고 싶고, 즐거운 활동을 계획하고 싶고, 세상에 기여하고 싶고, 아픔과 고통을 피하고 싶은 욕구다. 7번 유형의 인물은 수많은 계획과 모험으로 다른 이들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 수 있다.

7번 유형의 인물을 대화 장면에 넣으려면 자신이 하고 있는 많은 프로젝트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문제에 대해 마구 떠들게 해야 한다. 이 인물은 대화할 때 산만해지기 쉽다. 그러므로 가끔은 다른 인물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고 잠시 숨을 고른 뒤 자신의 감정을 말하도록 해야 한다.

대화 장면에서 7번 유형의 인물은 대부분 낙천적인 생각에 따라 움직인다.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려 하지 않으며 삶에 일어나는 일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개인적으로 겪고 있는 부정적인 일이나 힘든 일을 일어나지 않은 셈 친다. 이런 인물은 소설에서 재미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늘 ‘지금 여기’와 동떨어진 일종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9번 유형(중재자)처럼 ‘지금 여기’를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에게는 몹시 짜증나는 존재가 될 것이다.



8번 유형: 도전하는 성향

이 유형의 인물은 지도자다. 이 인물의 동기는 독립적이고 강해지고 싶은 욕구, 나약하거나 의존적이라는 기분을 느끼지 않고 싶은 욕구다. 8번 유형의 인물은 타인을 과잉보호를 할 때도 많다. 8번 유형은 정의를 좋아한다. 주변을 보호해야 한다고 느끼며 대의를 위해 운동을 벌인다. 에니어그램을 다루는 어떤 책에서는 이 유형을 지도자가 아니라 ‘상사’나 ‘두목’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에니어그램은 인물을 틀에 짜맞추는 절대적인 방법은 아니다. 예를 들어 영화 「히트 Heat」에서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가 맡은 인물은 둘 다 분명 이 유형이다. 그런데 한 명은 범죄자이고 다른 사람은 경찰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인간은 복잡한 존재이며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소설에 필요한 인물이 명분을 위해 싸우며, 책임자가 되려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를 좋아하지만 때로는 공격적인 성향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그를 피해버리는 그런 인물이라면, 8번 유형을 선택하자.



9번 유형: 평화적인 성향

이 유형의 인물은 중재자다. 이 인물의 동기는 평화를 유지하고, 타인과 조화롭게 어울리고, 갈등을 피하고 싶은 욕구다. 특히 이 유형의 인물은 다른 여덟 가지 성격 유형의 기질을 웬만큼 갖고 있어서, 유순하고 온화한 모습에서부터 독립적이고 단호한 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격을 나타낸다.

9번 유형인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이 많지 않은 일에도 대개 상냥한 말씨로 대화하며, 듣는 사람을 기쁘게 해주려는 태도를 갖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9번 유형의 인물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 위기에 빠진 다른 인물을 진정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상황이 극적으로 보이거나 갈등이 금방 일어날 듯해도 그 심각성을 부정한다. 이런 인물에게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평화가 제일’이며 때로는 자신의 목표를 희생하는 것과 같은 무거운 대가를 치른다.



★ 에니어그램을 활용한 소설 쓰기

에니어그램의 아홉 가지 성격 유형 가운데 어떤 유형을 소설에 쓰면 좋을지, 이를 고민할 가장 적합할 때는 언제일까? 바로 소설을 쓰기 전이다. 물론 이는 플롯이나 아이디어가 이끄는 소설일 때 그렇다. 인물이 이끄는 소설을 쓰고 있다면 인물이 어떤 유형인지는 글을 쓰기 시작해서 그를 좀 더 알게 된 후에야 드러난다.

예를 들어 플롯이 이끄는 살인 미스터리소설을 쓰고 있다고 해보자. 형사나 살인범은 아마 2번 유형(조력자)도 9번 유형(중재자)도 아닐 것이다. 이런 유형의 인물은 범죄자를 뒤쫓거나 범죄를 저지르려는 공격성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2번 유형이나 9번 유형은 형사나 범죄자를 돕는 역할로 설정하면 된다. 그러면 잘 어울리겠지만, 단 이들에게 책임을 맡으려는 성향은 없다.

어떤 인물이든 작가가 맨 처음에 알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점은 인물이 무엇을 ‘원하는가’이다. 인물의 에니어그램 성격 유형은 이를 가르쳐주기 때문에 어떤 유형인지 알고 나면 소설을 순조롭게 쓸 수 있다. 즉 소설에서 인물이 할 행동이 보인다. 인물이 어떤 유형인지 꼼꼼히 연구하면 그가 어떤 사람이고 성격이 어떠한지 질문할 필요가 없다.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대화 쓰기가 훨씬 재미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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