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이미지를 활용하는 법
소설가를 위한 소설쓰기 2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독자의 마음속에 그림, 즉 시각 정보를 그리는 것이다. 이것은 독자의 귀에 대고 ‘말하는’ 대화나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서술하는 행동 묘사와는 다르다. 이미지는 깔끔하게 영화로 전환할 수 있다. 이미지가 종종 독자의 기억에 남는 이유는 상징적인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는 이야기에 방해가
되는 요약이나 설명을 피하는 탁월한 방법이다.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자.
1. 인물이나 화자의 단면을 보여준다.
인물에 대해 ‘말하기’ 방법을 쓰고 싶은 충동과 싸우고 있다면 그런 나쁜 습관을 피하는 데 이미지가 비유를 사용하는 것을 도와준다. 인물이 “고집이 세다”라고 하는 대신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그가 자기 태도를 고수하는 방식은 아버지가 길렀던 검고 살찐 래브라도레트리버를 연상하게 했다. 그 개는 데리고 산책하러 나가려고 하면 으르렁거리고, 밥그릇 가까이에서 숨이라도 쉬면 누런 이빨을 드러냈다.” 시각 정보는 인물이 아니라 개를 묘사하지만, 분명 효과가 있다. 이제 이 둘은 같아져서 독자의 머릿속에서 하나가 된다.
2. 설명 없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어서 독자가 인물이나 화자가 엄청난 고통이나 충격에 빠진 것을 알았으면 하는데, 단지 독자의 머릿속에서가 아니라 몸과 마음에서도 깊이 느끼기를 바란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이렇게 쓰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그는 그렇게 쇠약하고 병약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고통스러웠다.” 이때는 독자가 감정적 경험을 하지 않을 것이다. 수동적인 목격자가 될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쓰면 어떻게 되는가? “그의 아버지의 팔다리는 거칠고 뻣뻣해 보였다. 할아버지가 현관에 걸어두곤 했던 무두질한 가죽끈처럼.” 또는 “가슴이 발달한 거대한 남자 대신 허약의 표본과 같은 사람이 있었다. 한배에서 난 무리에서 핏기도 없고 털도 없어서 풀에 빠져 죽을 처지에 놓인 제일 작은 새끼돼지 같았다.” 병든 아버지의 팔다리를 마른 가죽이나 분명 물에 빠져 죽게 될 털 없는 새끼돼지와 비교함으로써 독자가 감정적 경험에 훨씬 더 가까워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3. 앞으로의 플롯이나 이야기 요소를 암시한다.
촛대로 맞아서 살해된 사람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해보자. 어느 지점에서 인물이 죽은 방식을 독자에게 귀띔해주고 싶지만, 긴장감을 높이고자 직접 말하지 않고 단서를 넣고 싶다. 그렇다면 촛대를 다른 것과 비교하는 이미지를 만드는데, 독자의 예상이 빗나가도록 훨씬 온화하게 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초와 그 불꽃은 그에게 가느다란 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무거운 꽃봉오리가 균형을 이루는 분홍색 튤립을 떠올리게 했다.”
4. 장면의 시작이나 마지막에 독자의 시점을 확대한다.
강력한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은 장면을 시작하거나 마무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미지는 더욱 극적인 깨달음이나 클리프행어 장치를 대신할 수 있다. 이것은 미국 작가 재닛 피치의 소설『하얀 협죽도White Oleander』(훌륭한 형상화로 가득한 소설이다)가 시작하는 방식이다.
산타아나스가 사막의 뜨거운 공기를 몰고 와서는 목초지의 남은 부분까지 말라죽게 해서 드문드문 옅은 지푸라기만을 남겼다. 오직 협죽도만 잘 자랐다. 독을 품을 섬세한 협죽도 꽃송이와 비수 같은 그 녹색 잎만 무성해졌다.
_재닛 피치,『하얀 협죽도White Oleander』
화자의 운명은 이 독을 품은 협죽도 꽃송이와 아주 많이 연관되어서 “비수 같은 녹색 잎”과 이야기 시작 부분에서 소개한 타는 듯한 뜨거운 바람의 형상화는 눈길을 사로잡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주제와 관련해서도 의미가 있다. 우리는 어떤 심각한 일이 곧 벌어지리라는 점을 시작부터 이해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쉽게 잊을 수 없는 강력한 이미지로 장면을 끝낼 수도 있다. 다음은 미국 작가 에이미 헴펠의 소설 『텀블홈Tumble Home』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맘때 조수는 수백 마리의 작은 불가사리를 해변으로 밀어낸다. 그러고는 소금기를 머금은 별자리와 온통 모래뿐인 은하수에 발목이 잡혀 오도 가도 못 하게 해버린다. 바다는 항상 감정을 대신하므로 이 이미지는 관계의 복잡한 속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_에이미 헴펠,『텀블홈Tumble Home』
레스 에저턴 Les Edgerton
미국의 소설가. 소설은 물론 시나리오, 에세이, 기사 등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하고 즐긴다. 단편소설 「그것과는 다르다 IT’S DIFFERENT」,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것들 MY IDEA OF A NICE THING」 등의 소설을 발표하고 지금까지 19권의 책을 썼으며, 푸시카트상, 오 헨리상, 에드거 앨런 포상 등 유수의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미국 털리도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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