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어떤 사건의 이해관계에 머글들이 직접 연관된 경우는 거의 없다. 엄브릿지가 호그와트를 장악하든 말든, 머글들이 즉각적으로 이렇다 할 타격을 받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주인공들은 이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보통 사회에 통합된 인물일수록 사랑, 우정, 연구적 목적, 혹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감춰진 세계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폭로를 통해 얻을 것이 있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폭로할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감춰진 세계가 감당해야 하는 싸움은 사람들이 세계의 비밀을 입 밖에 낼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것이라기보다, 그렇게 할 동기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감춰진 세계 이야기를 좋아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독자가 활자로 이루어진 허구의 세계에 발을 들일 때는, 현실 세계에서는 닿을 수 없는 세계에 몰입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독자가 어렵지 않게 이야기에 빠져들고 작중 세계가 어딘가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까닭은 이 이야기들이 대체로 현실 세계에 기반을 두고 펼쳐지기 때문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영국 서리주 주택가의 평범한 뒷골목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독자가 작중 세계에 쉽게 접근하도록 하려는 근본적 목적으로 인해 감춰진 세계 이야기는 다음의 세 가지 서사적 특징을 심심찮게 나타낸다.
- 감춰진 세계는 우리가 익히 아는 현대 인간 사회와 나란히 놓여 있다.
- 주동 인물은 이야기가 막 시작됐을 때 이 감춰진 세계를 발견하는 사람이다.
- 잘 알려진 일상 속 사물이 이야기 속에서 마법적인 두 번째 의미를 띠고 있는 경우가 많다.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 1, 2권을 보면 이야기의 배경은 2000년대 초로, 미국 한복판에 그리스 신화 세계가 감춰져 있다. 독자들의 평균 나이 또래인 주동 인물 퍼시는 이 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다가, 첫 장에서 독자들이 발견할 때 자신도 발견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일상적인 건물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올림포스로 가는 입구라는 마법적인 두 번째 의미를 지녔다.
이 세 가지 설정은 집합적으로 독자가 주동 인물, 그리고 그의 여정에 자신을 대입하도록 하며, 작중 가상 세계를 믿도록 이끈다.
감춰진 세계 이야기를 쓸 때 이 세 가지 설정을 꼭 집어넣어야 할 실질적인 이유는 없다. 감춰진 세계를 창조해도 되고, 처음부터 감춰진 세계에 빠져 있는 주동 인물을 등장시켜도 되며, 감춰진 세계의 배경을 독자에게 친숙한 것이 전혀 없는 외계의 행성으로 설정해도 된다.
이 세 가지 설정은 정말 자주 발견되며, 특히 영 어덜트 판타지 장르에서는 수두룩하게 볼 수 있으므로, 이 설정들에 지나치게 의존해 감춰진 세계 작품을 구성하면 이야기가 새롭지 않고 판에 박힌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세 가지 설정이 독자가 작중 세계에 몰입하고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맞다. 하지만 굉장히 자주 사용돼온 이 설정들에 의지하지 않아도 똑같은 효과를 거두는 창의적인 방법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