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강의: 플롯과 구조

한정영 작가

by 도서출판 다른
한정영 작가의 〈소설쓰기는 처음인데요〉 브런치 매거진 연재를 시작합니다. 소설을 쓰고 싶지만 무엇부터 할지 몰라 고민하는 분들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2019년에는 오프라인 창작 강의도 열릴 예정입니다.



작가에게 플롯은, 집필 계획서입니다. 독자에게 그것은 한낱 ‘이야기의 뼈대’일 테지만, 작가에게는 (이야기의) 출발지 → 경유지 → 종착지를 명시한 로드 맵이어야 합니다. 이 말은 작가, 혹은 작가 지망생이 플롯을 이해하는 방식이 독자나 연구자의 입장이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플롯은 이야기의 작동 원리이고 ‘작동한다’는 말은 곧 ‘독자와의 교감’을 뜻합니다.(1장 플롯: 공식을 따라야 할까?) 물론 독자와의 교감은, 내가 써낸 것이 이야기로써 재미가 풍부해야만 잘 일어납니다. 즉 플롯은 우리가 생각해낸 이야기가 재미있게 전달되도록 최선의 방식을 안내하는 매뉴얼입니다.


당신은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 될 만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나요? 대뜸 이런 질문은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에서부터 시작하세요. 소위 말하는 자신의 ‘역대급’ 경험들, 자신만의 비밀, 내가 가장 관심있는 것에 집중해보세요.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는 많은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3장 아이디어: 샘솟는 아이디어를 위해) 아래는 아이디어를 얻는 효과적인 방법들입니다.


1 신문과 As if ~

2 미리 지어보는 이야기 제목 :
주제│캐릭터│특정한 사건│주요 이미지 혹은 상징

3 이슈-트렌드에 늘 민감할 것 :
○ 핫 트렌드 - 환경 문제│왕따 문제│추리 등
○ 스테디 트렌드 - 남북 문제│일본 문제 등
(cf. 생각만 해도 화나는 논쟁거리일수록 좋다.)

4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
아는 사람들을 극단적으로 재창조할 것

5 내가 알고 있는 사건들 :
들었거나 경험했던 사건들의 재창조│읽었던 책의 변용

6 새로운 경향 :
미래와 4차 산업│SF/판타지

7 논픽션 읽기 :
생각의 전환│수많은 input이 필요

8 직업에 관심 갖기 :
각자 하는 일(직업)에 따라 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이제 아이디어 사냥을 끝냈다면, 그 이야기를 엮어 줄 플롯의 유형을 찾아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다른 작가의 플롯을 훔쳐보기를 권합니다. 물론 그 전에 어떤 이야기를 쓸 것인지를 생각해야겠지요?


과연 내가 쓰려는 이야기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요? 주인공이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여정인가요? 아니면 구구절절한 사랑 이야기인가요? 복수의 유형을 띠고 있나요, 아니면 주인공이 수많은 모험을 겪어야만 하나요? 알레고리처럼 보다 문학적인 플롯이어야 하나요?(12장 플롯 유형: 아홉 가지 주요 유형)


그런데 이렇게 남의 것(플롯)을 따라 하다 보면 유형화되고 뻔해지는 건 아닐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원리를 익히는 게 우선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원리를 익히고 나면 자유자재로 자신의 색깔을 만들 수 있다. 훌륭한 요리사는 비법 양념을 넣어 특별하고 독특한 풍미를 내는 요리를 만든다. 작가에게는 플롯을 색다르게 만들어줄 인물, 배경, 대화라는 양념이 있다.
_1장 플롯: 공식을 따라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보다 상세한 계획서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것을 작가들은 대체로 스토리보드storyboard라고 합니다.


스토리보드를 개요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스토리보드가 단순한 줄거리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줄거리는 말 그대로 모든 이야기의 시간적 배열을 압축해 놓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시간순으로 쓰여지지 않습니다. 플롯에 따라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기도 하고, 미래가 과거보다 앞에 놓이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그것이 플롯의 역할입니다. 모든 에피소드를 가장 재미있게, 즉 극적인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순서로 배열하는 것이지요.


그 때문에 개요는 반드시 필요하고, 개요에는 플롯의 구체적인 전개과정을 담아야 합니다. 물론 개요를 짜지 않고 직접 서술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이는 개요를 짰을 때보다 위험합니다. 무엇보다 인간의 기억력은 원하는 만큼 많은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소화하지 못합니다.

개요가 있으면, 목적지를 향해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할 수 있고, 그 목적지를 이탈하지 않습니다. 개요 없이 이야기를 써나가다 보면 계획된 선로에서 이탈할 수도 있고, 자칫 목적지가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10장 구성: 개요를 미리 짜는 게 좋을까?)


그리고 집필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권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나는 글쓰기를 일종의 자기희생으로 보거나 경제적, 정서적, 육체적으로 피폐할수록 좋은 글이 나온다는 낭만적인 생각에 반대한다. 작가는 감정적, 육체적으로 좋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_가브리엘. G, 마르케스

그래야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시작’을 쓸 수 있고, 긴장감을 놓치지 않은 채 중간을 이끌어갈 수 있으며, 여운이 풍부한 결말을 장식할 수 있습니다. 가장 적확한 상상력은, 작가가 그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만한 환경에서 나온다는 뜻입니다.



※ 본문의 괄호 표기된 출처는 《소설쓰기의 모든 것 1: 플롯과 구조》 장제목입니다.




한정영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학교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지금은 서울여자대학교와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등에서 강의하며, 청소년 소설로 《빨간 목도리 3호》, 《히라도의 눈물》, 《짝퉁샘과 시바클럽》, 《너희는 안녕하니?》, 《바다로 간 소년》 등을 썼고, 단편 〈변신-서울 2017〉은 《어린이와 문학》에서 제정한 4회 어린이와 문학상(2017)을 수상했다.
동화 《굿모닝 굿 모닝?》은 초등학교 교과서(2015)에 실렸다. 《바빌론의 사라진 공중정원》, 《거짓의 피라미드》를 시작으로 12권에 이르는 문명 판타지 동화를 쓰고 있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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