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싱글맘의 사라지는 연애

나의 세계 전체와 연애한다는 것

by 다루오

첫인상, 그리고 썸붕의 공식


내 자랑은 아니지만, 겉모습만 보고는 내가 아이 셋의 엄마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가벼운 대화 끝에

“사실 저, 아이 셋이에요”라고 꺼내면,

상대방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말로는 “아~ 그렇구나” 하지만,

눈동자 속 계산기가 빠르게 돌아가는 게 보인다.


그리고 며칠 뒤, 연락이 조금씩 뜸해진다.

아주 예쁘게 불타오르던 썸도 이렇게 서서히,

조용히, 가스 없는 가스레인지처럼 식어버린다.

이게 바로 내가 겪은 썸붕 공식이다.




주말 실종 사건의 전말


연애에서 주말은 골든타임이라고들 한다.

데이트하고, 맛있는 거 먹고, 함께 영화 보고… 그런 시간.


하지만 나에게 주말은, 아이 전용 풀코스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세 아이와 놀고, 먹이고, 씻기고,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토요일 아침부터 휴대폰은 저 멀리, 카톡 알림음은 그냥 BGM처럼 흐른다.


금요일 밤까지는 “주말에 뭐 하실 거예요?” 하고 활발하게 오가던 대화가

토요일 오전부터 읽씹모드로 전환된다.

일요일 밤이 돼서야

“아, 미안해요. 주말 내내 애들이랑…”

하고 연락을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괜찮아요~^^”.

하지만 그 괜찮음 속의 온도는

이미 미지근한 국물이 돼 있다.




저녁 시간에도 사라지는 여자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 저녁에도 비슷하다.

저녁 6시부터 9시까지는

'나의 ‘엄마 근무 시간’이자

어떤 약속과도 바꿀 수 없는 ‘프라임 타임’이다.


그 시간엔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숙제를 챙기고, 목욕시키고, 하루를 마무리해야 한다.

전화? 문자? 그건 다 치워둔다.

그래서 연락이 두세 시간 늦어지면,

어떤 사람들은 금세 서운해하거나 오해한다.

그럴 땐 나는 담담하게 말한다.


“그 시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에요.”



중심이 분명한 연애관


이건 안습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나는 엄마다.

아이들을 뒷순위로 두는 연애는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물론, 누군가가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내 ‘엄마의 시간’을 이해하고 존중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말마다, 저녁마다 사라지는 내 모습에

혼란스러워하다가 결국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 이 사람은 안 되겠다’ 하고.




그래서 배우는 것


나는 이 과정을 통해 깨달았다.

내 조건 때문에 떠나는 건,

내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그릇 크기 문제라는 걸.

그리고 그 문턱을 기꺼이 넘어올 수 있는 사람만이

내 자리에서, 삼남매와 함께할 수 있다는 걸.


연애라는 건 결국,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며 시간을 나누는 일이다.

나를 사랑한다면, 셋을 더 사랑해야 한다.

그게 나의 룰이자, 나의 기준이다.




나의 세계 전체와 연애한다는 것


이제는 안다.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는 건

나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내 세계 전체와 연애하는 것이라는 걸.


삼남매의 시끌벅적한 소리,

주말마다 풀로 잡혀 있는 일정,

그리고 가끔은 집 안에서 보내는

아주 평범하지만 복잡한 하루까지.


그걸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썸붕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라면,

내 세계에 기꺼이 자리하게 될 것이다.




나를 선택한다는 건,
셋을 더 사랑하겠다는 의미다.
그게 싫다면… 지금이 빠져나갈 마지막 기회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06. 재판이혼-기다림과 버팀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