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계 전체와 연애한다는 것
내 자랑은 아니지만, 겉모습만 보고는 내가 아이 셋의 엄마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가벼운 대화 끝에
“사실 저, 아이 셋이에요”라고 꺼내면,
상대방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말로는 “아~ 그렇구나” 하지만,
눈동자 속 계산기가 빠르게 돌아가는 게 보인다.
그리고 며칠 뒤, 연락이 조금씩 뜸해진다.
아주 예쁘게 불타오르던 썸도 이렇게 서서히,
조용히, 가스 없는 가스레인지처럼 식어버린다.
이게 바로 내가 겪은 썸붕 공식이다.
연애에서 주말은 골든타임이라고들 한다.
데이트하고, 맛있는 거 먹고, 함께 영화 보고… 그런 시간.
하지만 나에게 주말은, 아이 전용 풀코스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세 아이와 놀고, 먹이고, 씻기고,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토요일 아침부터 휴대폰은 저 멀리, 카톡 알림음은 그냥 BGM처럼 흐른다.
금요일 밤까지는 “주말에 뭐 하실 거예요?” 하고 활발하게 오가던 대화가
토요일 오전부터 읽씹모드로 전환된다.
일요일 밤이 돼서야
“아, 미안해요. 주말 내내 애들이랑…”
하고 연락을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괜찮아요~^^”.
하지만 그 괜찮음 속의 온도는
이미 미지근한 국물이 돼 있다.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 저녁에도 비슷하다.
저녁 6시부터 9시까지는
'나의 ‘엄마 근무 시간’이자
어떤 약속과도 바꿀 수 없는 ‘프라임 타임’이다.
그 시간엔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숙제를 챙기고, 목욕시키고, 하루를 마무리해야 한다.
전화? 문자? 그건 다 치워둔다.
그래서 연락이 두세 시간 늦어지면,
어떤 사람들은 금세 서운해하거나 오해한다.
그럴 땐 나는 담담하게 말한다.
“그 시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에요.”
이건 안습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나는 엄마다.
아이들을 뒷순위로 두는 연애는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물론, 누군가가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내 ‘엄마의 시간’을 이해하고 존중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말마다, 저녁마다 사라지는 내 모습에
혼란스러워하다가 결국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 이 사람은 안 되겠다’ 하고.
나는 이 과정을 통해 깨달았다.
내 조건 때문에 떠나는 건,
내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그릇 크기 문제라는 걸.
그리고 그 문턱을 기꺼이 넘어올 수 있는 사람만이
내 자리에서, 삼남매와 함께할 수 있다는 걸.
연애라는 건 결국,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며 시간을 나누는 일이다.
나를 사랑한다면, 셋을 더 사랑해야 한다.
그게 나의 룰이자, 나의 기준이다.
이제는 안다.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는 건
나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내 세계 전체와 연애하는 것이라는 걸.
삼남매의 시끌벅적한 소리,
주말마다 풀로 잡혀 있는 일정,
그리고 가끔은 집 안에서 보내는
아주 평범하지만 복잡한 하루까지.
그걸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썸붕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라면,
내 세계에 기꺼이 자리하게 될 것이다.
나를 선택한다는 건,
셋을 더 사랑하겠다는 의미다.
그게 싫다면… 지금이 빠져나갈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