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 첫달 살아남기 ㅡ 이혼 직후의 재구성

A. 싱글맘의 생활력 메뉴얼 시리즈

by 다루오

이혼 직후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었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와 설거지

그리고 ‘앞으로 내가 이 모든 걸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주는 막막함까지.

하지만, 내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의외로 단순 했다.

One thing 이라고 했던가.

비울수록 간단해 지는것이 삶의 원리이자 원칙이었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남겨진 공간이 주는 허전함을 부정할 수 없었지만

계속해서 그 끝난 감정들을 끌어안고

멈추어 서 있을수 만은 없었다.


01. 물건 리셋, 마음 포맷


정리해야 했다.
우선 순위는 비우는 일이었다.

철저하게 다 비워내는 일.

입지 않는 옷, 추억만 남은 옷,

혹은 불필요한 짐을 모두 내보냈다.

눈에 보이는 혼잡함을 줄여야,

마음도 조금이라도 숨을 쉴 수 있었다.

낡은 추억만 남아있는 잡동사니 골동품들..

모두다 죄다 버렸다.

값어치가 나갈 것 같아 당근이라도 할까 싶어

쌓아두던 모든 것들도 미련없이 다 버렸다.

버려야 비로소 내가 숨통이 트이고 새로 시작할 힘이 생겼다.

작가이자 교사 아니랄까봐 잔뜩 쌓아놓고

지내던 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언제 읽을까, 이건 소장해야해 하던

소중히 여기던 책들 모두 다 나눠주고 버리고..

그렇게 모두 다 '포맷'작업에 들어갔다.


02. 돈의 흐름을 다시 쓰다


물건 리셋 다음은 가계 리셋이었다.

이혼 직후 가장 버겁게 느껴진건 이제,

핑계대지 못할 '재정 관리'의 완결성이었다.

유책이 있었던 상대탓을 하고,

경제적 도움을 하나도 주지 않던 그의 탓을 하며

여기저기 구멍나잇던 가정경제의 여러 실책에 대해

이제 내가 핑계댈 구멍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더 타이트하고 단단하게 조여야 했다.
갑작스러운 병원비나 수리비까지 더해지면

버거운 정도가 아니라 하늘이 노랗기 까지 했으니까.

그래서 첫 달에는 모든 지출을 기록했다.

가계부 어플은 정말 누가 만들었는지

찾아가서 절을 해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식비, 교통비, 생활비, 심지어 아이들 간식값까지.

그렇게 한 달을 버텨 보니,

‘줄일 수 있는 부분’ 그리고

'절대 줄일수 없는 부분'이 무엇인지 눈에 들어왔다. 신용카드를 자르고 체크카드를 쓰고,

체크카드마저 쓰는 것을 거절하던

나의 하루ㅜ하루를 떠올리자니

그때 내 소비습관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족하는 습관은 훈련되지

못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03. 일상의 루틴 재구성


가장 큰 변화는 생활 동선이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아이 등·하교, 학원, 병원, 장보기…

모든 동선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
퇴근전 몇 번씩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최적 루트를 짰다. 그리고 픽업을 최소화 하기 위해 등하원 차량을 이용하는 일, 집에서 가장 동선을 최소화 할수 있는

병원들의 리스트를 꿰고 있는 일이나

혹은 근거리에 장볼수 있는 마트에 대한 정보들을 어렴풋이라도 알고 있는 필수적이었다.

이건 단순한 시간 절약이 아니라, 체력 절약이었다.

싱글맘에게 체력은 생존이기 때문이다.



04. 나만의 회복 탄력 포인트


이혼 첫 달, 나를 버티게 한 건 작은 회복 습관이었다.

회복탄력성이라 했던가

두번의 상실이 나에게 이미 연습시켰던 그것으로

난 이미 많은 연습이 되어있는 제법 구력있는 '회복탄력포인트'들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이들이 잠든 후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

집안 구석을 한 곳씩 정리하는 10분,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켜는 찬송가 플레이리스트.

매일 빠지지 않고 챙기던 영양제들이나

도착지를 정하지 않고 무작정 시동을 걸고 드라이브를 나가던 나의 습관들.

그 작은 것들이 모여 ‘나는 아직 괜찮다’는

안도감과 그래도 망중한을 가질수 있는 여유감을

동시에 안겨줬다.

완벽한 하루는 아니었지만, 완성해 가는, 버틴 하루였다.


05. 첫 달이 알려준 것

첫 달을 지나고, 나는 많은걸 깨달았다.
모든 걸 다 잘하려고 하면 무너진다는 걸.
살림도, 육아도, 일도 ‘잘’이 아니라 할수 있는 만큼 완성해가는 것이 정답이었다.



“첫 달은 완벽보다 ‘존버’였다. 살아남아야, 그다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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