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싱글맘의 생활력 매뉴얼 시리즈
당장 먹을 게 없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의 식비를 생각하면 마음이 덜덜 떨렸다.
결국, 배는 오늘 채워야 하고, 지갑은 내일도 버텨야 한다.
나는 더 이상 마트에 가지 않는다.
견물생심(見物生心), 사람은 보는 만큼 욕심이 생긴다.
필요한 것보다 갖고 싶은 게 많아지는 순간,
장바구니는 순식간에 무거워지고, 결제 금액은 겁이 난다.
그래서 나는 로켓프레시나 컬리를 애용한다.
화면 앞에 앉으면 이상하게 ‘갖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만 고르게 된다.
계란 30개 한 판, 우유 1리터, 식빵 한 줄.
배달 최저금액만 맞추면 그 이상은 사지 않는다.
그게 내 식비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나는 배달음식과 밀키트에 의존하는 엄마다.
누군가는 ‘그게 더 비싼 거 아니냐’고 묻지만,
싱글맘이자 애셋을 기르는 워킹맘인 나의
시간과 체력을 지키는 비용까지 계산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마감세일중인 밀키트는
특히 아이 셋과의 전쟁 같은 저녁에 구원투수였다.
아니, 요리 시간이 줄고,
뒷정리 스트레스도 줄어드는 효자템을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ㅎㅎ
음쓰(음식물 쓰레기) 스트레스 없이
'엄마는 요리왕이야'라는 찬사까지 거머쥘수 있는
절호의 찬스, 배달은 피곤에 지친 날,
나를 살려주는 일종의 응급처치이지만
학교에서 진을 다 빼고 온 나에게
20% 30% 어떨땐 50% 세일까지 하고 있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밀키트는
차상위 싱글맘에게 없어선 안될 존재이다.
서울에서 친정 없이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급식카드는 진짜 생명줄이었다.
아 한 때 '결식카드'라 명명되던 이아이는..
그 명칭 때문에 차별이네 뭐네 말이 많아서 결국
꿈나무 급식카드인가 뭔가 그렇게
이름이 바뀐걸로 아는데,
나같은 차상위 신분에게 한 끼 9000원이 제공되는
효자같은 카드이다.
아 물론 사용처가 정해져있고
취학아동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제한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 또한 밥상을 융숭하게 차려주는
도구가 되어주니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이 노오란 색 카드 한 장으로
아이들 간식, 때로는 한 끼까지 해결됐다.
그 덕분에 ‘오늘 저녁 뭘 먹이지?’ 하는 압박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아, 편의점 의존도가 높아지는건 비밀이다.
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활발하게 한다.
전체공개는 아니지만, 내 타임라인은
마치 오래된 부엌처럼 따뜻하고 솔직하다.
“식비가 빠듯하다”,
“이번 주 채소가 부족하다”
그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올린다.
사람들은 자신 잘 먹은 얘기 좋게 차려입은 얘기들만
그득하게 올리지만,
나는 자폭 팩폭이 특기인지라
그런얘기만 올리지 않는다
못먹는 얘기 지지리 궁상인 얘기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다 올린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플로우가 들어온다.
카톡으로 쿠폰이 오고, 집 앞에 떡과 고기가 놓여있다.
까마귀가 물어다주는 떡,
누군가가 슬쩍 두고 간 생수병.
“무엇을 먹을까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 그대로
나는 지금도 공급받으며 살고 있다.
고아와 과부와 객을 불쌍이 여기고
긍휼이 여기는 수만개의 눈이 있고
누군가는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느끼며
나는 눈물로 감사하며 그것들을 받아
삼남매를 먹이며 또 나를 먹이며 하루하루를 채워간다
아, 물론 내가 다시 되갚을 그 날을 기다리며 날을 세우는 일도 잊지 않는다
더 멋지게 더 크고 넓게 고아와 과부와 객을 위해 환원할 그날을 위해
오늘도 나는 달리고 있다
요즘은 영양 과잉의 시대다.
못 먹어서 고민하는 시절은 지나갔다.
진짜 문제는 ‘지금 필요한 만큼만 먹고,
나머지는 내일로 남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장기적인 식량 계획보다
**“3일 먹을 것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시선으로 냉장고를 바라본다
먹을 걱정으로 노심초사하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이제 큰아이가 초4이니 10년 살며 겨우 깨달은게 있다면
밥상은 식재료로 완성되는게 아니라
마음을 담아야 완성된다는것 정도다
아 그리고 엄마의 편안한 마음으로
나누는 그 시간 자체가 더 소중하다는것도
이제는 잘 안다
너무나 잘 안다
밥상과 지갑사이는 종이 한장 차이다
그 얇은 경계위의 균형을
웃으며 잡아 가는 일까지,
세아이를 홀로 키우는 싱글맘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