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 응급상황 매뉴얼 — 독고다이 육아 5년차의 생존기

A 싱글맘의 생활력 매뉴얼 시리즈

by 다루오

매일이 응급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간들을 지나왔다.

독박이 아니라 독고다이 육아. 천사 같은 돌봄선생님을 만난 건 정말 신의 한 수, 하나님의 터치였지만, 그분도 그분의 생활이 있고 사정에 따라 공백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었다.

이혼 5년차, 이 모든 상황을 다 겪어본 바로 그 매뉴얼 아닌 매뉴얼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웃프지만, 또 이 경험이 알알이 다이아몬드가 되어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01. 아이가 아플 때의 단계별 대응

하나가 아플 때와 둘이 아플 때와 셋이 동시에 아플 때, 그리고 우리 넷이 함께 아플 때의 무게는 너무나 다르다.

핵심은 병원 맵핑이다.

주변에서 아무리 "거기는 어쩌네 저쩌네" 말이 많아도, 일단 우리집이랑 가깝거나 어린이집(혹은 학교)이랑 가까워야 하고, 그곳이 약을 과잉 처방하네 어쩌네 그러더라도 일단 그 집 약을 먹었을 때 잘 들어야 한다. 그래야 엄마가 편하고 아이가 편하고 생활이 돌아가니까. 어쩔 수 없어, 그건 현실이다.


내 병원 리스트:

이비인후과, 소아과, 치과 이 세 군데는 정확히 파악

치트키 병원: 장사가 잘 안 되는, 웨이팅 없는 소아과 한 군데 (보통 연세 많으신 노인 원장님이 혼자 하시는 곳ㅠㅠ 어떨 땐 접수하는 간호사도 없더라고)

토일요일 운영 어린이병원

토일요일 야간 처방 약국


꿀팁: 비대면 처방 아이들 다 데리고 나가서 진료보고 약국 들르는 그 일 자체가 얼마나 진 빠지고 소모적인지... (특히 아이가 어릴 때 애 셋 데리고, 하나 업고 하나 끌리고 하나 유모차 태우고... 내가 그 일을 안 겪어봤겠니ㅠㅠ) 차라리 비대면 처방해서 배달, 이것도 방법 중 하나다.


02. 엄마가 아플 때의 절체절명 플랜

안 아프면 좋겠지만 엄마가 아파버리면, 독고다이 육아인 경우엔 주변 지인들을 다 대동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덕을 많이 쌓는다. 아, 물론 이럴 때 써먹으려는 심보로 덕을 쌓는 건 아니야, 믿어줘ㅠ

정말 주변 지인들을 최대한 이용하고 활용하고 부탁하고... 어디까지 가냐면, 정말 다시는 아쉬운 소리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아이들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찬스까지 써서 병원 입원을 한 보름 정도 했던 적도 있다. (간수치가 1000이 넘게 튀어올랐던 적이 있거든... 참 나도 무리하긴 했었나 봐ㅠㅠ)


깨달음: 관계가 모든 걸 결정짓는다 때론 관계가 모든 걸 결정지을 때가 있는 것 같다. 평소의 언행심사 그리고 관계 맺는 기술이 위기를 타계하는 좋은 탈출구가 되는 거, 살면서 찐으로 느꼈다.

특히 육아하면서. 아이는 온 마을이 키운다잖아? 그 마을이란 개념이 사실 그 아이의 부모가 만들어주는 울타리, 그 아이의 부모가 짓는 덕스러운 행실들의 범위까지 포함된다는 거, 많이 느꼈다.



03. 학교 행사와의 이중고

내가 교사라서 내가 중요한 행사일 때 아이도 똑같이 중요한 행사라서 눈치 보여서 못 빠지고... 여러 가지로 아이에게 상처 줄 때 많았다.

첫째아이 입학식 참여 못함

첫째아이 1학년 첫 공개수업 때 유일하게 참관 안 한 학부모가 나ㅎㅎㅠㅠㅠㅠㅠ

핵심은 엄마의 반응이다.

상처가 되지 않게 일관된 모습으로 미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말로 계속해서 다정하게 상황에 대한 설명을 꾸준히 몇 년간 심어주는 거. 이게 정말 중요하더라.

동생들은 갔는데 나는 왜 안 갔나... 이런 비교조차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엄마의 사정이 그랬고, 우리의 상황이 그랬다는 데 대해서 내가 전혀 미안해하지도 않고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았고, 적절하고 정확하게 아이에게 매번 설명해줬거든. (그 얘기가 나올 때마다...)



04. 아이들과의 감정 게임에서 이기는 법

아이들은 엄마의 감정을 기가막히게 읽고, 그걸 또 기가막히게 이용하기도 한다.

엄마는 좀 단단해져야 한다. 마음속에서 눈물을 수백 번 흘리고 죄책감이 들고 짠하고 슬프고 그런 마음이 들어도, 그건 새벽에 일어나서 저널링을 하고 명상을 하고 기도를 하며 내 내면의 나와 만나서 풀어야지, 아이들에게 그걸 다 내비치면 안 된다.

그러면 그 순간 아이들은, 그 속에 작은 악마가 깨어나서 그걸 약점 잡아서 엄마를 괴롭힌다.

엄마가 단단하게 당당하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면, 아이들은 다 알아듣고 또 그렇게 기억한다. 절대 그걸 불행하다 여기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야.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중요한 건 우리의 반응이다. (가스라이팅 절대 아님ㅎㅎ)


05. 깨달음

5년차 독고다이 육아를 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응급상황은 언제나 찾아온다. 하지만 그때마다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건, 평소에 쌓아둔 관계의 힘이고, 단단해진 내 마음의 힘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감정이 아니라 엄마의 일관된 사랑과 단단함이 필요하다는 것.



독고다이 육아 5년차가 전하는 응급상황 매뉴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단단하기만 하면 된다. 그 단단함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 된다. 응급상황마저도, 결국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드는 다이아몬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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