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싱글맘의 감정사전 시리즈 - 혼자 육아하며 마주하는 복잡한 감정들
방목형이라고 보기 좋게 둘러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요즘 시대에 알뜰살뜰 '헬리콥터맘'까지 자처하는
강남 돼지엄마들까지 살펴본다면
나는 정말 0점짜리 엄마, 나밖에 모르는 엄마,
이기심을 넘어 아이들을 방치하는 못된 엄마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내 양육 스타일이 자리 잡은 데는
5년간 각고의 노력과 고심 끝에 자리한 나름의 눈물바람이
만들어낸 진주알 같은... 아, 그러니까 나름의 시간들이 거쳐갔다는 말을
해보고 싶다.
영어로는 me-time이라고 하는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
그것이 절대 부족해서 나는 말 그대로 suffocated...
질식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아, 나만의 시간이라는 게 별것은 아니었다.
이혼 직후의 내 망진 내면을 잠시라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시간적 여유.
만신창이가 된 내 육신을 잠시라도 뉘일 수 있는
수면시간 확보라든지...
뭐 그런 정말 사소하고 인간적인 그런 나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차갑고 냉정했다.
아이들은 엄마가 24시간 필요했으니까.
그리고 아이들에게 엄마의 상처, 엄마의 휴식은
절대 고려 대상이 아니니까 말이다.
난 최대한 아이들과 나를 효과적으로 '분리'시키는 연습을 했던 엄마다.
그러니까, 최대한 me-time을 확보하는 데 주력을 했던 엄마이다.
죄책감이 왜 없었겠는가.
그게 없었다고 하면 내가 내 배로 자식을 낳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말랑말랑하고 보송한 솜털이 난 내 새끼가
오물거리며 엄마만 바라보는 그 초롱한 눈빛만 봐도
녹아나는 게 애미의 심정인데,
그런 새끼가 셋이나 있는 나는
허벅지 안쪽 그 새끼들 팔뚝살 같은
내 허벅지 안쪽 고운 살점이 떨어져 나가라 꼬집어가며
죄책감의 고통을 참아야 했다.
하지만 죄책감 대신 '맡긴다' 그리고 '내려놓는다'
그리고 '흐르는 대로 둔다' 내 안의 내면의 울림을 바꾸어 말했다.
언어는 인간이란 집을 짓는 벽돌이다.
그 재료를 바꾸어야 집이 통째로 바뀌는 법.
나는 내 생각의 언어를
불안이나 죄책감 같은 부정적 벽돌 대신
'나를 위한 투자' '아이들을 믿는 마음' '맡김'
'흐르는 대로 두는 용기' 같은 단어들로 바꿔서 명명했고
실제로 효과는 만점.
그렇게 세 아이는 무사히 밝게 잘 성장해 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엄마가 엄마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인이 보일 때,
그러니까 엄마가 무언가 집중해서 읽거나
(독서광인 엄마를 이해하는 태도 ㅎㅎ)
아주 골몰해서 무언가 키보드 워리어 노릇을 하고 있을 때
(집필 중인 엄마를 이해하는 태도 ㅎㅎ)
아이들은 조용하게 스윽 그 자리를 빠져서
자기들 할 일을 하며 엄마를 방해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아는 거다.
낄낄빠빠...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그 묘한 분위기를 말이다.
내가 알아차린 내 안의 갈망이
이제는 나의 취미, 아 그리고 이혼 이후 첫 출간 작업까지 거치며
엄밀히 교사이자 작가인 내 타이틀까지 되었으니
난 시간의 경계를 죄책감 속에 잘 컨트롤해서
시간의 주인이 되는 데 성공한 셈이다.
물론 내가 내 시간을 경영할 때
아이들이 영재들처럼 보드게임에 몰두해 있다거나
책벌레처럼 책을 읽고 조용히 직소퍼즐을 하고...
뭐 이런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주고 있는 건
절대 아니란 사실을 얘기해주고 싶다.
이전 시리즈에서 밝혔지만 난 미디어 의존도가 높은 엄마여서
아이들은 그 시간 로블록스를 하거나 넷플릭스를 시청하거나...
뭐 그도 아니면 첫째는 요즘 영상편집을 하는 재미에 빠져서
동영상 제작을 하는 등 각자의 세계에 빠져서
겉으로 보면 '퍼빙'족의 끝을 달리는
요지경 가족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꼴을 하고 있다. ㅎㅎ
하지만 나는 그 안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불안해하지 않는다.
각자 me-time을 가지고 있는 거다.
아, 그 시간의 경계를 넘나들지 않고 존중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한 공간에서 같은 미래를 꿈꾸고 있고
엄마는 평온을 누리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노래한다.
창작자로 가지는 열망과 글을 쓰며 느끼는 희열로
삼남매에게 환원할 사랑의 에너지를 충전 중이라는 걸
그들도 이미 잘 알고 있다.
혼자만의 시간이 미안한 이유는
내가 만든 죄책감의 감옥 때문이었다.
하지만 깨달았다.
엄마의 행복이 아이들의 행복이라는 것을.
엄마가 충전되어야 아이들에게 줄 사랑도 충전된다는 것을.
me-time은 이기심이 아니라 투자다.
나를 위한 투자이자, 궁극적으로는 아이들을 위한 투자.
그 시간 동안 나는 더 나은 엄마가 되기 위해
에너지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미안하지 않다. 당당하다.
시간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삶의 기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