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싱글맘의 관계지도 시리즈-변화한 인간관계와 새로운 연결들
그 순간 나는 정말 던져진 돌멩이 같았다.
내가 처음 이혼 후
그러니까 내 자의적 선택이긴 했지만
빠른 종결을 위해 위자료 한 푼 받지 못하고
아이 셋을 혼자 키우기로 결심했을 때.
고립.
어떤 단어도 그때의 공허를 설명할 수 없었다.
나 하나, 그리고 나를 도와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믿었다.
믿는 것조차 위안이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더 깊이 고립 속으로 몰아넣었다.
세상과 나 사이에 높은 벽을 쌓았다.
아무도 믿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겠다는 오기로.
그 벽 안에서 나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상처받을 일도, 실망할 일도 없을 거라고.
하지만 그 벽은 나를 지켜주는 게 아니라
나를 질식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나를 살린 것은 관계였다.
내가 애써 끊어냈다고 여겼던 그 끈들이
다른 모양으로 나를 붙들고 있었다.
국가의 제도와 행정,
복지사들의 손길,
은행 창구의 안내,
동주민센터 직원들의 친절한 설명,
아이 학교 담임의 세심한 배려,
그리고 이름조차 모르는 이웃들의 작은 관심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아이들의 밥상에 놓이는 국 한 그릇에도
보이지 않는 수많은 손길이 얽혀 있었고,
내 통장에 찍히는 23만 원 한 줄의 숫자 뒤에는
사회가 함께 짊어지고 있는 무게가 있었다.
그 23만 원은 단순한 돈이 아니었다.
그것은 "당신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사회의 따뜻한 메시지였다.
복지사 선생님이 서류를 검토하며
"힘드시죠?"라고 건넨 한 마디,
은행 직원이 대출 상담을 하며
"아이들 잘 키우세요"라고 한 격려,
동사무소에서 "혹시 더 필요한 건 없으세요?"
물어보던 그 관심들.
마트에서 계산할 때
카드가 막혀서 당황하고 있을 때
뒤에 서 있던 아주머니가
"괜찮아요, 천천히 하세요" 하며
기다려주던 그 따뜻함.
아이가 학교에서 아프다고 연락 왔을 때
택시 기사님이 "어머니, 많이 걱정되시겠네요.
빨리 가드릴게요" 하며
신호등에서 기다려주던 그 배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이
"아이들 참 예쁘게 키우시네요" 하며
건넨 미소 하나.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나 혼자'의 전쟁이 아니라는 것을.
고립이라 여겼던 자리가,
사실은 더 큰 소속감의 품이었다는 것을.
내가 벽을 쌓는다고 해서
관계가 끊어지는 게 아니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둘러싸고 있었고,
여전히 나를 지켜보고 있었고,
여전히 나를 응원하고 있었다.
내가 그걸 못 볼 뿐이었다.
내가 그걸 거부할 뿐이었다.
이제는 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그 오래된 말의 진짜 의미를.
내가 아이들을 키우는 게 아니었다.
우리가 함께 키우고 있었다.
세금을 내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의 급식비를 대고 있고,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고,
의료비를 보조하고 있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의사들이 아이들을 돌보고,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고립감이 깊었던 만큼
소속감도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나 혼자라고 생각했던 그 시간들도
사실은 혼자가 아니었다.
내가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 고립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던 이유는
그 끝에서 진짜 연대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혼잣말처럼 다짐한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다 함께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그 고립의 끝에서 발견한 소속감은,
내가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된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안다.
어딘가에서 혼자라고 느끼고 있을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혼자라고 느끼는 순간에도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수많은 끈들이
우리를 이 세상과 연결하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
그 연결을 느끼지 못하는 건
연결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벽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벽을 허물 때,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랑 속에서
살고 있었는지를.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 함께였다.
'그래서 나는 반드시 일어선다
그리고 일어설 것이다
내가 수혜자 였다면
반드시 수혜할 누군가가 될 것.
대한민국이 모든 수혜국으로 부터 그러했듯
우뚝 서서 당당히 나아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