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이 벌인 아이 셋과 오사카 여행기-예감이 현실이 된 순간
싱글맘이 벌인 아이 셋과 오사카 여행기-예감이 현실이 된 순간
겨울방학은 길었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학원을 보낼 여유는 없었고, 여행을 갈 여유는 더더욱 없었다.
국내 여행이라도 갈까 싶다가도, 숙박비를 검색해보면 웃음이 났다.
웃음이 나는데, 속은 쓰렸다.
아이들은 점점 미디어에 잠식돼 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폭발 직전이었다.
사실 약속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엄마가 일본 데려갈게.”
“해외여행 한 번 가자.”
“여권 만들자.”
말했다가 거두고, 또 말했다가 거뒀다.
경제적 여유가 없었고, 상황이 늘 애매했다.
아이들은 이제 믿지 않는 눈치였다.
나는 그 눈빛이 미안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해야 했다.
처음엔 부산발 후쿠오카 배편을 알아봤다.
우리 친정이자
아이들의 외가는
바다내음 그리운 그곳 부산이다.
구정 명절 즈음 내려가서
거기서 배를 타고 일본을 다녀오는 일정.
비용도 합리적이고, 동선도 깔끔했다.
4인 왕복 선실 중 다다미방 단독 이용에
40만원 언저리면 개꿀?
이 정도면
늘 양치기 소년을 자처하는
가난한 엄마에게
매우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이조차도 큰맘 먹는 거였는데
예약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아뿔싸
매진.
너무나 안타까워
문의를 하면
그 날 그 날 사정이 다르니
기다려 보라고 했으니.
하루, 이틀, 사흘, 나흘..
하지만 방학은 기다려주지 않았고
매진은 끝내 풀리지 않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렇게 또 약속을 접어야 하나..
무심코 SNS를 넘기다
광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오사카 특가 항공권.”
후쿠오카도 아니고,
배편도 아니고,
오사카.
계획에 없던 도시였다.
그런데 날짜를 보니,
우리가 갈 수 있는 그 주간에
가장 저렴한 항공권이다.
클릭했다.
좌석을 확인하는데
뭔가 좀 수상하다.
비행기는 만석 인데
좌석 지정도 하지 않았는데 네 자리가
쏙 빠져서 붙어 있다.
4인 좌석.
누군가 막 취소한 듯한
찰떡 배열이었다.
그 타이밍에,
그 자리들이, 우리에게 왔다.
순간,
계산보다 먼저 기도가 나왔다.
“아부지, 감사합니다.”
환불 불가 LCC였다.
결제 버튼 위에서 손가락이 잠시 멈췄다.
‘이걸 내가 해도 되나.’
하지만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이번엔 물러서지 않기로 했으니까.
결제 완료.
그날 밤,
나는 12년 만에 다시 비행기를 예약했다.
아이들은
생애 첫 해외여행 준비를 했다.
난생처음 보는 비행기, 난생처음 찍을 출국 도장.
시작했으니, 끝을 보자.
그렇게 좌충우돌
우리의 오사카 여행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