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화려한 외출, 아이들과 함께한 해외 나들이
싱글맘이 벌인 아이 셋과 오사카 여행기
이쯤 되면
내가 한창 비행을 다니던 시절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그때 나는 로스터를 봤다.
승무원 스케줄표.
비행 디파쳐(출발) 시간이 찍히면,
거기서 두세 시간 즈음을 빼서
브리핑 계산했다.
그쯤부터 화장을 하고,
이미 거의 세팅되어 있는 짐을
점검했다.
샤워를 하고,
정성 들여 화장을 하고,
회사 세탁소에서
이미 드라이크리닝 되어
다려진 유니폼을 입고
유유자적 홀로 나가면 끝이었다.
그때는
내 몸 하나만 건사하면 오케이.
허둥지둥할 일도,
깊게 고민할 일도 없었다.
모든 것이 루틴 안에 있었다.
On Time Performance
OTP가 뭐
그 은행 거래 할 때 쓰이는 그게
아닌
그런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번 출국은 달랐다.
국내 여행이라면 잔뼈가 굵었다고 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이 셋을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는 일에는 이미 단련돼 있었다.
하지만 해외는 처음이었다.
가깝다는 일본이라 해도
전압부터 달랐고,
기온을 가늠해야 했고,
옷을 계산해야 했고,
호텔에서 여권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도 미지수였다.
LCC 수하물 규정은 읽어봤지만,
현장에서 무슨 변수가 생길지는 알 수 없었다.
긴장이 쉽게 풀리지 않았다.
짐을 싸는 순간부터
마치 시험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 와중에 아이들은 들떠 있었다.
“엄마, 이거 가져가도 돼?”
“엄마, 이것도 넣어줘!”
나는 예민해졌다.
소리를 낮추라며 아이들을 한쪽으로 모았다.
다그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내가 더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나도 처음은 처음인 것,
긴장 되는 감정은 현실이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육아를 하며 정산체중으로
아 그러니까 많이 정상체중으로
내려갔다는 점이 아닐까
.
아이들이 커가며,
어느 순간부터
아이 옷과 내 옷의 경계가
흐려지며
두꺼운 겨울옷 짐이
확 줄이는 매직
그래서 네 명,
4박 5일의 짐을 단숨에
캐리어 두 개로 줄일 수 있었다.
고된 육아가 준 의외의 선물이었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큰길로 나섰다.
캐리어를 끌고 걷는데
아이들이 각자 짐을 하나씩 맡아 들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그렇게 든든하던지.
예전처럼
어린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내리며
혼자 운전하던 날들보다
훨씬 덜 고됐다.
버스를 기다리며
캐리어에 기대 서 있는 동안
달뜬 얼굴로 재잘대는 세 아이를 바라보며
격세지감.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치웠다
이 여행은
아이들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어쩌면
나를 위한 여행일지도 모른다고.
아 그리고.. 전쟁의 서막은
이제부터
지금부터
오르고 있는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