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간사이의 밤, 나는 다시 시작했다

― 아이들에게는 첫 일본의 밤, 나에게는 다시 시작하는 밤

by 다루오

싱글맘이 벌인 아이 셋과 오사카 여행기 3화

제3화 간사이의 밤, 나는 다시 시작했다

― 아이들에게는 첫 일본의 밤, 나에게는 다시 시작하는 밤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공기가 달랐다.
정말로 달랐다.


하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티 낼 수 없었다.
아이들은 아직 인천공항과

간사이 공항의 차이를 느낄 나이가 아니었다.
이 감각은 오롯이 내 것이었다.


인천공항은 화려하다.
세계적인 국제공항답게 번쩍인다.


간사이는 달랐다.
간소했고, 군데군데 공사 중이었다.


정돈되지 않은 현실감이 오히려 이국적이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이미 밤 8시가 넘었다.


리무진 버스를 타면 되겠거니 했는데
영어 안내는 생각보다 부족했고
나는 잠시 길 위에서 멈췄다.


아이 셋을 데리고
우왕좌왕하는 엄마.


결국 택시를 탔다.


비싸다는 걸 알면서도,
그날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택시 안에서 웃음이 터졌다.


레오가 갑자기 노래를 불렀다.

“아파트, 아파트~”

로제의 노래였다.


나이 지긋한 일본 기사님이
일본어로 무언가를 말하며 따라 불렀다.
자기도 안다고, 웃으며.


우리는 동시에

빵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타지에서의 긴장감

뭔가 아이셋을 데리고 움직이는

알수 없는 압박감이

한 순간에 날아가는

묘한 쾌감이었다


국적은 달랐지만

그 할아버지 기사님은 끈임없이

소통을 하려 하셨는데


'쟈팡~ 아파트 유메 데스 유메'


뭔가 설명하는 단어 하나하나에서

유메.. 아 유명.. 유명하다는

그 묘한 언어의 동질감으로 이뤄낸

소통으로 날 안심시키려는 몸짓이 느껴졌다


그래 아이셋 혼자 데리고

아줌마 하나가 바짝 얼어 있는걸 알아본

누군가의 할아버지이자

또 아버지일지 모르는 이 기사님도

뭔가 도우시는 따스함이

날 안도하게 했다


그래, 이게 여행이 주는

계획할 수 없는 '친절함' 이라는 묘미이지

문득 모든걸 계획하면서도 계획할수 없었던

그 시절의 아득했던 추억들이 주마등 처럼 스치웠다




신사이바시의 에스리드 호텔.


임박 예약.
떨이처럼 풀린 특가.
출국 직전 결제.


솔직히 말하면
전직 승무원의 감각이 아니었다면

못 눌렀을 버튼이었다.


P 성향의 즉흥성,
승무원 경력의 배짱,
애 셋 엄마의 계산기.

이상한 조합이
긴축 재정을 가능하게 했다.


호텔은 무인 시스템이었다.
QR 코드, 이메일 인증, 키오스크 체크인.

다행히 E-SIM을 미리 준비해뒀다.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자마자 가입한 일본 여행 카페 덕이었다.
정보를 공유해준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속으로 인사를 했다.


4박 5일에 9천 원.
예전처럼 심카드 바꿔 끼우고

국제전화카드 들고 다니던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다른 세상이었다.


1101호.

문을 열었을 때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승무원 시절 묵었던 도쿄 호텔은 늘 협소했다.
침대 하나면 끝이었다.


그런데 여긴 달랐다.
공간이 넓었다.
쾌적했다.


아이들 눈이 반짝였다.




그런데,
곧바로 들려온 말.


“엄마, 배고파.”


기내 스낵도 먹었고
출발 전 롯데리아도 먹었는데
또 배가 고프단다.


내안엔 내가 너무나 많아서..

라는 유행가가 있는데 얘들아

그 내안에 내가 너무 많다는 그 나는..

아마도 거지들이 아닌가 싶다 삼남매야


좀 센티하게 타임슬립해져서

뭔가 생각이 잠길만 하면

현자타임 오게 하는 삼남매 덕에

이내 몸은 쉴틈이 없다.


나는 혼자 투덜대며 발걸음을 옮겼다

호텔 아래 패밀리마트로 총총.


일본 편의점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정교하고, 단정하고, 매혹적이다.


아이들을 데려오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컵라면 두 개.
오므라이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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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므라이스가 데워지는 동안 열심히 컵라면을 드시는 삼남매


아이들은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나는 거의 먹지 못했다.
배가 고픈지조차 모르겠는 상태.
그냥 눕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또 달랐다.


스마트 TV를 켜고
유튜브를 틀고
“와, 일본이다”를 연발했다.

다음 날 계획을 세우자고 난리였다.


나는?

무계획이었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클룩, KKday, 네이버 카페, 유튜브를 훑었다.


초고속 벼락치기.


처음 해외에 나온다는 것.

그 설렘.


나에게는 익숙했던 감각이
아이들에게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다시 시작하는 감각이었다.


그게
오사카에서의 첫날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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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이바 에스리드 호텔에서의 샤방한 우래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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