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넘어, 왼손으로 그린 세상

by 한미숙 hanaya



성인진로상담사로 부스 활동을 나갔다.

상담을 마치고 잠시 앉아 있었던 순간이었다.

부스 앞을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는 남자는 부스 앞이 복잡해 잠시 멈칫거렸다.

부스 앞에 서서 안내를 하던 사람이 상담 한번 받아보라면서 내 앞으로 모시고 왔다.


마음이 못되어서인지 아니면 두려움 때문인지 사실 나는 장애인을 보면 겁이 난다.

피하고 싶다.

누가 나에게 직접 위해를 가한 일은 없다.

하지만 학창시절에 가끔 마주치는 장애인이 있었다.

그는 껌을 파는 사람이었다.

버스 터미널이나 길에서 만나는 그는 껌을 사주지 않으면 거의 협박 수준으로 말을 하거나 달려들었다.

멀리서 그가 보이면 무서워 마주치기 싫어 길을 돌아다녔다.

그 일로 인해 나는 어쩌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남자 장애인을 보는 순간 일부러 모른 척하고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사실 나는 그 순간 ‘제발 그냥 가시길’이라고 마음속에서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된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반성을 했다.

그는 오른팔을 쓰지 못해 왼손으로 글씨를 썼다.

휠체어를 탔지만, 수영, 탁구, 배드민턴 운동을 한다고 했다.

나는 당연히 아무 일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상담을 시작했다.


“선생님, 혹시 배우고 싶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으세요? 선생님은 간단한 검사에서 예술형으로 나오셨어요.”

“네. 제 MBTI하고도 거의 맞는 것 같아요. 저는 그림책을 출간했어요.”
“와- 진짜요? 대단하시네요. 저도 그림책 출간해보는 게 소원인데요.”

“우연히 복지관에서 기회가 있어서 도전했어요. 오른손을 못 쓰니 왼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도 썼어요. 왼손으로 하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여러 번 실패도 했어요.”

“선생님을 보고 반성합니다. 저는 말로만 하고 싶다고 했지 한 번도 도전을 해보지 않았어요. 세상에 한 번에 되는 일은 없잖아요. 진짜 존경합니다. 선생님이 도전해서 이루었던 경험들을 나누는 그런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강의는 못하더라도 그런 기회가 생기면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나에게 자신이 출간한 책을 보여줬다.

왼손으로 그렸다고 하기에는 그림도 글도 너무 훌륭했다.

아니 그렇게 해낸 그 사람이 굉장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왼손으로 하기에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들었겠지만, 해냈다는 사실에 대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 앞으로도 계속 그림책 출간해보셨으면 좋겠어요. 한 번 해내셨으니까 더 멋진 작품이 나올 거라고 믿습니다. 응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힘을 얻고 갑니다.”


지금까지 나의 잘못된 편견으로 그를 거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이 세상에는 평범하지만 훌륭한 사람이 너무도 많다.

유명하지 않아도 자기의 자리에서 하나씩 이루어 가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제일 멋지고 존경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왼손작가 #편견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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