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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산북스 Apr 10. 2018

방황하는 이들 모두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습니다』 에피소드 01.

한창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다가도 어느새 머릿속에는 딴생각이 스멀스멀 자리를잡고, 한 가지 일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혹시 당신도 인터넷 창을 7~8개씩 켜놓고 생각이 날 때마다 열어보거나, 언제든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휴대폰을 두고 3분에 한 번씩 들여다보지는 않는가?


이렇게 다소 산만하거나 온갖 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일단 어떤 일에든 마음이 꽂히면 꼭 행동으로 옮겨야 속이 시원하기 때문에 항상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 그때그때 관심이 가는 사람이나 물건, 취미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든다. 하지만 특유의 산만함 탓에 금세 또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찾아나선다. 설렘을 좇으며 살다 보니 때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향에 서 있기도 해서, 주위에서는 당신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으로 여긴다.



… “그래서 그 일은 다 했어?”  

… “항상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는 것 같아.”  

… “진지하게 하고 있는 거야?”  

… “이제 정착할 때도 된 것 같은데.”



아마 주위에서는 당신에게 이렇게 걱정 섞인 충고를 늘어놓을 것이다. 자꾸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점차 자신이 친구들에 비해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해진다. ‘지금까지처럼 계속 방황하며 살아도 되는 걸까?’ ‘사실 어느샌가 길을 잃은 건 아닐까?’ 지금껏 만족했던, 때로는 자랑스러웠던 당신의 자유분방하고 호기심 많은 특성에 의심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정말 딴짓 혹은 딴생각에

빠지는 것은 잘못된 일일까?



이런 성향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실 성격이 명랑하고 밝은 경우가 많다. 한 가지에 몰두하지 못해서 고민인 사람은 다양한 분야에 골고루 재능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충동적으로 결정하는 자신이 걱정인 사람들은 누구보다 결단력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기 때문이다.


어릴 때를 떠올려보면, 활발하고 명랑한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친구를 잘 사귀고 인사성이 밝기 때문에 조용한 아이들보다 더 많이 칭찬을 받곤 했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도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몰라보게 바뀐다. 공부에만 최적화된 환경에 갇혀 지내다 보면 내적 에너지를 발산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해가 지날수록 ‘철이 들었다’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듣고 예전의 활발함과 적극성을 잃어가면서, 그저 그런 평범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 “무슨 일이든 계획을 세워야지.”  

… “넌 좀 끈기가 있어야 해.”  

… “때로는 참을 줄도 알아야지.”



흔히들 성공을 하려면 이런 조건들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이는 결코 당신이 그리던 삶의 방식이 아니다. 한 자리에 정착하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고 느끼는 당신에게 지금 필요한 건 어릴 때의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기운을 되찾는 일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빙봉’처럼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당신의 쾌활함을 불러내야 한다.



어릴 때의 활발했던 나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연료가 바닥난 자동차는 아무리 핸들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봐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인생이라는 험난한 비포장도로를 달리기 위해 활발함과 적극성이라는 연료를 다시 채우고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방법부터 새로 배우자. 계획성, 참을성, 끈기, 조심성, 인내력과 같은 자기조절 브레이크를 신경 쓰기에 앞서 힘껏 달려야 한다. 에너지를 가득 충전한 뒤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서 차를 굴려보자.


사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상당 부분 내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도통 지루함을 못 참는 산만한 아이였다. 초등학교때 선생님은 수업 시간 도중에 ‘이어 읽기’를 시키곤 하셨다. 어떤 아이가 책을 소리 내어 읽다가 실수를 하면 바로 다른 아이가 이어서 읽는 방식인데, 시끌벅적하던 아이들도 그 시간만큼은 아무도 떠들지 않고 책 읽는 소리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럴 때조차도 나는 혼자 머릿속으로 딴생각에 빠져 있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서 공부‘만’ 해야 하는 하루하루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쥐 죽은 듯 조용한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는 거의 공부에 집중하지 못해서 금세 딴짓을 하곤 했다.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 몰래 소설책을 꺼내 읽은 적도 많았다. 대학에 가서도 전공 특성상 고등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달달 외워야 하는 지루한 암기과목이 많아서 신입생 때에는 늘 정신을 딴 데 팔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쉽게 딴생각에 빠지는 나에게 적합한 공부 방식과 환경을 찾기까지 고된 방황은 계속되었다.


 결국 이 책은 나 같은 사람, 나와 비슷한 고민을 겪고 있는 사람을 위해 썼다. 나는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까?’ ‘내가하고 싶은 일은 뭘까?’ 이런 고민을 하는 당신은더 나아가기 위해 방황하고 있을 뿐, 길을 잃은 것이 아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모든 것이 곧 당신의 길이며 가능성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자신을 바꾸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다. 당신에게 가장 잘 맞는 사람과 환경을 찾아내는 일이다.




출처 : <마음이 콩밭에 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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