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의 인생상담』 01.
직업이나 인간관계에 성공하면 왠지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쯤 인생을 땡땡이치고 싶어집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보노보노 : 나도 이런 적 있어.
포로리 : 있어 있어. 다들 있지. 포로리는 할아버지 댁에 심부름 갔다 오고 나면 왠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아.
보노보노 : 맞아 맞아. 나도 그런 적 있어. 아빠랑 어디 나갔다 돌아오면 그냥 드러누워버려.
포로리 : 안심되니까.
보노보노 : 응응. 그럴 땐 땡땡이쳐도 되는 거 아닌가?
물론 아빠는 돌아오자마자 금방 먹을 거 구하러 가시지만.
포로리 : 어른이라서 그런가?
보노보노 : 그럼, 아이는 땡땡이쳐도 돼?
포로리 : 어른도 땡땡이쳐. 우리 누나는 애랑 산책하고 집에 와서는 널브러져서 아무것도 안 하는걸.
보노보노 : 하긴 야옹이 형도 전에 태풍 때문에 나무들이 쓰러져서 강이 막혔을 때 그 나무 다 치우고는 닷새 정도 잤어.
포로리 : 자도 너무 잤네. 하지만 다들 그러지 않아?
보노보노 : 맞아.
포로리 : 누가 그렇게 열심히 하라고 하는 걸까?
보노보노 : 누가?
포로리 : 으흠…….
보노보노 : 부모님하고 친구들이?
포로리 : 분명 자기 자신일걸.
보노보노 : 앗. 그런가. 역시 이 사람은 부지런한 사람이구나.
포로리 : 맞아 맞아. 남들이 그런 말하면 욱하게 되지만 자기 자신이 그런 말을 하면 신경 쓰이지.
왠지 나쁜 짓 하는 것 같아서.
보노보노 : 왜? 왜 그럴까?
포로리 : 다들 남들이 하는 말보다 자기가 하는 말을 잘 듣거든.
보노보노 : 무슨 말인지 너무 잘 알겠네. 포로리도 비버 도리도리라는 애 알지?
포로리 : 아, 도리도리!
보노보노 : 도리도리는 툭하면 울잖아.
포로리 : 응응.
보노보노 : 도리도리가 조금 더 컸을 때 모르는 애들한테 괴롭힘을 당했어.
근데 그 전까지는 툭하면 울었는데, 그때만큼은 ‘울면 안 돼’라는 목소리가 들리더래.
그 말을 누가 한 건지 생각해봤더니 바로 또 다른 자신이 한 말이었다는 거야.
그 순간, 왠지 자기를 토닥여주는 친구가 생긴 느낌이더래.
하지만 다시 괴롭힘 당했을 때, 또 하나의 자신이 ‘울면 안 돼’라고 말했는데도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났고, 그게 억울해서 더 많이 울었댔어.
포로리 : 또 하나의 자신이 한 말을 지키지 못해서.
보노보노 : 응.
포로리 : 그거 되게 슬프네.
보노보노 : 응. 슬퍼…….
포로리 : 또 하나의 자신은 분명 누구보다 나를 위해줄 거야.
보노보노 : 응응. 그 누구보다 나를 생각해주지.
포로리 : 이 사람도 분명 마찬가지야. ‘땡땡이치지 마’라고 자기 자신이 말해주는 거야.
그래서 ‘땡땡이치면 안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는 거 아냐?
보노보노 :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
포로리 : 땡땡이 안 치고 잘하면 또 하나의 자신이 칭찬해줄 거야.
보노보노 : 땡땡이치면?
포로리 : 그래도 이해해줄 거라고 봐.
보노보노 : 땡땡이쳐도 이해해주는구나.
포로리 : 하지만 계속 땡땡이만 치면 어떻게 될지는 몰라.
보노보노 : 그럼 어떻게 되는데?
포로리 : 또 하나의 자신이 없어질지도 몰라.
보노보노 : 또 하나의 자신이 없어질 때도 있어?
포로리 : 있을 거라고 봐. 내가 또 하나의 자신이 하는 말을 전혀 안 들을 때.
그리고 나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 따위 없을 때.
나에 대해서고 뭐고 다 모르겠을 때 말이야.
바로 진짜 혼자가 돼버렸을 때지.
보노보노 : 그런 거 싫어. 왠지 또 슬퍼졌어.
포로리 : 응. 포로리도.
출처 : <보노보노의 인생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