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의 인생상담』04.
보노보노 : 사는 게 왜 이렇게 괴롭냐고 하네.
포로리 : 이 사람, 그렇게나 괴로운 걸까?
보노보노 : 즐거운 일도 있지 않을까?
포로리 : 그야 있긴 하겠지만, 즐거운 일은 얼마 없는 데다 또 금방 끝나버리니까.
보노보노 : 그래도 즐거운 일이 있긴 있잖아. 게다가 의외인 일도 있지.
포로리 : 의외인 일?
보노보노 : 얼마 전에 너부리네 가려고 길을 걷고 있었는데 오소리가 날 부르더니 '이거 먹을래?' 이러면서 물고기를 주는 거야. 두 마리를 받아서 한 마리는 너부리 주려고 '이거 오소리한테 받은 물고기인데 먹어봐.'라고 했더니 '그건 내가 오소리한테 준 물고기거든!!' 이러면서 때리더라.
포로리 : 그게 어디가 의외라는 거야.
보노보노 : 오소리가 준 물고기가 원래는 너부리한테 받은 물고기였다는 부분이랄까.
포로리 : 확실히 의외이긴 하지만 그렇게 의외는 아니잖아.
보노보노 : 그렇지만 재미있지 않아? 내가 모르는 곳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왠지 즐거워.
포로리: 그런 거라면 포로리도 있어. 어느 날 집 앞에 호두 다섯 알이 있는 거야. 누가 놓고 간 건가 싶어서 그대로 놔뒀더니 다음 날엔 호두가 더 늘어난 거야. 그래서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모르는 아이 다람쥐가 호두를 들고 오더라. '왜 호두를 놓고 가는 거니?' 물어봤더니 '우리 할아버지 집인 줄 알고요!' 하면서 사과하더라? 편찮으셔서 호두를 못 주우시니까 대신 드리는 거래. 참 좋은 이야기네 싶어서 그 호두를 할아버지 댁에 갖다드리려고 했지. 그런데 걔, 결국 할아버지 댁을 모르는 거 있지.
보노보노 : 그런 일이 있지. 내가 안 보는 곳에서 의외의 일들이 시작돼.
포로리 : 하지만 이 사람은 그런 것도 없을지 몰라.
보노보노 : 그런 것도 없는 인생이라니, 쓸쓸하네.
포로리 : 응, 분명 우리가 알 수 없을 정도로 괴로운 인생도 있어.
보노보노 : 어떤 인생?
포로리 : 잘은 모르지만, 그냥 사는 것만으로도 벅찬 인생.
보노보노 : 그건 어떤 느낌이야?
포로리 : 그건 쓸쓸해. 게다가 마음도 풀썩 꺾여. '더 이상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같은 거지.
보노보노 : 으흠, 불쌍하네.
포로리 : 그리고 포로리처럼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지도 몰라.
보노보노 : 힘들겠네.
포로리 : 오히려 아빠랑 엄마가 더 힘드시겠지. 두 분을 보다보면 이 사람이랑 똑같은 생각을 하게 돼.
보노보노 : 똑같은 생각이라니?
포로리 : '살아간다는 건 가혹하구나' 그런 생각.
포로리 아빠 : 흠,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
포로리 : 이 사람이 고민이래요….
포로리 아빠 : '사는 건 왜 이렇게 괴로운가요?' 근데 이 사람이 괴로운 거랑 아빠 엄마가 괴로운 건 달라.
포로리 : 뭐가 다른데요?
포로리 아빠 : 이 사람의 괴로움은 여전히 뭐든지 가능한 괴로움이니까.
포로리 : 뭐든지 가능하다니요?
포로리 아빠 : 흠. 뭐든지 할 수 있는데도 잘 되지 않아서 괴로운 거라고 생각해.
포로리 : 아빠랑 엄마의 괴로움은 어떤 건데요?
포로리 아빠 : 그야 아무것도 가능한 게 없는 괴로움이지. 핫핫핫핫.
포로리 : 그럼, 아빠랑 엄마도 뭐든 가능했던 시기에는 잘되지 않는 게 괴로웠어요?
포로리 아빠 : 흠. 괴로웠어. 무척 괴로웠지.
포로리 : 그럴 때는 사는 데 뭐가 재미있었어요?
포로리 아빠 : 그야 할 수 있는 다른 게 있었으니까. 이제껏 안 해본 거나 못 만나본 사람이나, 가본 적 없는 곳 등등 얼마든지 있었지. 그랬는데, 나이를 먹으면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구나. 아무것도 못 하게 되면 좋은 날씨나 시원한 바람이나 '이제 여름이구나' 같은 게 즐거워지는 거야.
포로리 : 그런 게 즐거워요?
포로리 아빠 : 즐겁지. 왜냐하면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도 무언가 벌어지는 거야. 보고 있는 것만으로 즐거워.
포로리 : 네, 그럴 수도 있겠네요.
포로리 아빠 : 죽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잖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바람 한 점 안 불고, 아무것도 만질 수 없고, 아무도 나를 만져주지 않아. 그렇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괴로워도 아직 살아 있는 게 더 즐겁겠지.
포로리 : 네.
포로리 아빠 : 살아 있는 건 즐거운 거니까 이렇게 괴로워도 어쩔 수 없어.
출처: <보노보노의 인생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