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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Mar 01. 2024

한국인이 바위에 미치면 생기는 일

슬스레터 #24

네이버에 '입문용 암벽화'를 검색하면 첫 페이지에 뜨는 추천 후기가 전부 '드리프터'일 만큼 매드락은 국내 클라이머들에게 친숙한 브랜드다. 수많은 입문용 암벽화 중에서 유독 매드락이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구매처가 많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단순한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더 특별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매드락이라는 브랜드를 파헤쳐 보았다.



ⓒ매드락


20년 전에 시작된 ‘갓기’ 브랜드


매드락은 2002년에 정식으로 론칭됐다. 워낙 신생 브랜드가 많은 요즘 시대에 20년이면 꽤 오래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클라이밍 시장에선 통하지 않는 얘기다. 우리에게 익숙한 라 스포르티바(1928), 스카르파(1938)와 같은 브랜드는 80여 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라 스포르티바는 4년 뒤면 100주년을 맞는다.


그런데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매드락은 론칭 초기부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제품 출시와 동시에 세계 최대 스포츠 박람회인 이스포(ISPO)에서 최우수 디자인상을 받으며 암벽화 시장에 반향을 일으켰다. 출시 5개월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매드락은 암벽화 업계의 갓기*였던 셈이다.


*갓(god)과 아기를 합친 말로, 어린 나이지만 뛰어난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


여기까지만 보면 매드락이 어느날 갑자기 뚝딱 탄생한 브랜드 같지만 전혀 아니다. 매드락의 뿌리를 파헤쳐 보려면 창업자 '주영(Young Chu)'의 어린 시절인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ISPO Award를 수상한 후커 레이스(Hooker Lace) ⓒ매드락


16살 소년, 직접 등반 장비를 만들다


매드락은 브랜드 역사를 창립자인 한국인 주영 씨의 유년 시절부터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가 등반을 시작한 시기에는 시중에 등반 장비가 많지 않았다. 게다가 16살 소년에게 등반 장비를 구매할 돈이 충분할 리 만무했다. 소년은 어머니의 재봉틀을 이용해 배낭과 하네스를 직접 제작했다. 어쩌면 이때부터 암벽에 미친 브랜드가 태동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후 성인이 된 그는 1987년 넬슨스포츠를 설립하고 산악자전거용 신발을 만들었다. 90년부터는 파이브텐(Five Ten)의 수석 디자이너로서 여러 디자인을 개발했고, 10년 동안 암벽화를 납품하면서 제작 노하우를 다졌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넬슨스포츠 자체 브랜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드디어 매드락이 탄생했다.


매드락은 그야말로 주영 씨의 인생이 집약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그가 개발한 암벽화 라스트(Last)*는 자기 발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내 발을 기초로 개발한 라스트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많이 복사되는 라스트라고 말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한국인의 발을 본떠 만들었다니 우리나라에서 유독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사람의 족형을 따서 만든 신발의 뼈대로 신골이라고도 한다.


또한 매드락은 직접 등반 장비를 만들었던 열여섯 소년의 마음으로 제품을 개발한다. 주 씨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좋은 등반 장비를 만들기는 어렵지 않지만 저렴한 가격에 만드는 것은 큰 도전"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매드락의 핵심 가치는 여전히 '좋은 품질, 착한 가격'이다. 성능과 가격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기에 수많은 클라이머가 입문용 암벽화로 매드락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지.




참고 자료

매드락 공식 홈페이지

월간산, Focus - 매드락 후커 ISPO쇼에서 최우수 디자인상

아웃도어뉴스, 바위와 암벽화에 미친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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