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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라마즈 Oct 19. 2023

튀르키예 음식은 케밥밖에 없나요?

퀴네페와 차이

자정이 넘은 시간 이스탄불 구시가지를 떠돌다가 시르케지 역 앞에서 우리 셋의 눈동자가 동시에 마주친다.


"At this time? We will get fat!!!!"(지금 이 시간에? 살찔 건데!!!)라고 외치면서도 친구의 발걸음은 이미 디저트 가게로 향하고 있다.

그래, 뭐 어떤가! 여행인데! 어떻게 바로 숙소로 돌아가서 발 닦고 쉴 수 있겠어?

아쉬우니 퀴네페 Künefe 한 장에 아측 차이 Açık çay 딱 한잔만 하고 숙소에 가자! 합리화와 함께 가게로 들어선다.


메르하바(Merhaba)인사와 함께 들어선 가게,  어제봤던거 처럼 우리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직원들이 안부를 묻는다.


나와 꼭 닮은 언니가 적어도 1년에 한 번 눈도장을 찍어서인지, 아니면 터키어를 하는 동양 여자아이가 신기해서인지 잊지 않고 우리를 기억해 주는 따뜻한 직원들 덕에 한껏 미소를 머금고 테이블에 앉아 주문을 기다린다.


"Hoşgelidiniz. Nasılsınız??"

"어서 오세요. 잘 지냈어요??"

주문받으러 오면서 또 한 번 반갑게 우리의 안부를 물어주는 아저씨에게 우리도 안부를 묻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주문 언제나 비슷하다.

"Dondurmalı Künefe birtane  ve 3 tane açık çay lütfen."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퀴네페에 연하게 우린 차이 세잔 주세요."



작은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뜨거운 차이를 후후-불며 뜨끈한 퀴네페가 나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다 보면,

띵-하는 엘리베이터 도착 음과 함께 우리의 눈도 반짝하고 떠진다.



퀴네페는 카다이프(Kadayıf)라고 하는 얇은 밀가루 면을 이용해서 만드는 튀르키예식 디저트이다.

카다이프를 버터와 버무려 퀴네페 용 접시에 깔고, 그 위에 치즈를 넣고 다시 한번 카다이프로 덮어 약불에 살살 익혀낸다.

부침개처럼 잘 뒤집어서 구워내다가, 설탕물을 쫘악 부어주면 부글부글 끓으면서 설탕물을 한껏 머금은 튀르키예식 퀴네페가 완성된다.


설탕물로 적셔진 따끈한 치즈 디저트라니 상상으로는 맛이 가늠이 안가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다.

칼로 쿡쿡 썰어 한 조각 들어 올리면 쭈욱 늘어나는 치즈와 함께 입꼬리도 씨익 올라간다.

한입에 와앙 넣고, 옆에 놓인 아측차이 한모금 마시면 달콤쌉싸래한 맛이 일품이다.


아참, 함께 시킨 돈두르마(터키식 아이스크림)가 있었다.

이렇게 단데 또 단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는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뭐랄까....달달함+달달함인데 서로 다른 달달함이 조화를 이룬다.

이게 바로 튀르키예식의 달달함이 아닐까?


요즘 유명한 카이막도 함께 먹기도 하는데, 나는 퀴네페에는 무조건 돈두르마 한표다.


여러분 그럼,

Afiyet olsun-!

맛있게 드세요-!


전문 가게가 아닌 곳에서 퀴네페를 먹는다면 거의 90프로 냉동 퀴네페를 데워서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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