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고학년 때쯤 행사처럼 피아노학원에서 공연을 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저학년 때는 합주곡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 준비하는데 힘든 점이 많았다. 예를 들어 서로 빠르기가 안 맞는다던가. 또는 한 명이 틀리면 다른 사람이 틀리면 어느 정도 넘겨받는 사람이 커버해 주는 느낌이 있다. 나만 <동요>를 연주하는 것이 그때에는 또래아이들과 이야기할 때 창피한 기분이 들기도 하였다. 그래서 공연은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싶었다.
'고학년 때는 공연을 참여를 안나 갈 것이다.'라고 다짐까지 하였다. 아이들은 공연준비하는 곡을 정해지고,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았고, 나는 연주곡도 받지 못하였으니, '아! 나는 안 나가나 보다!'라고 생각한 뒤에 영어학원을 갔다가 원장선생님이 피아노학원으로 나를 불렀다. 내가 다니는 학원은 한 건물에 여러 가지 분야가 있는 학원을 다녔다. 약간 서울에 대치동느낌이랄까.
"다슬아 첫 번째 방으로 가봐."
피아노 학원들 방들은 작곡가나 피아니스트들의 이름을 따서 음악인들의 방이름이 정해져 있었다. 방 위에 초상화까지 있는 방들.
"네."
라고 대답을 한 뒤에 '왜지?' 하며 피아노 앞에 앉았다.
원장선생님과 피아노선생님이 방으로 악보를 들고 와서 '이 곡이 네가 공연 때 연주을 할 곡이다.'라고 이야기를 하셨다.
"저 공연나가요?"
"응. 어머니도 허락하셨어."
라고 하셨다. 보통 아이들이 <공연>이라는 부담감을 갖고 있기에 방에서 구구장창 '한 곡'만 쳐야 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알기에 대답을 막는 답변이었다.
피아노선생님이 악보를 가져오셔서 내 옆으로 다가와 시범으로 연주하시기 시작했다. 익숙한 멜로디였다.
엘리제를 위하여.
"이 곡 알지?"
라고 피아노선생님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네 엘리제를 위하여 아니에요?"
"맞아. 네가 칠 곡이야."
라고 이야기를 하자마자 나는 오묘한 느낌을 들었다.
"악보 볼 수 있지?"
원장선생님은 <답은 정해져 있다.>라는 질문 아닌 질문을 받았다.
"네 그런데 처음 쳐보는 거라.."
라며 말 끝을 흐렸다.
"천천히 해봐 쳐봐."
나는 쳐보려고 노력은 했지만, 엉성한 모습을 보였다. 오른쪽 손은 되지만, 왼쪽 손은 따라오지 못하는 내 상태.
내 장애와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라 '노력'이 답이었다.
"왼쪽만 쳐봐."
원장선생님은 피아노를 전공하셔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공기가 차가워졌다.
나는 노력을 해서 음만 아는 악보를 보고 거의 초견을 하였다.
"흐음.. 아예 안 되는 건 아닌데.. 왼쪽은 잘 안되는데 오른손은 잘 되네.."
라고 원장선생님이 답답하시며, 핸드폰으로 날짜를 보시더니 또 입을 떼셨다.
"이 정도면 외우는 것도 문제지만,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라고 피아노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셨다.
"그렇지? 편곡해 줄게."
라고 원장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내 왼손은 강직이 되어있는 상태라 항상 어떤 곡을 치든 문제였다. 오른손은 악보에 맞게 잘 치는 것이 문제였다.
어중간하게 되는 상태의 가장 답답함.
스스로가 제일 답답함이 뒤집어쓰고 있었다.
원장선생님은 편곡을 해서 피아노 치는 시간에 오셔서 악보를 주시며 '쳐봐'라고 하시면서 나는 또 의도치 않는 초견을 하게 되었다. 원본보다는 왼손이 조금은 잘 움직였다.
그렇게 <공연> 덕분에 '피아노->공부->영어->피아노' 순으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하루에 피아노 2번이다.
이론수업은 원장선생님께서 아주 쿨하게 '그냥 연주곡 연습하러 가'라고 하셨다.
"엘리제를 위하여는 '세레나데야.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쳐봐."
라고 피아노선생님은 박자와 연주할 때, 모습까지 알려주시면서 레슨을 해주셨다.
'세레나데 신기하네'라고 생각하면서 연습을 하였다.
"그래서 베토벤은 결혼했어요?"
"아니, 이 곡은 완성되지도 못했고, 베토벤은 사랑하는 여성을 위해 쓴 곡이지만, 결혼은 하지 못했어."
대답을 듣고선, 신기하게도이 곡이 사랑스럽게도 슬프게도 들리는 많은 감정이 드는 곡이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저학년 때 갔던 <드레스>를 보러 드레스만 취급하는 옷집을 가게 되었다. 아마 지금 생각을 해보면 신부들이 대여하는 곳인 것 같다.
수많은 예쁜 드레스들이 많았다. 갖고 싶을 정도로.
내 드레스는 '다수결'로 결정이 되었다. 가장 잘 어울린다고 직원들도 원장선생님도 생각하여 결정이 되었다. 그리고선 결정이 되었으니, 학원에 가서 공연 전까지 저녁 7시까지 학원에서 연습하고 집에 가게 되었다.
피곤하고, 지치고 힘든 일이었다.
공연당일.
아침부터 미용실에 가기 전에 엄마께서 메이크업을 해주시고, 그 날 만큼은 힘을 확! 주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정말 '신부'같이 머리카락을 틀어 올리고, 디자이너이모가 속눈썹도 붙여주면서 메이크업 수정도 해주셨다. 옷을 예쁘게 입고 시기상 '겨울'이었기에 롱패딩까지 야무지게 입고 공연장으로 갔다.
떨리는 마음으로 대기실에 앉아있었다가 이름이 호명되면 리허설을 하러 피아노 있는 무대로 갔다.
곡도 나이도 그나마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도 있고, 리허설을 했다. 그때도 한 번 연습하는 것인데 얼마나 떨리던지.
포토타임은 사진을 인화하여 액자에 담기 위하여 정말 빠르게 A+컷을 찍어야 되었다. 뒤에 사람은 많기에 다행히 예쁘게 건져냈다.
좋기도 하였지만 빨리 끝났으면 했다. 너무 추워기에.
다시 대기실에 가서 긴장을 하고선, 메이크업을 고치다가 내 순서를 받아내고 그동안 패딩을 걸치고, 핫팩에 온기를 의지하였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와서 무대에서 '엘리제를 위하여'를 정말 세레나데처럼 무대에 가서 다행히 실수 없이공연을 마쳤다.
많은 호응과 가족들의 축하와 꽃다발을 받았고, 나는 공연하느라 몰랐지만 동영상까지 추억으로 남겨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