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MZ세대의 대학원 생존기 (9)
첫 학기를 마치고 나는 예정대로 휴학을 했다.
한 학기만 버텨보자는 마음이었다지만 직접 실천에 옮기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버틸 힘이 남아있지 않기도 했다. 당분간은 일부러 공부를 제쳐둘 생각으로 짐과 파일을 정리하는데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었다.
교수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휴학 사실을 말하는 건 가장 힘들었다. 막상 해보니까 별 거 아니네,라는 자신만만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교수님들은 나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셨다. 감사했고, 모두 맞는 말이었다. 다만 우연한 계기로 우울증에 대한 대학원 사람들의 생각을 알게 된 후로 아파서 쉬고 싶다는 이야기는 할 수 없었다. 진로 고민이라고만 했다. 그 침묵은 나를 향한 조언의 방향을 어긋나게 만들었다. 건강한 나를 향한 말들은 아픈 나에게 또 다른 자책의 씨앗이 되었다.
휴학에 대한 내 고민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이 왔다 갔다 했다.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하지만 나를 살리고 싶다는 내 결심은 달라지지 않았다. 힘겨운 결심이었지만 살기 위해서 나는 버텼다.
한 번은 사무실로 찾아온 선배가 내가 휴학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연질색을 하는 일이 있었다.
다음 학기를 위해 공부하라고 이것저것 잔소리를 늘어놓던 선배에게 내가 폭탄선언을 한 격이었다. 선배는 대뜸 자리를 잡고 앉더니 나에게 왜 휴학을 하는 거냐고 물었다. 나는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전부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도 없으니까. 진로에 대한 고민만 털어놓았더니 선배는 자신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며 조언을 해주었다. 선배도 졸업 이후로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쉬지 않고 잘 지내오고 있다고 했다.
선배는 그 뒤로도 몇 번 더 찾아왔다. 조교로서는 방학이 끝나는 8월까지 출근을 매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치 나에게 기회를 주듯이 올 때마다 매번 내 생각이 바뀌지 않았는지 확인을 했다. 몇 번을 윽박질렀다. 자기 말을 따라 하라고 했다. 휴학하지 않겠다고. 자신이 해준 이야기를 세 문장으로 요약해 보라고 했다. 반복해서, 또다시 반복해서, 내가 알겠다고 할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귀가 힘을 잃고 머리가 조금 멍해졌다. 나는 끝까지 알겠다고 하지 않았다.
소신이나 고집이 아니었다. 필사적으로 나 자신을 지켰을 뿐이었다.
딸기 양은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돌아가면 행복해질 것 같아서가 아니었다. 이곳에서 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