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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서점 Mar 29. 2024

사장님 어디 가셨나요



사장님 어디 가셨나요


여름이었다. 그의 마지막 뒷모습은 페인트 가게 앞에 주차하고 떠나는 모습이었다. 송정역 먹자골목에서 공항동 성당으로 걸어가다 보면 있던 ‘노가리와 호프 공항점’은 하이볼이 맛있던 집이었다. 최근 유행하는 하이볼은 위스키 향만 나서 아쉬움이 컸는데, ‘노가리와 호프’에서 판매하던 하이볼은 앉아서 내리 네다섯 잔을 비울 정도로 맛이 좋았다.


이 집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음악이었다. 사장님은 모아놓은 LP를 틀어주시기도 했고, 종종 신청곡도 틀어주었다. 비닐 포장을 뜯지 않은 야마시타 타츠로의 [Softly]는 결국 듣지 못했다. 다음에 틀어준다고 하셨는데 결국 못 듣게 되었다. 시타팝 대부라고 불리는 야마시타 타츠로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매해 여름이 오면, ‘노가리와 호프’가 생각나려나.


언젠가 『서촌 방향』의 저자 설재우 작가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태어나고 자란 지역 이야기를 쓴 『서촌 방향』은 지역 문화와 미시사를 다룬 책이다. 설재우 작가님은 지역 잡지 서촌라이프를 발행하기도 했고, 추억의 오락실을 복원한 ‘콤콤 오락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 그가 그 당시 해주었던 말을 기억한다. “가게가 없어지면 그 사장님이 궁금해집니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요지는 이렇다. ‘오랫동안 사랑받던 가게가 폐업하고 나면 사람들은 그곳에서 좋았던 기억만을 떠올리지만, 그 사장님이 어디로 갔는지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작가님과 나누었던 대화는 내게 많은 것을 일깨워 주었다. ‘타인의 삶을 관망하듯이, 관람하듯이 바라보지 않기’, ‘지역을 이루는 사람을 궁금해하기’ 잘 지키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본 재즈 보컬리스트 치에 아야도를 좋아하시던 사장님이 차린 합정 ‘치에 더 카페’, 홍대 인디밴드들이 죽치고 앉아있던 더치커피 무한리필 카페 ‘미즈모렌’, 래퍼들이 앉아서 죽치던 카페 물고기와 자리, 작업하기 좋던 카페 작업실. 사장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사라지고 나서야 매번 그리워하는 이 마음을 넘어서기를, 오늘도 ‘다시 만날 날이 있겠죠’를 되뇐다.


* 강서소식지 방방 2023년 8월호에 쓴 글입니다.



다시서점,

김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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